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권수빈 기자] 프로야구 창립을 준비하며 작성한 수기 기획자료부터 소설 ‘태백산맥’의 친필 원고, 국내 최초 현대식 망원경을 들여온 소백산천문대의 관측일지까지 근현대 모습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예비문화유산’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국가유산청은 오는 29일 오후 1시30분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제3회 예비문화유산 발굴 공모전’ 시상식을 개최한다. 지난 4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진행된 공모에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민간 등 20개 기관이 참여해 1,755건, 1만8,156점의 유물을 신청했다.
예비문화유산은 제작·형성된 지 50년이 지나지 않은 동산문화유산 가운데 앞으로 국가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유산을 발굴하고 보존하기 위한 제도다. 아직 시간이 충분히 지나지 않아 기존 문화유산 지정·등록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근현대 자료 가운데서도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있는 대상을 미리 살펴본다.
국가유산청은 분야별 전문가의 서류 및 현장 심사와 대국민 온라인 투표를 거쳐 희소성, 역사성, 학술성, 활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 최우수상 1건, 우수상 4건, 장려상 4건 등 9건이 우수사례로 뽑혔다.
최우수상은 KBO가 신청한 ‘81년 한국프로야구 창립기획 관련 자료’에 돌아갔다. 1982년 출범한 대한민국 프로야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최초의 공식 마스터플랜(프로야구를 어떻게 창립하고 운영할지 구상해 수기로 정리한 기획자료)을 작성한 자료다. 프로야구가 국내에서 처음 출범하던 당시 어떤 구상을 거쳐 창립이 추진됐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프로야구의 출발 과정을 직접 보여주는 기록이라는 점도 평가됐다.
우수상에는 모두 4건이 선정됐다. 국립한글박물관의 ‘김진평 한글 원도와 친필 원고’는 한글 디자이너 김진평이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잡지와 기업명 등에 사용할 글자를 만들면서 제작한 원도와 친필 원고다. 글꼴을 설계한 과정과 함께 한글 디자인 이론을 정리한 자료가 남아 있어 한국의 한글 디자인이 발전해온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한국천주교살레시오회가 신청한 ‘이태석 신부 남수단 활동 관련 자료 및 물품’은 고(故) 이태석 신부가 남수단 톤즈에서 펼친 교육·의료·문화 활동을 보여주는 자료들이다. 한 인물의 활동 기록을 통해 당시 톤즈에서 이뤄진 교육과 의료 지원, 문화 활동의 구체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
보성군의 조정래 작가 소설 ‘태백산맥’ 원본 친필 원고도 우수상에 포함됐다.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원본 친필 원고로,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창작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다.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품 가운데 하나인 ‘태백산맥’의 집필 흔적이 원고 형태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미를 가진다.
해양수산부·국립해양박물관·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공동 신청한 ‘해양250호 및 관련 기록 자료’도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1980년대 우리나라가 수중 지질·환경 탐사를 위해 개발한 유인잠수정으로, 수심 251m까지 잠항한 기록을 세웠다. 당시 국내 해양 탐사 기술의 수준과 연구 활동을 보여주는 실물 장비이자 관련 기록자료라는 점에서 과학기술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장려상으로는 4건이 선정됐다. 광주극장의 ‘광주극장 근현대 운영 물품’은 현재까지 근대식 단관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광주극장에서 사용한 영사기와 기록물, 입간판 등이다. 오랜 기간 극장이 운영되는 과정에서 실제 사용된 물품을 통해 지역 극장의 역사와 당시 영화관 운영 모습을 돌아볼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의 ‘소백산천문대 관측일지’는 소백산천문대 직원들이 1978년부터 2001년까지 20여 년간 천문 관측 내용을 직접 기록한 자료다. 소백산천문대가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식 망원경을 도입한 이후 축적된 관측 기록으로, 국내 천문 관측과 연구 활동의 흐름을 보여주는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부산광역시와 부산근현대역사관이 신청한 부산 ‘깡깡이 아지매’ 작업복과 작업 도구는 부산 수리조선업 현장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실제 사용했던 작업복과 생업도구다. 산업 현장에서 일했던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과 생활상을 구체적인 물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산업·생활사 측면에서 가치를 지닌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77년 에베레스트 등반 이태영 기자 대원의 현장 기록 및 등반 자료 일괄’은 대한민국 최초의 에베레스트 등반대원이었던 이태영 기자가 남긴 현장 기록물과 자료, 등반 장비 등이다. 등반 과정뿐 아니라 이를 취재하고 기록한 언론인의 시각까지 담겨 있어 당시 국내 산악활동과 에베레스트 도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 이름을 올린 자료들은 특정 시대의 활동과 생활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기록과 물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소유자나 지방자치단체가 향후 해당 자료를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해달라고 신청할 경우 국가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우선적으로 선정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뉴스컬처 권수빈 ppbn0101@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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