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훈 원장의 사례로 본 재택의료] 침묵의 혈관 파괴자 ‘당뇨병’, 생활습관으로 이겨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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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훈 원장의 사례로 본 재택의료] 침묵의 혈관 파괴자 ‘당뇨병’, 생활습관으로 이겨내기

헬스경향 2026-09-13 22:41:53 신고

노동훈 원장(편한자리의원, ‘당뇨약 평생 먹어야 하나요’ 저자) 
노동훈 원장(편한자리의원, ‘당뇨약 평생 먹어야 하나요’ 저자)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당뇨병은 남의 일이 아니다.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3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전 단계까지 포함하면 어르신 둘 중 한 명은 잠재적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가정을 찾아가는 방문진료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위태롭다. 많은 분이 ‘소변에 당이 좀 섞여 나오는 병’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거나 반대로 “늙고 부모에게 물려받은 체질 탓”이라며 관리를 포기하곤 한다.

의사의 눈으로 바라본 당뇨병은 미세혈관과 신경을 서서히 파괴하는 전신질환이다. 질환이 오래되면 콩팥 혈관이 망가져 혈액 투석을 받아야 하는 신부전으로 이어지고 망막이 손상되거나 발이 썩어 가는 당뇨발로 진행된다. 혈관이 망가진 투석 환자는 항생제나 약물이 제대로 도달하지 못해 사소한 염증조차 이겨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일이 잦다. 이웃 어르신이 어느 날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면, 당뇨 합병증으로 힘겨운 투병 생활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

당뇨병 발병에는 유전적 소인뿐 아니라 스트레스와 환경 등 복합 요인이 작용한다. 바쁘다는 이유로 정제 탄수화물과 자극적인 배달 음식을 급하게 먹는 습관은 췌장에 ‘급발진과 급제동’을 반복하는 과부하를 준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역시 혈당을 올려 췌장을 지치게 만든다. 유전적 취약성을 타고났더라도 일란성 쌍둥이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질병 이환 여부가 갈리듯, 질환의 방아쇠를 당기고 병세를 좌우하는 것은 생활습관이다.

방문진료과정에서 만난 양주의 한 60대 환자 사례는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오랜 당뇨병으로 고생하던 그는 식사 후 양주 천변을 따라 동두천 방향으로 꾸준히 걸었다. “원장님, 걸은 날과 걷지 않은 날 혈당 차이가 큽니다”라며 수치를 보여주던 그의 표정이 생생하다. 점심식사 후 햇볕을 쬐며 20~30분 걷는 것만으로도 식후 혈당 스파이크를 잡고 밤에는 양질의 수면 호르몬이 나와 대사 균형을 바로잡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나이와 체질만 탓하기엔 우리의 삶이 소중하다.

당뇨약은 한 번 먹으면 평생 못 끊는다고 겁을 먹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조기에 발견해 식습관과 생활을 개선하면 약 없이도 조절이 가능하며 이미 약물이나 인슐린 치료를 받는 단계라 할지라도 건강한 생활습관을 꾸준히 실천하면 투약량을 줄이고 당뇨 졸업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

그 출발점은 정확한 혈당 측정이다. 내 몸이 어떤 음식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야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문진료 현장에서 아프다는 이유로 손을 내밀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 말초신경과 혈관이 망가져 바늘 채혈의 통증과 두려움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레이저 채혈 방식처럼 통증과 감염 위험을 낮춘 혁신 기기들이 도입되고 있다. 통증의 장벽이 낮아지면 규칙적인 측정이 가능해지고, 복약 순응도와 혈당 조절률도 올라간다.

의과대학 시절 내분비내과에서 배운 방대하고 어려운 당뇨병 지식이 이제는 환자에게 쉽게 다가간다. 통증을 줄이고 감염 위험을 낮춘 레이저 혈당 측정기를 사용하면 편리한 혈당 측정이 가능하다. 유능한 투우사가 성난 황소를 능숙하게 다루듯, 레이저 혈당 측정기는 당뇨병이라는 고약한 녀석을 쉽게 관리하게 해준다.

당뇨병을 이겨내는 길은 거창하지 않다. ‘아프지 않은 꾸준한 측정’ ‘식단 조절’ ‘식후 20분의 가벼운 산책’이라는 기본을 지키는 데 있다. 오늘 먹는 건강한 한 끼와 작은 걸음 하나가 혈관의 수명을 지키고 온전한 내 자리에서 건강한 백세를 누리게 하는 가장 든든한 처방전이다.

<글 노동훈 원장(편한자리의원, ‘당뇨약 평생 먹어야 하나요’ 저자)ㅣ정리 헬스경향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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