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86주 연속 상승했다는 사실을 놓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면충돌했다. 오 시장이 이재명 정부의 대출·세금 중심 부동산 정책을 정조준한 직후, 박 의원이 "그 86주 내내 서울시장은 오세훈이었다"며 즉각 반격에 나섰다.
오세훈 서울시장. / 뉴스1
오세훈의 선제 공격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실거주 맹신주의', '세금 만능주의'를 버려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오 시장은 "서울 아파트 가격이 86주 연속 상승하며 문재인 정부 당시 최장 기록인 85주마저 넘어섰다"고 적었다. 이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 월간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이 14.73%로, 노무현 정부(11.68%), 문재인 정부(9.41%)를 웃돈다"고 주장했다.
수치만 보면 상당히 자극적이다. 집권 초기 집값 상승 속도 기준으로 이재명 정부가 역대 정부를 이미 앞질렀다는 논리다.
오 시장이 근거로 제시한 것은 서울시 부동산정책개발센터의 분석이다. 해당 분석에 따르면 6~8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3.5% 상승했다. 자치구별로는 동대문구 5.8%, 금천구 5.4%, 도봉·강서·강동구 각 4.7%, 노원구 4.3%로 비강남권, 서울 외곽 지역의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전세시장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기간 서울 전세가격 평균 상승률이 3.5%인 가운데 성북구는 6.0%, 중랑구 5.5%, 노원·구로구 각 5.0%, 강북구 4.8%로 강남보다 서울 외곽이 더 크게 올랐다.
오 시장은 이를 '풍선효과'로 진단했다. 무차별적인 대출 규제로 수요를 억누르자, 그 수요가 외곽의 중저가 지역으로 밀려났고 결국 매매가와 전세가를 동시에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강남권을 눌렀더니 노원·성북·중랑·도봉에서 풍선이 부풀었다는 것이다.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박주민의 카운터펀치
박 의원은 바로 다음 날 페이스북을 통해 오 시장에게 정면 역공을 가했다.
박 의원은 "오 시장은 서울 집값이 86주 연속 올랐다며 정부를 비판했다"고 전제한 뒤 "그런데 그 86주는 2025년 1월 시작됐다"고 짚었다. 이재명 정부 출범보다 넉 달 이상 앞선 시점이다. 그러면서 "그 86주 내내 서울시장은 오 시장이었다"고 직격했다.
요지는 간단하다. 집값이 86주 연속 올랐다는 바로 그 기간 동안, 서울의 주택 공급을 책임진 사람도 오세훈이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오 시장의 공급 성적표도 함께 들이밀었다. "오 시장 취임 전 52개월과 취임 후 52개월을 비교하면 서울의 주택 인허가는 13.9%, 착공은 36% 줄었다"는 수치다. 취임 전보다 공급이 줄었다면 집값 상승에 서울시 책임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 뉴스1
"시계가 두 개일 수는 없다"
박 의원의 반격에서 핵심은 오 시장의 논리 구조에 대한 지적이다.
박 의원은 "서울시 공급 부족을 지적하면 10~20년 전 이야기를 하면서, 정부를 공격할 땐 출범 1년 남짓 된 정부의 대출과 세금 때문에 지금 집값이 올랐다고 한다"며 "같은 부동산에 시계가 두 개일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오 시장이 서울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박원순 전 시장 시절 탓으로 돌리면서, 동시에 이재명 정부에 대해서는 불과 1년여 치 성적으로 집값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다. 적용하는 '시간의 잣대'가 자신에겐 길게, 상대방에겐 짧게 적용된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이어 "서울 주택 공급의 책임자가 자신의 성적표는 감춘 채 중앙정부 탓만 해서는 아무런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주민 의원. / 뉴스1
정쟁 뒤에 놓인 숫자들
이 공방의 배경에 있는 수치들은 그 자체로 무겁다.
서울 아파트값 86주 연속 상승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역대 최장 기록으로 불렸던 85주를 이미 넘어선 수치다. 이 기록이 세워지는 동안 서울시장은 오세훈이었고, 정부는 이재명이었다. 두 사람 모두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구도다.
매매가 누적 상승률 14.73%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만의 수치다. 단, 이 수치를 해석할 때 유의할 점이 있다. 정권 출범 초기라는 특성상 직전 정부에서 누적된 시장 압력이 반영된 측면도 있다. 집값은 정책이 발표된 날 바로 움직이지 않는다. 대출 규제, 세금 정책, 공급 계획이 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오 시장의 '풍선효과' 진단 자체는 부동산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돼온 현상이지만, 그것이 온전히 이재명 정부의 정책 탓인지, 아니면 더 긴 기간에 걸쳐 누적된 공급 부족의 결과인지는 단순히 한쪽 수치만으로 확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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