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룩백’부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공포 영화까지! 다채로운 장르의 영화들로 가을밤을 물들일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
밤하늘 아래 펼쳐질 ‘오픈 시네마’
오는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영화의전당 일대를 중심으로 열리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낮부터 이어진 영화제의 열기는 해가 진 뒤에도 계속됩니다. 영화의전당 루프씨어터가 4천여 명의 관객이 함께 즐기는 야외 극장으로 변신하기 때문인데요. 선선한 가을밤, 탁 트인 야외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오픈 시네마’의 묘미죠. 올해는 10월 7일부터 14일까지 매일 오후 8시, 하루 한 편씩 총 8편의 영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부터 등골 서늘한 공포 영화와 웃음 가득한 코미디까지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스크린 위로 옮겨온 두 편의 청춘 만화
다가오는 10월 7일, ‘오픈 시네마’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은 고레에다 히로카즈(Hirokazu Kore-eda) 감독의 ‘룩백’. 후지모토 타츠키(Tatsuki Fujimoto)의 동명 만화를 실사로 옮긴 작품으로, 만화에 대한 열정으로 연결된 두 소녀 ‘후지노’와 ‘쿄모토’의 시간을 그립니다. 이들은 창작이 주는 기쁨과 동시에 상대의 재능을 바라보며 느끼는 복잡한 감정, 그리고 예기치 못한 이별까지 차례로 마주하는데요. 고레에다 특유의 섬세한 시선으로 다시 그려낸 두 사람의 이야기를 배우 데구치 나츠키(Natsuki Deguchi)와 마키타 아쥬(Aju Makita)가 완성했습니다.
다음 날에는 분위기를 바꿔 첫사랑의 설렘이 야외 스크린을 채웁니다. 타케무라 켄타로(Kentaro Takemura) 감독의 ‘아름다운 초저녁달’은 야마모리 미카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청춘 로맨스인데요. 주변 이들에게 동경 어린 시선을 받지만 정작 스스로에게는 자신이 없는 ‘요이’와 거침없이 마음을 표현하는 ‘코하쿠’가 만나며 이야기가 시작되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작아지는 마음부터 두근거림과 질투처럼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까지 첫 연애를 지나며 조금씩 변화하는 청춘의 얼굴을 미치에다 슌스케(Shunsuke Michieda)와 안자이 세이라(Seira Anzai)가 그립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만큼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죠.
으스스한 가을밤을 위한 두 편의 영화
어두운 야외 극장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장르를 꼽는다면 역시 스릴러와 호러를 빼놓을 수 없겠죠. 가을밤의 서늘한 공기를 한층 더 오싹하게 만들어 줄 두 편의 공포 영화도 ‘오픈 시네마’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먼저 10월 9일 상영되는 파올로 스트리폴리(Paolo Strippoli) 감독의 ‘스파이럴(The Spiral)’은 부유한 가족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와 거래를 맺으며 걷잡을 수 없는 비극에 빠져드는 이야기입니다. 바로크 회화를 연상시키는 몽환적인 화면에 기묘한 공포를 겹쳐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불편한 긴장감을 동시에 자아내죠.
공포 영화 마니아라면 10월 11일 일정도 눈여겨봐야겠습니다. ‘셔터(Shutter)’와 ‘랑종(The Medium)’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반종 피산다나쿤(Banjong Pisanthanakun) 감독이 신작 ‘인헤릿(Inherit)’으로 부산을 찾거든요. 태국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은 소설 ‘악마의 후계자’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50년 전 실종됐던 할머니가 늙지 않은 모습으로 돌아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반가움보다 의문이 앞서는 그의 귀환 이후 집안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이 이어지고, 가족이 오랫동안 묻어둔 과거와 다음 세대로 이어질 저주의 실체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죠. 평범해 보이던 가족의 재회가 걷잡을 수 없는 공포로 뒤집히는 과정을 어떻게 그려냈을지 궁금해지네요.
선율이 흐르는 애니메이션부터 톱스타의 유쾌한 변신까지
서늘한 이야기에서 잠시 벗어나 숨을 고르고 싶다면 ‘오픈 시네마’의 유일한 애니메이션 영화 ‘바이올리니스트(The Violinist)’로 눈을 돌려 봐도 좋겠습니다. 어빈 한(Ervin Han) 감독과 애니메이터 라울 가르시아(Raúl García)가 함께 만든 작품으로, 바이올린을 통해 가까워진 두 청춘의 애틋한 사랑과 성장을 섬세한 그림과 클래식 음악으로 그려냈는데요. 올해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장편 부문 최고상인 ‘크리스털’과 음악상을 동시에 석권하며 더욱 뜨거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 이자벨 위페르(Isabelle Huppert)의 색다른 변신이 궁금하다면 ‘내일은 이름이 있다’를 눈여겨볼 만합니다. 이번에 그는 화려한 주인공이 아닌 무명 엑스트라 배우를 연기하는데요. 여기에 상드린 키베를랑(Sandrine Kiberlain)과 다이앤 크루거(Diane Kruger) 등 톱스타들도 깜짝 등장하며 유쾌함을 더하죠. 여기에 이자벨 위페르와 마르크 피투시(Marc Fitoussi) 감독이 직접 야외 상영장을 찾아 관객과 만날 예정으로 더욱 특별한 시간이 될 듯합니다.
마지막까지 유쾌한 오픈 시네마!
‘오픈 시네마’의 유일한 한국 영화 ‘세대유감’도 반가운 이름입니다. 집안의 운명을 바로잡겠다며 굿판을 벌이려는 아버지와 자신의 앞길을 막는 조상부터 떼어내려는 아들이 맞붙으며 그리는 가족 코미디인데요. 정재영, 이이경, 김주령, 김아영 등 개성 강한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네 배우가 만들어낼 시끌벅적한 소동도 이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입니다.
마지막 밤은 ‘언터처블: 1%의 우정’을 만든 에리크 톨레다노(Éric Toledano)와 올리비에 나카슈(Olivier Nakache) 감독의 신작 ‘그저 환상일 뿐’이 장식합니다. 1985년 파리를 배경으로 13살 소년 ‘뱅상’이 짝사랑하는 ‘마리옹’ 앞에서 멋져 보이려 애쓰며 벌이는 엉뚱한 첫사랑 소동을 보여주죠. 레트로한 분위기와 풋풋한 설렘, 가족을 둘러싼 유머까지 더해져 ‘오픈 시네마’의 마지막을 가볍고 따뜻하게 마무리할 전망입니다. 매일 다른 장르의 영화가 기다리고 있는 10월,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조금 특별한 밤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