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 새 증거가 나왔다. 오 시장은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그 비용을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씨에게 대신 내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시장직 상실형인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김씨가 "명씨의 여론조사가 오 시장과 무관하게 이뤄졌다"는 취지가 담긴 통화 녹음 파일과 녹취록을 발견했다며 증거로 채택해달라고 항소심 재판부에 요청하고 나섰다고 조선일보가 15일 보도했다.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오 시장의 항소심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는 16일 재판에서 이 녹음 파일의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함께 기소된 김씨는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로부터 10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 보고, 그 비용 3300만원을 김씨가 대신 내도록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1심은 명씨가 실시한 여론조사 10건 가운데 5건을 오 시장이 명씨에게 의뢰하고 김씨가 비용을 댄 것으로 보고 유죄로 판단했다.
김씨 측은 지난 11일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2021년 3월 자신과 명씨가 통화한 내용을 녹음한 휴대전화 파일과 녹취록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 녹음 파일은 지난 7월 1심 판결 선고 뒤 제주도 별장에 있던 옛 휴대전화에서 발견했다는 게 김씨 측 설명이다.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재판부는 김씨 측이 낸 녹음 파일의 위·변조 여부가 증명되지 않았고 녹취록에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며 녹취록만 제출하라고 했다. 그러자 김씨 측은 "직접 들어보면 현장감이 있다"며 녹음 파일도 함께 증거로 채택해 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김씨 측이 제시한 2021년 3월 6일 자 녹취록은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이 끝난 직후 김씨와 명씨가 나눈 통화 내용을 옮긴 것이다. 김씨는 명씨가 실시한 여론조사 대부분이 오 시장에게 불리하게 나온 점을 두고 "어쨌든 당신이 오세훈이 이기는 걸로 만들어 준다고 하지 않았냐"고 항의했다.
녹취록에는 김씨가 "내가 진짜 이 사람(오 시장) 돕고 싶어서 일을 했잖아", "거기(오 시장)서 원해서 한 것도 아니고 내 혼자 해가지고", "이런 것도 나는 몰라가지고 내가 너에게 '시장이 뭐라, 어떻게 얘기하더노' 물어보고 있다"고 말하는 대목이 담겼다. 김씨 측은 명씨가 한 여론조사가 오 시장과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 측 역시 이 녹음 파일을 무죄 증거로 보고 있다. 오 시장과 김씨가 사전에 여론조사 의뢰를 상의한 적이 없기에 김씨가 명씨에게 관련 내용을 물어보는 정황이 녹음 파일에 담겼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명씨가 실시한 여론조사 10건 중 5건에 대해 "오 시장의 대납 요청을 받아 김씨가 돈을 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오 시장 측은 김씨와 명씨의 통화 내용을 보면 이런 판단이 잘못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같은 날 공판에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위원장은 명씨에 대해 "나를 이용해 자신을 과시하려 했던 것 같다"며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김 전 위원장은 2020년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명씨를 처음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본인이 마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하고 다녔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를 앞두고 중앙에서 어떻게 해볼까 싶어 김 전 의원을 통해 나를 찾아온 것 같은데 자꾸 과장된 말을 했다"며 명씨의 발언에 호응한 적도 없다고 했다.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재판부가 "명씨는 자신을 김 전 위원장 책사라고 표현했다"고 하자, 김 전 위원장은 "나중에 추론해보니, 나를 이용해 자신을 과시하려 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명씨의 말을 얼마나 신뢰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그 사람 이야기를 신뢰한 적이 없다"고 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실제로 의뢰한 사람이 김 전 위원장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지시하거나 요청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명씨가 누구의 여론조사를 하는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다.
명씨를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과거 만남을 이어간 이유를 묻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질문에는 "나중에 행동을 보니 거짓말을 해서 그렇지 그전까지는 그렇게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고 답했다.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5년간 공직에 취임하거나 임용될 수 없다. 이미 취임한 경우에는 퇴직해야 한다. 1심 형이 그대로 확정되면 오 시장은 서울시장직을 잃는다. 재판부는 오는 16일 공판을 이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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