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차례상 준비가 한창이다. 마트와 시장은 제철 과일과 나물, 전 재료를 사려는 이들로 붐빈다. 차례상 하면 흔히 삼색나물이나 동태전, 소고기뭇국을 떠올리지만 경상도에서는 낯선 음식이 함께 오르기도 한다.
바다와 가까운 지역에서는 해산물을 차례 음식으로 많이 써왔다. 내륙에서도 소금에 절이거나 말려 보관한 생선을 명절 음식으로 마련했다. 같은 경상도 안에서도 집안과 지역에 따라 상차림은 조금씩 다르다. 지금부터 경상도에서만 먹는 추석 음식을 소개한다.
1. 군소
군소는 경상도 음식 가운데서도 남해안의 식재료다. 경북 내륙의 차례상에서 돔배기가 눈에 띈다면, 경남 해안가에서는 생선과 조개류 등 바다에서 나는 식재료가 제사 음식에 많이 쓰인다.
군소는 얕은 바다에서 사는 연체동물이다. 딱딱한 껍데기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흔히 ‘바다 달팽이’라고도 부른다. 검거나 짙은 갈색을 띠는 생김새 때문에 처음 보면 낯설지만 남해안에서는 삶거나 졸여 먹는 일상 식재료다.
군소는 손질 과정이 중요하다. 몸을 가른 뒤 내장과 알 등 먹지 않는 부분을 제거하고 표면에 남은 점액도 깨끗하게 씻는다. 굵은소금으로 문지른 뒤 여러 차례 헹구면 미끈거림을 줄일 수 있다. 식용으로 판매되는 군소라도 손질 상태를 확인한 뒤 조리한다.
깨끗하게 손질한 군소는 먼저 삶는다. 익힌 뒤 얇게 썰어 먹거나 간장 양념에 졸인다. 제사 음식으로 준비할 때는 졸인 군소를 꼬치에 꿰어 올리기도 한다. 간장에 맛술과 물엿, 다진 마늘을 넣고 군소에 간이 배도록 졸인다. 마지막에 참기름과 깨를 조금 넣는다. 오래 익히면 질겨질 수 있어 삶고 졸이는 시간을 지나치게 늘리지 않는다.
2. 돔배기
돔배기는 영천을 중심으로 대구와 경주 등 경북권에서 제사 음식으로 자리 잡은 상어고기다. 영천 재래시장을 비롯해 대구·안동·경주·의성·군위 등에서도 명절을 앞두고 돔배기를 쉽게 볼 수 있다.
돔배기라는 이름은 상어고기를 큼직하게 토막 낸 모습에서 비롯됐다고 알려져 있다. 살을 네모지게 자른 뒤 소금으로 간해 보관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냉장 시설이 흔하지 않았던 시절에도 비교적 오래 보관할 수 있었고, 내륙까지 옮기기 쉬워 경북 여러 지역으로 퍼진 것으로 전해진다.
조리할 때는 먼저 소금기를 확인한다. 간이 센 제품은 물에 가볍게 씻거나 잠시 담가 짠맛을 줄인다. 이후 포를 뜬 돔배기를 꼬치에 꿰어 굽거나 찌며, 집에 따라 탕국 재료로 넣기도 한다.
탕국에는 돔배기 살이나 껍질과 함께 무와 두부 등을 넣고 끓인다. 명절 뒤 남은 돔배기를 다시 탕국에 넣어 먹는 집도 있다. 이처럼 영천과 대구·경주권에서는 돔배기가 명절과 제사 때 익숙하게 찾는 음식으로 자리해 왔다.
같은 경북 안에서도 차례상 구성은 조금씩 다르다. 대구·영천·경주권에서는 돔배기 산적이나 탕국을 자주 올리지만, 안동권에서는 문어를 중요하게 여기는 집안도 많다.
3. 쥐포 튀김
쥐포 튀김은 경남 지역 제사상에서 볼 수 있는 음식이다. 경남은 차례상에 생선과 어패류를 많이 올리는 편이라 말린 생선을 이용한 음식도 함께 이어져 왔다.
다만 평소 간식으로 먹는 쥐포를 그대로 상에 올리지는 않는다. 쥐포를 물에 살짝 불린 뒤 튀김옷을 입혀 튀겨내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생선을 전으로 부치는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재료와 조리법에서 차이가 난다.
쥐포가 너무 마른 상태라면 미지근한 물에 짧게 담가 부드럽게 만든다. 이후 물기를 닦아낸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너무 오래 불리면 살이 물러질 수 있어 표면이 살짝 유연해질 정도면 충분하다.
손질한 쥐포에는 마른 튀김가루를 얇게 묻힌다. 이어 묽은 튀김 반죽을 가볍게 입혀 기름에 넣는다. 반죽을 두껍게 입히면 쥐포보다 튀김옷 맛이 강해질 수 있어 표면을 얇게 감쌀 정도로 묻히는 편이 좋다.
겉면이 노릇하게 익으면 바로 건져 기름을 뺀다. 오래 튀기면 쥐포가 질기거나 딱딱해질 수 있다. 완성된 쥐포 튀김은 그대로 먹어도 되고, 간장에 식초와 설탕, 청양고추를 넣은 양념장을 곁들여도 잘 어울린다.
4. 배추전
배추전은 경상도와 강원도에서 모두 먹지만 만드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경북에서는 배춧잎에 밀가루 반죽을 얇게 묻혀 부치는 방식이 익숙하다.
반면 강원도에서는 메밀을 많이 재배해 온 지역답게 밀가루 대신 메밀 반죽을 입혀 부친다. 같은 배추전이라도 어느 지역에서 만드느냐에 따라 반죽 재료부터 달라지는 셈이다.
경상도 안에서도 부르는 이름은 조금씩 다르다. 경남에서는 전이나 부침개를 ‘찌짐’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어 ‘배추찌짐’이라는 말도 쓴다. 반면 경북에서는 ‘배추전’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만드는 법은 어렵지 않다. 배춧잎을 잘게 썰지 않고 한 장씩 펼쳐 사용한다. 줄기 부분이 두꺼우면 칼등으로 가볍게 두드려 납작하게 만든다. 이렇게 해야 잎과 줄기가 비슷한 속도로 익는다.
손질한 배춧잎에는 밀가루나 부침가루로 만든 묽은 반죽을 얇게 묻힌다. 팬에 기름을 두른 뒤 중불에서 앞뒤로 천천히 부친다. 겉면이 노릇해지고 두꺼운 줄기까지 부드러워지면 꺼낸다. 양념을 많이 넣지 않아 배추에서 나오는 달큰한 맛이 그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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