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드’의 역습… K드라마 빈틈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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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드’의 역습… K드라마 빈틈 파고든다

이데일리 2026-09-14 15:07: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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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중국 드라마가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의 ‘틈새 콘텐츠’를 넘어 흥행작으로 올라서고 있다. 최근 K드라마가 제작비 상승과 편수 감소 속에 8~12부작 중심으로 재편되는 사이, 긴 호흡과 다양한 장르를 앞세운 중국 콘텐츠가 그 빈자리를 빠르게 채우는 모습이다.

중국 드라마 '조춘청랑'의 한 장면.(사진=넷플릭스)
중국 드라마 '조춘청랑'의 한 장면.(사진=넷플릭스)


◇짧아진 K드라마…20~50부작 중드가 채운다

14일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지난달 공개한 중국 드라마 ‘조춘청랑’은 13일 기준 국내 인기 시리즈 5위까지 올랐다. 8월 31일~9월 6일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 쇼 순위에서는 2위를 기록했다. 지난 3월 공개된 로맨스 사극 ‘옥을 찾아서’ 역시 넷플릭스에서 4주 연속 국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토종 OTT에서도 흐름은 비슷하다. 티빙에서는 13일 기준 △‘가우천성’(7위) △‘저일초과화’(9위) △‘찬여번성’(13위) △‘천재여우’(17위) △‘강호야우십년동’(18위) △‘가업’(20위) 등 중국 드라마 6편이 인기 드라마 상위 20위에 동시에 진입했다. 티빙은 별도의 중국드라마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웨이브·왓챠도 아시아 콘텐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시청자 반응도 뜨겁다. ‘중국 드라마를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 작품을 계기로 다른 작품까지 연달아 찾아보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중국 드라마를 즐겨본다는 30대 여성 이선아 씨는 “소재도 다양하고 등장인물도 많아 한 작품 안에서 볼거리가 풍부하다”며 “특히 서사를 길게 가져가다 보니 인물에 정이 붙고 관계 변화에도 더 깊이 몰입하게 된다. 한 편을 끝까지 보고 나면 다음 작품도 자연스럽게 찾게 되고, 어느 순간 한국 드라마는 상대적으로 짧게 느껴질 정도로 중드에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중드의 약진에는 콘텐츠 완성도 향상 못지않게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국내 드라마는 제작비 상승과 제작 편수 감소로 8~12부작 안팎의 짧은 시즌과 흥행 가능성이 높은 장르에 선택이 집중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반면 중국 드라마는 20~50회에 이르는 긴 호흡과 로맨스·판타지·사극 등 다양한 장르를 꾸준히 공급한다. ‘투투장부주’, ‘묵우운간’, ‘쌍궤’ 등이 국내에서도 장기간 소비되면서 중드를 연속해서 찾아보는 시청층도 두터워지고 있다.

제작사 관계자는 “국내는 제작비가 크게 오르면서 작품 수 자체가 줄고, 기획 단계에서도 흥행 가능성이 높은 장르에 선택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반면 중국 콘텐츠는 긴 회차와 다양한 장르를 지속적으로 공급해 시청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넓다”고 말했다.

중국 드라마 '저일초가화', '썅궤' 포스터.(사진=티빙)
중국 드라마 '저일초가화', '썅궤' 포스터.(사진=티빙)


◇OTT에도 매력적인 ‘긴 콘텐츠’

OTT 입장에서도 중국 드라마는 활용도가 높은 콘텐츠다. 이미 제작을 마친 해외 작품을 수급하면 국내 오리지널을 직접 제작하는 것보다 비용 부담을 낮추면서 라이브러리를 빠르게 확충할 수 있다.

특히 20~50회에 달하는 회차는 이용자를 플랫폼 안에 오래 머물게 하는 데 유리하다. 한 작품을 정주행한 뒤 비슷한 장르의 다른 작품으로 이동하는 소비가 이어질 경우, 콘텐츠 한 편의 흥행이 장르 전체 이용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OTT 관계자는 “중국 드라마는 긴 회차와 풍부한 후속 작품을 바탕으로 연속 시청을 유도하기 좋은 콘텐츠”라며 “국내 신작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일정한 시청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플랫폼 입장에서는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중드의 성장세가 국내 시장에만 머무는 것도 아니다. 중국 드라마는 동남아 등 K드라마가 강세를 보여온 지역에서도 로맨스와 사극, 판타지 등을 앞세워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국내 OTT에서는 콘텐츠 공백을 메우는 보완재지만, 해외에서는 같은 시청자를 놓고 경쟁하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중드의 최근 약진을 일시적인 유행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제작사 관계자는 “제작 편수와 장르 다양성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중국 콘텐츠가 그 빈틈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며 “국내 제작업계도 짧은 시즌과 특정 장르에 집중된 현재의 제작 방식이 시청자 선택지를 충분히 충족하고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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