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역사에는 시대의 변화와 사람들의 삶이 함께 담겨 있다. 폴리뉴스는 은행의 역사와 현장을 통해 금융의 역할을 살펴보는 연재를 이어간다. 이번에는 신한은행이 운영하는 한국금융사박물관을 찾아 사회 발전을 뒷받침해온 금융의 역할과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금융의 가치를 2편에 걸쳐 조명한다.
토요일 오전, 서울 중구 신한은행 광화문역금융센터에 자리한 한국금융사박물관 교육장 앞은 출석을 확인하는 부모와 이름표를 받아드는 아이들로 분주했다. 흙·씨앗·물·빛 왕국으로 나뉜 아이들은 가슴에 이름표를 붙인 채 재잘거리며 수업을 기다렸다.
이날 수업은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화폐왕국 모험기, 물품화폐를 찾아라!'였다. 강사는 한국금융사박물관을 "돈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한 뒤 아이들에게 이날 찾아볼 대상이 '물품화폐'라고 설명했다. 먼저 문제를 푼 아이가 같은 팀 친구를 도와야 한다는 당부도 이어졌다.
박물관 관계자는 학기 중에는 주말, 방학에는 평일에 전시 연계 교육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교육 신청은 접수 시작 후 5분 안에, 빠르면 1분도 지나지 않아 마감될 만큼 관심이 높다. 금융교육을 신청하기 위해 초 단위로 시간을 확인했다는 부모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금융은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한편, 개인과 가정의 삶을 지키는 수단으로 기능해왔다. 현금 사용과 은행 방문이 줄어든 시대에도 부모들이 어린 자녀에게 '돈 공부'를 가르치려는 이유다.
1분도 안 돼 마감되는 금융교육...부모들이 '돈 공부'를 서두르는 이유
"구글 시계 켜가지고 초 단위로 봤어요"
경기 구리시에서 초등학교 2학년 자녀와 함께 온 한 부모는 접수 시작 시각에 맞춰 구글 시계를 켜고 신청 버튼을 눌렀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 교육 정보를 찾아 각각 접수한 끝에 함께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 부모는 "자녀가 아직 용돈을 받아 쓰는 정도의 경험을 하고 있고 돈을 바라보는 태도도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당장의 변화를 기대하기보다 어릴 때부터 돈의 의미와 가치를 접하게 하는 데 뜻을 뒀다.
"어렸을 때부터 교육은 중요한 것 같아요. 돈의 가치를 알게 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서울 동대문에서 초등학교 1학년 자녀와 함께 온 어머니는 이같이 말하며 "아이가 일찍부터 돈과 경제를 배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평소 주말 체험활동을 찾다가 저학년 대상 금융교육을 알게 됐으며, 접수는 1분도 되지 않아 마감됐다고 전했다.
부모들의 관심에는 달라진 금융환경도 자리한다. 모바일뱅킹과 간편결제가 일상화되면서 아이들이 은행에 직접 가거나 현금을 만질 기회는 줄었다.
박물관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은행이 어떤 곳인지 의외로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며 "통장을 받아보고 현금을 인출하거나 은행원과 고객 역할을 해보는 경험 자체가 금융교육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옛 화폐도 보고 게임도 하고"...아이들 눈높이로 배운 금융의 원리
활동지를 든 아이들은 전시장에서 옛사람들이 돈으로 사용했던 물건을 찾아 나섰다. "조개가 어디 있지?"라는 목소리와 함께 진열장을 살피던 아이들은 조개를 발견하자 답을 적고 같은 팀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수업은 밥의 재료와 음식이 싱거울 때 넣는 것을 묻는 방식으로 곡식과 소금을 떠올리게 했다. 조개와 소금, 곡식, 옷감 등이 물품화폐로 사용됐지만 무겁고 보관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은 금속화폐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아이들은 고려시대 건원중보와 조선시대 상평통보를 찾고, 초승달 문양이 있는 동전과 물고기 모양의 별전을 관찰했다.
금속화폐에서 지폐, 카드와 모바일 결제로 이어진 변화도 살펴봤다. 코코아를 사는 상황과 가격을 비교하는 경험, 명절에 받은 용돈을 저축하는 사례를 통해 화폐의 교환·가치 표시·가치 저장 기능을 익혔다.
전시 관람 뒤에는 대형 보드게임이 이어졌다. 아이들은 주사위를 던져 화폐 퀴즈와 협동 미션을 수행하고, 부족한 표식은 다른 팀과 교환했다. 정답을 아는 아이가 팀원에게 설명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면서 전시장에서 배운 물물교환과 협력의 원리를 직접 경험했다.
초등학교 2학년 권채아 어린이는 "보드게임과 건원중보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김태경 어린이도 "보드게임이 가장 재미있었고, 옛날 화폐를 처음 본 것이 새로웠다"고 답했다. 화폐의 변화를 따라가는 수업은 돈이 개인의 소유물을 넘어 사람 사이의 교환과 약속을 이어주는 수단이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서로 돕는 은행·젊은 세대의 은행'...신한은행 7B, 다음세대로
아이들이 전시장에서 배운 것은 화폐의 이름만이 아니다. 물품화폐부터 금속화폐와 지폐, 디지털 결제에 이르기까지 금융이 사람들의 필요와 약속을 연결하며 발전해온 과정도 익혔다. 함께 문제를 풀고 필요한 표식을 교환하는 활동에는 신뢰와 협력의 원리가 담겼다.
초등학교 2학년 김서연 어린이는 "박물관을 돌아다니며 화폐를 구경한 활동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새롭게 알게 된 내용으로는 우리나라 화폐가 발전해온 과정을 꼽았다. 전시물과 놀이를 통해 금융의 역사가 아이의 경험으로 바뀐 것이다.
이 같은 교육은 신한은행의 창립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신한은행은 1982년 창립 당시 '나라를 위한 은행', '대중의 은행', '서로 돕는 은행', '믿음직한 은행', '가장 편리한 은행', '세계 속의 은행', '젊은 세대의 은행'이라는 일곱 가지 경영이념 '7B'를 제시했다.
시장 상인을 직접 찾아간 동전교환 카트와 전자금융 서비스가 고객에게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7B의 약속을 구현했다면, 어린이 금융교육은 '서로 돕는 은행'과 '젊은 세대의 은행'이라는 지향을 다음 세대로 잇는 활동으로 볼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박물관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유물이 아니라 관람객"이라고 말했다. 관람객이 유물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함께 생각할 때 금융의 역사와 가치도 더욱 생생하게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나라와 경제를 뒷받침하고 개인과 가정의 삶을 지켜온 금융의 가치는 아이들의 금융 이해력과 올바른 생활습관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개와 소금을 찾고 다른 팀과 표식을 교환한 경험은 금융의 원리와 공동체 정신을 배우는 출발점이 됐다. 사람을 잇고 신뢰를 쌓아온 금융의 가치는 이렇게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있다.
[폴리뉴스 권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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