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류석만 기자] 대전시가 한 해 동안 집행한 예산을 놓고 대전시의회가 강도 높은 결산 심사에 나섰다.
8조 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사업별 집행률 저조와 반복적인 이월·불용, 부정확한 예산 추계, 사업 간 중복, 성과관리 부실 등 재정 운용의 허점이 곳곳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대전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11일과 14일 이틀간 2025회계연도 대전시 일반·특별회계 결산과 예비비 지출, 기금결산을 심사하고 원안대로 의결했다.
대전시의 2025회계연도 일반·특별회계 예산현액은 ‘8조2178억6200만 원’으로 전년보다 10.5% 증가했다.
세입결산액은 8조 2707억200만 원, 세출결산액은 7조 7131억7600만 원이며 기금 규모도 8673억8800만 원에 달한다.
문제는 예산의 규모가 아니라 ‘그 돈이 당초 목적대로,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이어졌느냐’였다.
■ ‘돈은 잡아놓고 못 썼다’…불용·이월 곳곳서 지적
예결위원들은 결산 과정에서 단순히 예산이 얼마나 집행됐는지를 넘어 사업 계획과 실제 집행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자연장지 조성사업의 반복적인 이월, 스마트도시 사업의 장기 이월,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국비 반납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됐다.
폭염대책비와 주민참여예산 등에서도 집행잔액이 발생한 만큼 사업 추진 전부터 실제 수요와 현장 여건을 제대로 따져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예산을 확보해 놓고 제때 쓰지 못하거나 국비까지 반납하는 일이 반복될 경우 결국 다른 시민사업에 투입할 수 있었던 재원이 묶이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 복지예산도 ‘집행률’보다 실제 효과 따져야
복지 분야에서는 예산 집행 자체보다 ‘지원이 실제 시민의 삶을 바꾸고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최대성 예결특위 위원장은 자활성공금 사업의 낮은 집행률을 지적하며 탈수급 이후 의료·주거 지원 감소와 저임금 문제 등을 고려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주문했다.
부모급여 사업 역시 반복적인 예산 감액과 증액이 이뤄진 점을 지적하며 지급 대상 추계와 예산 산출 근거를 보다 정확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로식당 무료급식과 경로당 지원사업의 집행잔액 및 단가 문제, 대체교사 부족에도 관련 예산을 불용·반납한 문제, 최중증발달장애인 지원사업의 낮은 이용률 등도 도마에 올랐다.
시민에게 필요한 복지서비스는 예산이 남는 것이 성과가 아니라 ‘필요한 사람에게 제때 전달되는 것이 성과’라는 지적이다.
■ 청년사업도 ‘지원했다’로 끝나선 안 돼
청년정책 역시 단순한 지원 실적을 넘어 실제 정착으로 연결되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미래두배청년통장의 경우 중도해지와 통장 미개설 사유를 세분화하고 6개월·12개월 유지율과 미납률 등을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청년 월세 지원사업은 국비·시비 사업 간 선정기준을 면밀하게 비교해 실질적인 주거 지원으로 이어지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왔다.
청년 인턴사업도 단순 참여 인원보다 고용유지율과 퇴사 사유 등을 추적해 실제 지역 정착으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전청년내일재단 등 기관 간 청년정책의 중복 문제도 제기되면서 청년정책 전반을 조정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 축제·홍보비·문화사업도 ‘효과 검증’ 도마
대규모 행사와 문화사업도 예외가 아니었다.
정근모 의원은 언론홍보비가 특정 축제와 매체에 편중되는 문제를 지적하고 시민 생활과 직접 연결되는 홍보와 투명한 집행 기준을 주문했다.
대전 0시축제의 경제효과와 예산 집행 문제, 베이스볼 드림파크 사업비 증액과 좌석 축소 등 대형 사업의 실효성도 점검 대상이 됐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공연 횟수를 늘리는 데 집중하기보다 시민 만족도와 공연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대전예술의전당의 노후 시설과 음향 문제를 비롯해 유사·중복 문화행사, 충청유교 관광브랜드 사업의 콘텐츠 부족 등도 지적됐다.
■ “사업 많다고 성과 아니다”…재정 운용 전반 재점검 요구
예결위 심사에서는 개별 사업의 문제뿐 아니라 대전시 재정 운용 방식 자체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랐다.
김신웅 의원은 대전연구원의 정책 연구가 실제 행정에 얼마나 반영됐는지 구체적인 성과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라이즈 사업의 지방비 매칭에 따른 재정 부담과 긴급복지 예산의 적기 집행 문제도 짚었다.
김미희 의원은 보조금 사업의 공모·선정 과정에서 형평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향기 의원은 여성가족원과 성평등 관련 기관·프로그램의 중복과 예산 비효율을 지적하며 불필요한 사업과 인건비를 조정해 폭력피해자 보호 등 실질적인 복지에 재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재철 의원은 해외사무소 운영의 정산 지연과 현지 인력 전문성 문제를 지적하며 운영 성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요구했다.
■ 도시 인프라도 ‘늦장 행정’ 질타
도시 기반시설과 소방 분야에서는 사업 지연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구본환 의원은 장기간 지연되고 있는 중부소방서 신축사업의 조속한 추진과 함께 향후 활용을 고려한 주차공간 확보를 주문했다.
청벽산공원사거리~엑스포아파트 간 도로 확장사업과 대덕특구 동측진입도로 개설사업 등 주요 도로사업도 차질 없는 추진을 촉구했다.
트램 건설 과정에서는 성별·연령·교통약자별 이용 특성을 반영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 결산은 끝이 아니라 ‘다음 예산’의 출발점
예결위가 이번 결산 심사에서 공통적으로 제기한 문제는 결국 하나로 모인다.
예산을 확보하는 것보다 제대로 쓰는 것이 중요하고, 집행하는 것보다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대성 위원장은 결산심사를 마무리하며 예산 집행의 적정성과 재정운영 성과를 면밀히 분석해 향후 예산 편성과 재정운영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결산안은 오는 21일 열리는 대전시의회 제3차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8조 2178억 원 규모의 대전시 예산이 내년도 예산 편성에 어떻게 반영될지, 이번 결산에서 지적된 ‘불용·이월과 사업 중복, 부정확한 추계, 성과관리 부실 문제가 실제 개선으로 이어질지’가 향후 대전시 재정 운용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