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빌려준 70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하자 채무자의 사무실을 찾아가 김칫국물을 뿌린 70대 여성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형사8단독 박성수 판사는 폭행치상 및 재물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A(75·여)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수년 전 빌려준 70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하자 채무자의 사무실을 찾아가 김칫국물을 뿌린 70대 여성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로, 실제 모습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7000만 원 돌려받지 못하자 채무자 사무실 찾아가
A 씨는 지난해 6월 25일 오전 11시 40분께 전북 전주시 덕진구의 한 방문판매 사무실을 찾아가 B(62) 씨에게 김칫국물이 담긴 봉지를 던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봉지는 충격으로 터졌다. A 씨는 터진 봉지를 다시 집어 들고 휘둘렀고, 안에 있던 김칫국물이 사무실 벽과 천장, 컴퓨터 등에 흩뿌려졌다.
이들의 갈등은 돈 문제에서 시작됐다. A 씨의 남편은 2019년 B 씨 부부에게 7000만 원을 빌려줬지만 돈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남편을 대신해 김칫국물이 든 봉지를 가지고 B 씨의 사무실을 찾아갔다가 범행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 등에 비춰 피고인의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은 불리한 정상”이라면서도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 등 여러 양형 조건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폭행으로 상해 발생하면 폭행치상 적용
형법은 사람의 신체에 폭행을 가한 행위를 폭행죄로 규정한다. 현행 형법 제260조 제1항에 따르면 사람의 신체에 폭행을 가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할 수 있다.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일반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면 그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폭행을 가한 결과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하면 형법 제262조의 폭행치사상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 제262조는 폭행죄 또는 특수폭행죄를 저질러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형법 제257조부터 제259조까지의 규정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다. 폭행 행위 자체에 대한 처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한 상해 결과까지 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 구조다.
[인포그래픽]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이에 따라 폭행으로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폭행치상의 경우 형법 제257조 제1항의 상해죄에 정해진 형을 적용한다. 해당 조항은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물건의 효용 해치면 재물손괴죄 성립 가능
재물손괴죄는 다른 사람의 물건을 물리적으로 부수는 경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이나 문서,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거나 숨기는 행위뿐 아니라 그 밖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친 경우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다. 현행 형법상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대법원은 재물의 효용을 해친다는 의미를 물건을 본래의 사용 목적에 맞게 쓸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구적으로 파손되지 않았더라도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면 재물손괴죄에서 말하는 효용 침해에 포함될 수 있다는 판단도 제시했다.
건물이나 물건의 외형에 물리적인 파손이 생겼는지만으로 성립 여부가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은 건조물 등에 오물을 투척한 행위가 문제가 된 사건에서 건물의 용도와 기능, 미관을 해친 정도, 원상회복의 난이도와 비용, 행위가 지속된 시간과 당시 상황 등을 함께 살펴 효용이 침해됐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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