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유도제를 먹고 운전하다 기억을 잃은 운전자가 생계형 운전면허를 구제받을 수 있는지 문의했다. /셔터스톡
극심한 스트레스로 불면증과 우울증을 앓던 A씨. 최근 이틀간 잠을 거의 자지 못한 상태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경찰 조사를 앞두게 됐다.
A씨는 운전 당시 상황에 대한 기억이 상당 부분 없다고 했다. 다행히 인명이나 재산 피해는 없었지만, A씨는 생계가 걸린 운전면허가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처벌을 감수하겠다는 A씨. 하지만 면허 취소만큼은 피하고 싶다. 과연 A씨는 면허를 지킬 수 있을까?
변호사들 "구제 쉽지 않지만…의료기록·생계 필요성 입증하면 감경 여지"
변호사들은 처방약 복용 사실만으로 약물운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다만 면허취소 처분에 대해 행정심판 등으로 다퉈볼 여지는 있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유한) 텍스트 박종태 변호사는 "인적·물적 피해가 전혀 없었던 점, 의료진의 정식 처방에 따른 복용인 점, 극심한 수면부족 상태였다는 점은 무단 약물 오남용과 구분되는 결정적 양형 사유"라고 설명했다.
특히 "운전이 생계 유지에 필수적이라는 점은 행정심판에서 처분을 감경받기 위한 강력한 주장 근거가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신중한 의견도 있었다. 다봄 법률사무소 김태환 변호사는 "약물운전 면허취소는 음주운전과 달리 행정심판 감경 기준 자체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생계 필요성 등 정상만으로 감경받기는 음주 사건보다 훨씬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적으로 약물운전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다.
법무법인 도아 오수비 변호사는 "약물운전은 음주운전과 달리 구제 폭이 넓지 않은 편이라, 처분 사유와 절차상 하자, 운전 필요성, 재발방지 노력 등을 중심으로 다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결국 핵심은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는지를 입증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유수 유수빈 변호사는 "약물이 검출됐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원인이 약물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섣불리 ‘약 때문에 운전을 이상하게 했다’고 인정해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조사, '기억 안 난다' 추측 진술은 금물
변호사들은 첫 경찰조사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준비 자료로는 ▲처방전 ▲진료기록부 ▲의사소견서 ▲재직증명서 ▲근무평가서 등을 꼽았다.
진술 시 태도에 대한 조언도 나왔다.
법무법인로웰 김훈희 변호사는 "'처방약이라 괜찮다고 생각했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은 주의의무를 가볍게 본 것처럼 들릴 수 있다"며 "처방 경위는 설명하되, 운전 판단이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추측해 진술하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할 행동으로 꼽혔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조사 시 고의성이 없었음을 강조하되 법 위반 사실은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형사 절차 결과를 기다리다 행정처분 불복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법무법인 해방 전우석 변호사는 "면허취소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은 60일, 행정심판은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며 "형사 결과를 기다리는 사이 이 기간이 지나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Copyright ⓒ 로톡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