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ETF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블랙록의 스테이킹형 이더리움 상장지수펀드(ETF) ETHB가 이자를 지급하기 시작했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이자가 없는 기존 펀드 ETHA를 압도적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립토슬레이트에 따르면 9월11일(현지시각) 기준 ETHA의 순자산은 89억6000만 달러(약 12조원, 1달러=1343원 기준)로 ETHB의 10억5000만 달러(약 1조4000억원)를 8배 이상 앞섰다. 스테이킹 보상이 이더리움 ETF의 최대 약점을 해소해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초기 데이터는 정반대 흐름을 보여준다.
“스테이킹 없는 게 최대 약점”이라던 우려, 시험대에 오르다
2024년 7월 미국 현물 이더리움 ETF가 출시됐을 때 스테이킹 기능이 빠진 점은 구조적 약점으로 꼽혔다. 투자자는 이더 가격에는 노출되지만, 네트워크 보안에 참여한 보유자가 받는 보상은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JP모간은 당시 ETF 신고서에서 스테이킹이 빠진 점을 들어 비트코인 펀드보다 수요가 약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트멕스 리서치도 기관투자자들이 스테이킹 없는 상품을 덜 매력적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고, 갤럭시 디지털은 스테이킹을 포기하는 것이 투자자에게 상당한 기회비용이라고 추산했다. 블랙록의 ETHB 출시는 이 우려가 실제로 맞는지 확인할 첫 시험대가 됐다.
ETHB, 이자는 주는데 자산은 ETHA의 8분의 1 수준 / AI 생성 이미지
ETHB, 이자는 주는데 자산은 ETHA의 8분의 1 수준
아이셰어즈 이더리움 트러스트 ETF(ETHA)는 스테이킹 없이 이더 가격에만 노출되는 상품이다. 아이셰어즈 스테이킹 이더리움 트러스트 ETF(ETHB)는 보유 물량 일부를 스테이킹해 그 수익 일부를 주주에게 분배한다. ETHB 상장 당시 ETHA 자산은 약 65억 달러(약 8조7000억원) 수준이었는데, 9월11일 기준으로는 89억6000만 달러까지 늘었다.
2차 시장 거래량 차이는 더 컸다. 같은 날 ETHA의 거래 회전액은 종가 기준 약 18억6000만 달러로 추정되는데, 이는 ETHB의 6180만 달러보다 약 30배 많다. ETHB도 배당을 지급하고 있다. 5월부터 스테이킹 보상을 받기 시작한 이 펀드는 9월10일 지급 기준 주당 0.036487달러를 배당했다.
그러나 파사이드 인베스터스 집계에 따르면 9월11일 순유입액은 ETHA가 1억4880만 달러, ETHB는 1830만 달러에 그쳤다. 이자가 붙었는데도 자금은 여전히 무배당 상품으로 더 많이 흘러간 셈이다. 크립토슬레이트는 ETHA가 상대적으로 오래 자산과 거래 관계, 기관 채택을 쌓아온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짚으면서도, 스테이킹 보상이 가능해진 뒤에도 ETHA 유입이 이어졌다는 점은 “스테이킹 부재가 수요 부족의 핵심 원인”이라는 강한 주장을 무디게 만드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스테이킹의 대가… 수수료 두 겹에 유동성 리스크까지
ETHB는 보유 이더의 75.85%를 스테이킹하고 나머지 24.15%는 스테이킹하지 않은 채로 뒀다(9월10일 기준). 스테이킹하지 않은 물량은 이더가 스테이킹 해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펀드 운영·환매용 유동성으로 쓰인다.
투자자는 두 겹의 수수료를 낸다. ETHB의 연간 스폰서 수수료는 ETHA와 같은 0.25%지만, 3월12일부터 12개월간 첫 25억 달러 자산에 대해서는 0.12%로 낮추는 한시적 면제가 적용된다. 스테이킹 보상에는 별도 수수료가 붙는다. 4월 증권신고서 보충서는 스테이킹 보상 총액의 10%를 수수료로 떼도록 정했는데, 이는 기존 18%에서 낮아진 수치다.
배당은 고정된 수익률이 아니라 조건부다. 블랙록은 실제 받은 스테이킹 보상과 법적 요건, 펀드의 운영·유동성 필요를 감안해 배당 여부와 규모를 결정할 수 있다. ETHB의 증권신고서는 스테이킹 해제 시간이나 가용 유동성이 부족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환매 지급을 늦추거나 현금으로만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담고 있다.
82% 배당 공식과 경쟁 구도… 비트코인 ETF와의 격차는 여전
ETHB는 블랙록이 스테이킹 기능을 넣은 첫 크립토 상품이자 미국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세 번째 스테이킹형 이더리움 상품이다. 나스닥에 상장된 이 펀드는 보유 물량의 70~95%를 스테이킹하며, 투자자는 매달 분배를 통해 스테이킹 보상의 82%를 받는다. 나머지 18%는 트러스트와 커스터디언, 스테이킹 서비스 제공사가 나눠 갖는다.
코인베이스는 ETHB의 주요 커스터디언이자 스테이킹 제공사다. 3월9일 제출된 SEC 수정신고서에 따르면 코인베이스는 스테이킹 보상의 10%를 기본 수수료로 받고, 펀드 운용자산이 200억 달러에 도달하면 이 비율은 6%로 낮아진다. 앵커리지 디지털도 커스터디언으로 이름을 올렸고, 승인된 검증인에는 피그먼트(Figment), 갤럭시 블록체인 인프라스트럭처, 어테스턴트(Attestant)가 포함된다.
경쟁 상품인 그레이스케일의 이더리움 미니 트러스트는 보상의 94%를 투자자에게 주고 관리 수수료는 0.15%다. 그레이스케일의 기존 ETHE는 보상의 77%를 지급하지만 수수료가 2.5%로 더 높다. 지난해 9월 출시된 REX-오스프리 ETH+스테이킹 ETF는 보상 전액을 투자자에게 주고 0.75% 단일 수수료를 받는데, 자산의 13.7%만 이더에 직접 투자하고 나머지는 다른 상장지수상품(ETP)에 나눠 담는다.
한편 비트코인 ETF와 비교하면 시장 전체의 격차가 더 뚜렷하다.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인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는 550억 달러(약 74조원) 넘는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스테이킹 보상이라는 새 카드를 꺼낸 이더리움 ETF들이 아직 합산 자산 100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과 비교하면, 비트코인 ETF의 시장 지배력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크립토슬레이트는 ETHB로의 자금 창출과 ETHA에서의 환매가 동시에 지속적으로 나타나야 실제 자금 이동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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