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유리지갑 털면서 곳간 텅텅…건보·고용보험 재정건전성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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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유리지갑 털면서 곳간 텅텅…건보·고용보험 재정건전성 '경고등'

르데스크 2026-09-17 16:58:58 신고

3줄요약

직장인과 사업주가 부담하는 사회보험료 지출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정작 사회보험 기금의 재정 건전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건강보험은 보험료 수익이 약 4조원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당기손익은 1조4000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고용보험기금 역시 보험료 수익이 6600억원 넘게 증가했지만 무려 2조6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또 장기 연체채권과 부실채권, 부정수급 등 재정 누수를 키울 수 있는 악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성실하게 보험료와 세금을 내는 납세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지출 효율화와 재정 누수 차단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건보료 4조 더 걷고도 1.4조 적자…불어나는 지출·연체채권에 건전성 '빨간불'

 

건강보험은 개인의 질병이나 부상에 따른 의료비 부담을 사회가 공동으로 분담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사회보험이다. 보험 가입자는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로 분류된다.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재산에 따라 책정된 보험금을 본인 스스로 부담하고 직장가입자는 급여의 일정 비율로 보험금이 부과되고 이를 가입자 본인과 소속 기업이 각각 나눠서 부담한다. 이런 식으로 모인 보험료에 정부지원금 등이 더해져 건강보험 재원이 마련된다. 건강보험 재원은 병원·약국 등에 지급하는 진료비와 약제비를 비롯해 건강검진, 임신·출산 진료, 재활·예방 등 각종 의료비에 사용된다. 가입자는 진료비 일부만 본인부담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식이다.

 

▲ 직장인과 사업주가 부담하는 사회보험료 지출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정작 사회보험 기금의 재정 건전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도심을 오가는 직장인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4년 말 기준 건강보험 전체가입자 중 직장가입자와 그 피부양자의 비율은 70%에 달하며 나머지는 지역가입자다. 사실상 직장가입자가 건강보험 재원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올해 직장가입자 건강보험료율은 7.19%로 근로자와 사업주가 각각 3.595%씩 부담한다. 소득구간별로 요율이 높아지는 누진 방식은 아니지만 보수월액에 일정 비율을 적용하는 구조여서 임금이 오르면 납부액도 늘어난다. 여기에 건강보험료의 13.14%에 해당하는 장기요양보험료가 별도로 붙는다. 월 보수가 300만원인 직장인을 예로 들면 전체 건강보험료는 21만5700원이며 이 가운데 근로자 부담액은 10만7850원이다. 장기요양보험료 약 1만4171원을 더하면 월급에서 공제되는 금액은 매달 약 12만2021원, 연간 약 146만4000원 수준이다.


그런데 최근 수많은 직장인들의 땀과 노력이 서린 건강보험 재정 운용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재원을 운용·관리하는 기구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의 재정 건정성에 '빨간불'이 켜진 탓이다. 르데스크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와 수입·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공단의 보험료 수익은 98조8172억원으로 전년(94조9019억원)보다 3조9153억원(4.1%) 증가했다. 일반사업장 보험료 수익은 75조7624억원에서 78조3598억원으로 2조5974억원, 지역가입자 보험료 수익은 10조7304억원에서 11조7177억원으로 9873억원 각각 늘었다. 보험료 수익 증가에 힘입어 국고지원금과 사업수익을 포함한 건강보험 부문 영업수익은 전년 대비 4.1% 증가한 102조127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건강보험급여비와 사업·관리비 등 영업비용은 99조1880억원에서 105조5157억원으로 6.4% 증가했다. 영업비용이 가파르게 증가함에 따라 영업손실 규모는 2024년 1조1275억원에서 지난해 3조3884억원으로 3배 가량 확대됐다. 금융 및 기타수익을 반영한 건강보험 부문 당기순손익 역시 직전해 1조4287억원 흑자에서 1조3679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손익 부분의 부진 속에서 공단이 제때 회수하지 못한 채권도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연체 매출채권은 5조6209억원, 연체 미수금 등 기타채권은 5조1986억원 등으로 총 10조8195억원에 달했다. 전년(10조2665억원) 대비 5530억원 증가한 규모다. 이 가운데 연체 기간이 3년을 넘긴 장기 연체 채권은 4조8928억원(매출채권 1조6737억원, 기타채권 3조2191억원)으로 전체 연체채권의 45.2%를 차지했다.

 

▲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 현황.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회수 가능성이 낮아진 채권이 늘면서 건보공단의 재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건보공단은 매출채권과 미수금 등 총 20조1865억원 가운데 5조2031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했다. 대손충당금은 보유한 채권 중 앞으로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미리 손실 가능분으로 반영한 것으로 전체 채권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회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해 장부에서 제거한 채권도 상당했다. 지난해 건보공단이 제각한 채권은 매출채권 2747억원, 기타채권 1591억원 등 총 433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제각(제거)액 4451억원을 더하면 최근 2년간 장부에서 제거된 채권은 8790억원에 달한다. 단, 채권을 제각하더라도 법적 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어서 추심은 이어나갈 수 있다.

 

건보공단의 건전성은 국민 혈세 덕분에 간신히 최악의 수준은 면한 모습이다. 건보공단의 정부 순지원 수입은 2021년 11조7422억원에서 지난해 15조6707억원으로 약 4년 만에 3조9285억원 증가했다. 또 국고지원금과 과징금지원금, 차상위계층 지원금 등이 포함된 보조금은 같은 기간 9조5209억원에서 13조4614억원으로 늘었다. 정부는 올해도 건강보험사업 일반회계 13조5355억원, 장기요양사업 일반회계 2조3252억원, 사회보험 통합징수사업회계 1278억원 등 총 15조9885억원을 공단에 지원할 계획이다. 건강보험사업 지원액에는 정부의 일반회계 지원금과 담배부담금을 재원으로 한 국민건강증진기금 지원금, 농어촌 보험료 경감지원금 등이 포함된다.

 

전문가들은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보험료율 인상이나 국고지원 확대에 앞서 장기 연체채권과 미수금에 대한 관리부터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기용(전 한국세무학회 학회장)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건강보험 재정에는 가입자와 사업주가 납부한 보험료뿐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막대한 국고지원금도 투입되고 있다"며 "국민의 피와 땀이 서린 공적 재원이 투입되는 만큼 장기간 회수하지 못한 채권이 왜 발생했고 채권 제각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회수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료와 정부지원금은 계속 늘어나는데 연체채권과 대손 비용까지 함께 증가한다면 결국 성실하게 보험료를 내는 국민의 부담만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재정 부족을 보험료 인상이나 국고지원으로 메우기에 앞서 고액·상습 체납과 부당 지급을 예방하고 환수율을 높이는 등 재정 누수를 차단하는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600억 더 징수한 고용보험료, 2.6조 적자…부정수급·부실채권 관리도 구멍

 

▲ 고용보험기금 재정 현황.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고용보험을 둘러싼 건전성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용보험은 근로자의 실직에 따른 생계 불안을 완화하고 재취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사업주의 고용 유지와 근로자의 직업능력 개발, 출산·육아에 따른 소득 공백 등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되는 사회보험이다. 근로자와 사업주가 납부한 보험료는 고용보험기금에 적립돼 구직급여와 조기재취업수당, 육아휴직급여·출산전후휴가급여, 고용유지지원금, 직업훈련비 등에 사용된다. 고용노동부가 기금을 관리하며 보험료 수입 외에도 정부의 일반회계 지원금과 기금 운용수익 등이 재원으로 활용된다.

 

올해 직장가입자 고용보험료율은 1.8%로 근로자와 고용주가 각각 0.9%씩 부담한다. 건강보험과 동일하게 소득구간별로 요율이 달라지는 누진 방식은 아니지만 월 보수에 일정 비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임금이 오르면 납부액도 늘어난다. 월 보수가 300만원인 직장인을 예로 들면 매달 고용보험 보험료는 총 5만4000원이며 이 가운데 근로자 부담액인 2만7000원이 월급에서 공제된다. 연간으로 환산했을 땐 근로자와 사용자가 각각 32만4000원씩, 총 64만8000원을 부담하게 된다. 또한 고용주는 이와 별도로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 보험료를 추가 납부해야 한다. 요율은 150인 미만 기업 0.25%, 150인 이상 우선지원대상기업 0.45%, 150인 이상 1000인 미만 기업 0.65%, 1000인 이상 기업과 국가·지방자치단체 0.85% 등이다.

 

르데스크가 고용보험기금 결산보고서와 수입·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사회보험수익은 19조408억원으로 전년(18조3784억원) 대비 6625억원(3.6%) 증가했다. 사회보험수익은 근로자와 사업주에게 부과한 고용보험료를 회계상 수익으로 인식한 금액이다. 반면 같은 기간 실업급여와 출산·육아 지원 등에 쓰인 사회보험비용은 17조5346억원에서 21조9300억원으로 4조3955억원(25.1%) 급증했다. 사회보험비용 증가율이 보험료 수익 증가율의 약 7배에 달한 셈이다. 기금 전체를 놓고 봐도 비용이 수익을 크게 앞질렀다. 전체 수익은 2024년 19조6762억원에서 지난해 20조5986억원으로 4.7% 늘었지만 같은 기간 비용은 18조8816억원에서 23조1741억원으로 22.7% 급증했다. 이에 따라 일반적인 손익 개념으로 환산한 재정수지는 2024년 7947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2조5755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 노사정 고용보험 태스크포스(TF)가 제도 개편 전 기준으로 추산한 결과, 현행 제도가 유지될 경우 실업급여 계정의 누적 부족액은 2035년 29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 수급자격 신청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출 증가의 결정적 요인으로는 실업급여를 포함한 고용안전망 확충과 출산·육아 지원 등을 포괄하는 고용평등증진 분야의 비용 확대가 지목됐다. 지급 의무가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집계한 고용안전망 확충 분야의 총원가는 2024년 13조1026억원에서 지난해 13조7654억원으로 6627억원 증가했다. 고용평등증진 분야의 총원가는 같은 기간 3조6521억원에서 7조4932억원으로 두 배 넘게 불어났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구직급여와 모성보호·육아지원 사업비를 증액하는 대신 여유자금 운용계획을 8조3842억원에서 6조3428억원으로 축소했다. 당초 여유자금으로 운용하려던 재원 일부를 급여 사업에 투입한 것이다. 지출 확대는 기금의 재정상태 악화로 이어졌다. 지난해 말 자산은 11조6538억원으로 전년보다 4739억원 감소한 반면 부채는 35조6507억원으로 1조8989억원 증가했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21조6242억원에서 -23조9970억원으로 적자 폭이 2조3728억원 확대됐다. 정부의 일반회계 전입금도 2024년 4000억원에서 지난해 5500억원으로 1500억원 늘었다.

 

실업급여 계정의 중장기 재정 부담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장부상 적립금은 약 1조8000억원이지만 공공자금관리기금 차입금을 제외한 실질 적립금은 약 6조원 적자 상태다. 노사정 고용보험 태스크포스(TF)가 제도 개편 전 기준으로 추산한 결과 현행 제도가 유지될 경우 실업급여 계정의 누적 부족액은 2035년 29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고용보험기금과 별도로 취약계층의 생활안정을 지원하는 근로복지진흥기금에서도 신용보증에 따른 회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근로복지진흥기금 재무제표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자신용보증사업의 대위변제액은 858억264만원으로 전년(295억5529만원)보다 190.3% 증가했다. 대위변제는 기금의 보증을 받아 대출받은 근로자나 실직자가 원리금을 갚지 못할 경우 기금이 금융기관에 대신 상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금이 채무자로부터 돌려받아야 할 장기구상채권도 2024년 말 1239억5151만원에서 지난해 말 1937억7425만원으로 56.3% 늘었다. 장기구상채권 대손충당금도 894억5964만원에서 1500억663만원으로 67.7% 증가했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회보험은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유지되는 제도인 만큼 보험료를 얼마나 걷느냐뿐 아니라 걷은 돈이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인구·고용구조 변화와 급여 지출 전망을 반영해 보험료 수입과 지출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재정 운용체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험료를 더 걷는 방안을 논의하기에 앞서 부정수급 적발과 환수 체계를 강화하고 반복수급 제도를 합리적으로 정비하는 동시에 부실채권의 발생 원인과 회수 과정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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