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찬희 기자
전셋값이 치솟고 전세자금대출 문턱까지 높아지면서 임차 대신 주택 매입을 선택하는 실수요자가 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가 덜한 생애최초 매수자를 중심으로 매매 전환이 빨라지는 모습이다.
15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8월 서울 집합건물(아파트·연립·오피스텔 등) 생애최초 매수인은 9741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은 규모로, 지난 7월 8460명과 비교해 한 달 새 15.1% 늘었다. 올해 초 7000명 안팎이던 생애최초 매수인은 4월 7968명으로 올라선 뒤 6월 7629명, 7월 8460명으로 증가세를 이어가다 8월에는 9000명을 넘어섰다. 1~8월 누계는 5만9201명에 달했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에는 일반 주택 구입보다 상대적으로 완화된 대출 기준이 적용되는 만큼 자금 여력이 크지 않은 20·30대 실수요자의 매수 여건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전세 매물 부족으로 매매로 전환하는 수요와 주택 구입을 저울질하던 실수요층의 움직임이 맞물린 점도 생애최초 매수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무주택 실수요자의 매매 전환을 부추기는 배경에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 서울 집값이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2월 첫째 주부터 올해 9월 첫째 주까지 83주 연속 상승했다. 9월 첫째 주 상승률은 0.20%로 8월부터 한 달째 0.2%대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누적 상승률은 17%를 넘어섰다. 현재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역대 최장 상승 기록을 새로 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셋값 자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오른 점도 매매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8월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약 4억7515만원으로 신혼부부 전용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의 수도권 임차보증금 기준인 4억원을 넘어섰다. 전셋값만 놓고 보면 수도권 아파트 상당수가 저리 정책대출 대상에서 벗어나는 셈이다.
전세자금대출 이용도 크게 줄었다. 신규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은 지난해 12만4959건으로 전년보다 42.1% 감소했다. 신혼부부 전용 버팀목 대출은 2023년 3만3149건에서 지난해 1만4196건으로 57.2% 급감했다.
공급 부족도 집값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올해 임대를 제외한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7210가구로 지난해(3만2370가구)보다 46.8% 감소했다. 2022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신축 아파트 희소성이 매매가격과 전셋값을 함께 끌어올리면서 '더 늦기 전에 사야 한다'는 심리가 젊은 실수요자의 매수세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전세를 낀 주택 매입이 제한된 데다 전세 공급도 위축되면서 전세시장 매물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셋값 상승과 전세대출 규제 여파로 생애최초 등 실수요자의 매매 전환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금리가 추가로 오를 경우 대출 의존도가 높은 수요층부터 위축되면서 거래가 줄고 지역별 시장 온도차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을 이사철에는 전세 매물 부족에 월세 전환까지 겹치면서 임대료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Copyright ⓒ 뉴스웨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