한 번 설계해 몇 번 지을까···DL이앤씨 SMR 승부의 진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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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설계해 몇 번 지을까···DL이앤씨 SMR 승부의 진짜 조건

폴리뉴스 2026-09-17 18:31:43 신고

한 번 설계해 몇 번 지을까···DL이앤씨 SMR 승부의 진짜 조건 [사진=연합뉴스]
한 번 설계해 몇 번 지을까···DL이앤씨 SMR 승부의 진짜 조건 [사진=연합뉴스]

6GW와 1000만달러. DL이앤씨의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을 둘러싼 두 숫자는 서로 다른 것을 말한다. 전자는 센트리카와 엑스에너지가 영국에서 추진하는 최대 발전용량이다. 후자는 DL이앤씨가 체결했다고 발표한 표준설계 계약금액이다. 시장의 크기와 회사가 확보한 일감은 같지 않다.

따라서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영국에 원전을 얼마나 많이 지을 것인가에 앞서, DL이앤씨가 참여한 설계가 실제 건설에서 얼마나 반복되고, 그 반복이 회사의 다음 계약으로 어떻게 이어질 것인가를 따져야 한다.

영국이 연 것은 건설 현장이 아니라 심사의 문

영국 원자력규제청(ONR)은 지난 15일 정부로부터 엑스에너지의 Xe-100에 대한 일반설계평가(GDA) 개시를 요청받았다고 밝혔다. 준비도 검토에서는 평가 절차에 들어갈 준비가 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실제 평가는 일정과 인력 등 필요한 여건을 갖춘 뒤 시작한다고 명시했다.

규제 심사로 나아갈 통로가 구체화한 것은 맞다. 그러나 심사를 받을 준비가 됐다는 판단은 설계의 안전성이 최종 승인됐다는 뜻이 아니다. 더구나 건설사의 공사계약을 보장하는 결정도 아니다.

DL이앤씨가 확보한 사업의 범위는 별도로 봐야 한다. 회사는 지난 3월 엑스에너지와 약 1000만달러 규모의 표준설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설계 완료 목표는 2027년 상반기다. 지금 평가할 출발점은 이 계약이지, 영국 개발계획 전체가 아니다.

표준설계의 가치는 두 번째 현장에서 

표준설계는 발전소의 설비들을 어떻게 연결하고 작동시킬지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DL이앤씨가 설명한 사업 취지도 같은 설계를 반복 적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겠다는 데 있다.

이 설명에서 중요한 단어는 '설계'보다 '반복'이다.

한 현장의 요구에 맞춘 작업으로 끝난다면 그 성과는 해당 계약의 범위 안에 머문다. 반면 공통 설계가 여러 발전소에 적용된다면, 처음 수행한 작업의 경험을 후속 사업에서도 활용할 여지가 생긴다. 표준설계 참여를 단순한 계약금액 이상의 기회로 평가할 수 있는 이유다.

다만 설계의 반복과 수익의 반복은 구분해야 한다. 같은 설계가 다시 쓰인다고 해서 최초 설계 참여 기업에 공사 물량이나 추가 대가가 자동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공개된 계약 발표만으로는 후속 사업의 독점권이나 별도 보상 구조까지 확인할 수 없다.

DL이앤씨의 기회를 과소평가할 이유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수익을 앞당겨 계산할 이유도 없다. 먼저 참여한 경험을 다음 계약의 경쟁력으로 바꿀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설계는 반복해도 허가까지 복제되지는 않는다

국경을 넘으면 또 하나의 조건이 붙는다. 같은 기술을 쓰더라도 심사하는 기관과 적용되는 허가 절차는 다르다.

센트리카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검토한 설계 문서와 안전성 분석을 영국 심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평가기간은 약 3년으로 예상했다. 두 설명 모두 사업자의 전망이다.

영국 규제당국도 해외 규제기관의 평가를 활용해 중복을 줄이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독립적인 판단은 유지한다. GDA 역시 개별 부지의 건설·환경·계획 허가와 분리된 절차다. 미국에서 검토한 자료가 있다는 사실과 영국에서 발전소를 지을 수 있다는 결론 사이에는 여전히 심사가 놓여 있다.

이 차이는 표준설계의 사업성을 읽는 데도 중요하다. 반복 적용이 실질적인 이점이 되려면 설계 경험뿐 아니라 규제 심사에서 축적된 자료도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심사 과정에서 무엇을 얼마나 보완해야 하는지에 따라 후속 사업의 조건은 달라질 수 있다.

엑스에너지와 센트리카의 개발계획이 진전되는 것과 DL이앤씨의 사업이 확대되는 것은 연결돼 있지만 동일한 사건은 아니다. 기술의 해외 진출은 기회를 넓힌다. 그 기회를 회사의 몫으로 만드는 것은 다음 계약이다.

DL이앤씨의 SMR 경쟁력은 '6GW 시장에 이름을 올렸다'는 문장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한 번 만든 설계가 실제 현장에서 반복되고, 그 경험이 다시 일감으로 돌아오는지를 확인할 때 비로소 드러난다.

[폴리뉴스 박수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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