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인터뷰] '데뷔 26년' 위기감 느낀 박해일 "이제 달려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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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인터뷰] '데뷔 26년' 위기감 느낀 박해일 "이제 달려가 볼까?"

뉴스컬처 2026-09-17 11:33: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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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 박해일.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암살자(들)' 박해일.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저는 가진 것이 많은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작품을 할 때마다 있는 것 없는 것 다 끌어다가 씁니다. 잘하나 못하나 그렇게 쏟아붓고 나면 빠져나올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죠."

2000년 연극 '청춘예찬'으로 데뷔해 영화 '살인의 추억' '연애의 목적' '괴물' '이끼' '최종병기 활' '은교' '덕혜옹주' '헤어질 결심' 등 장르를 불문하고 스크린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배우 박해일이 이렇게 말했다.

올해 추석 영화 '암살자(들)'로 4년 만에 스크린 복귀를 앞둔 박해일을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작품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비롯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암살자(들)' 박해일.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암살자(들)' 박해일.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박해일은 극 중 무수한 검열과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신문사 사회부 부장 '재환' 역을 맡았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기자 역할을 맡은 그는 묵직한 카리스마와 인간적인 온기를 동시에 담아내며 시대를 기록하는 언론인의 모습을 밀도 높게 그렸다.

언론 시사회를 통해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다는 박해일은 "이 시기가 되면 굉장히 부끄럽다. 잘했든, 못했든 제 것만 보는 시점이다"라며 미소 지었다.

이어 처음으로 '기자'를 연기한 것에 대해 "2000년에 데뷔했다. 1년마다 작품 한 편에 출연했다고 했을 때 최소 26번 기자를 만난 것이다"라며 "처음 '암살자(들)' 제안을 받았을 때 호기심이 생기더라. '이건 해야겠다' 싶었고, 흥미로운 마음과 함께 '잘해보고 싶다'고 느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해일은 "부장이라는 직책이 부담됐다. 한편으로는 내가 '부장'을 연기할 나이가 됐구나 싶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영화 '암살자(들)' 박해일.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암살자(들)' 박해일.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재환'이라는 인물은 어떻게 그리려고 했을까. 그는 "배우는 희로애락이 담긴 다양한 역할과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직업이다. 그래서 기준점을 두기보다 유연해야 한다"라며 "감독님과 '재환'의 과거부터 결혼 여부 등 대본에 나와 있지 않은 전사에 관해 많이 이야기했다. 그렇게 빌드업을 하며 콘셉트를 잡아 갔다. 무엇보다 감독님이 '영부인 저격 사건'에 집중하는 캐릭터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그 부분을 염두에 뒀고, 그에게 가족이라 하면 신문사 팀원일 것 같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후반부, 박해일이 '자유언론실천선언문'을 읽는 장면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압도적인 몰입감과 함께 묵직한 울림을 준다. 박해일은 "작품마다 대본에 레벨 체크를 한다. 이 작품에서는 4~5군데 정도 있었다. 자유언론실천선언문을 읽는 장면은 난이도 상급이었다"라며 "주조연, 단역 할 것 없이 그 공간에 있는 기자들끼리 자연스럽게 연대가 생기더라. 오랜 시간 결속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다. 선언문을 외칠 때 그들의 온도가 저보다 더 뜨겁게 느껴질 정도였다"고 떠올렸다.

영화 '암살자(들)'.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암살자(들)'.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이어 "내가 서퍼라고 했을 때 파도가 얼마나 높을지 모르겠지만, 그대로 그 파도의 성질을 타보자고 생각하며 선언문을 읽었다"라며 "결국 대사가 씹히기도 했다. 감독님은 오히려 자연스럽다며 그대로 가자고 하시더라. 사실 계산대로 될 연기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26년 동안 배우로 생활했다. 늘 변함없이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 몸에 밴 듯했다. 앞서 '암살자(들)'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은 "박해일이 자신이 촬영할 장면이 없을 때도 현장에 나와 리액션을 도왔다"며 칭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해일은 "늘 현장에 미리 가보는 스타일이다. 스스로에게 유리한 방식인 것 같아서 그렇게 하고 있다"라며 "이민호 배우의 공중전화 장면이 첫 촬영이었다. 그래서 가봤다. 극 중에서 이민호가 전화를 걸 때 신문사 안에서 제가 전화를 받는다. 어차피 받는 장면을 따로 찍어야 해서 리허설 개념으로 해봤다. 또 그가 어떻게 준비했고, 어떻게 연기하는지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해일은 "사실 민망해서 이야기 안 했겠지만, 이민호도 자신의 촬영이 없을 때 현장에 왔다. 얼마나 작품과 역할에 녹아들고 싶은지 읽혔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신문사 공간의 경우 전주에 있는 오픈 세트였는데 미술팀이 굉장히 공들여서 만들었다. 70~80% 정도 완성됐을 때 미리 내려가서 공간을 느껴봤다"라며 "신문사 부장 역할이 오랫동안 그 공간 안에서 결과물을 내왔던 사람이기 때문에 익숙함이 필요할 것 같았다. 걸어보고 앉아보고, 타자기도 쳐 봤다.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정신없을 것 같아서 미리 다 해봤다"고 했다.

영화 '암살자(들)' 박해일.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암살자(들)' 박해일.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2022년, 박해일은 박찬욱 감독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제43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춘사영화제, 부일영화상, 대종상도 휩쓸었다. 계속해서 전성기를 갱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를 톱배우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런데 꽤나 긴 공백을 가졌다. '헤어질 결심' 이후 4년 만에 관객을 만난다. 애초 박해일은 다작하지 않는 배우로 유명하다. 항상 공백이 긴 이유가 뭘까.

그는 "저는 가진 것이 많은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작품을 할 때마다 있는 것 없는 것 다 끌어다가 쓴다. 잘하나 못하나 그렇게 쏟아붓고 나면 빠져나올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박해일은 "그런데 이제 나이가 많이 차지 않았나. 그렇게 가면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느껴지더라. 더 기운을 내서 쉬지 않고 힘을 쓰는 방식으로 가 보려고 한다. 계속해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세팅값을 바꾸자고 생각했다"라며 "제가 전체적으로 많이 느린 편이다"고 했다.

박해일은 유해진과 더불어 극장 영화를 지키고 있는 배우다. 지금까지 드라마 출연은 고작 4편이며 이중 2편이 카메오였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 OTT 출연작은 없다.

그는 "극장 영화 말고도 할 수 있는 매체가 여럿 있다는 걸 알고 있다. OTT도 똑같은 연기겠지만 호흡의 길이나 매체를 다루는 태도 등이 다르지 않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아서 망설였다"라며 "하던 걸 해야 할지, 겸해서 해야 할지, 갔다가 스크린으로 돌아와야 할지 고민했던 것 같다. 애초에 '하던 거나 잘하자' 주의여서 그렇다. 이제서야 좀 '달려가 볼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언젠가는 (OTT도) 할 것 같다. 지금의 것만 지키겠다는 마음은 없다"며 웃었다.

'암살자(들)'은 오는 23일 개봉한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g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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