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스토리] '전쟁·유가·금리' 삼중고…외인 셀코리아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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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스토리] '전쟁·유가·금리' 삼중고…외인 셀코리아 어쩌나

연합뉴스 2026-09-13 07:00:11 신고

잦아들던 외인 매도 다시 껑충…10∼11일 이틀새 4조9천억 쏟아내

호르무즈 이어 홍해까지 막히나…유가 100달러, 美국채금리도 5% 눈앞

불난 집 부채질하는 트럼프…"선거 이기면 1인당 5천 달러" 약속

내주 美기준금리 결정 주목…일각선 '반도체·AI 상대적 강세' 전망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출구 없는 장기전이 된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수위를 더해가면서 국제유가가 시장 임계치인 100달러선을 넘어섰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 역시 마지노선인 연 5%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히려 "선거 승리시 1인당 5천 달러'를 공언하며 시장의 불안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에 '매크로'(거시경제)가 격하게 흔들리자 이달 들어 한국 주식시장 복귀를 가늠하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셀코리아'를 재개한 모양새다.

◇ '중동 리스크' 암초 부닥친 코스피…'팔자' 돌아선 외인

13일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외국인은 최근까지만 해도 유가증권시장에서 모처럼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었다.

인공지능(AI) 투자 출혈경쟁으로 우려를 자아냈던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의 클라우드 사업이 잇따라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놓았다.

그런 가운데 보안등급 '위험'(Critical) 단계로 평가된 새 인공지능(AI) 모델 '아스트라'를 출시한 오픈AI가 범용인공지능(AGI) 시대의 도래를 선언하자 글로벌 반도체 업종으로 매수가 대거 유입됐다.

이에 외국인은 9월 1∼8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도합 1조3천648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올해 5월 이후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월평균 28조2천억원 가량을 순매도하며 '팔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던 까닭에 국내 증권가는 이러한 움직임에 촉각을 세웠다.

AI 붐과 올해 4∼6월 나타났던 반도체 초강세 등을 계기로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이 커진 상황이기도 했다.

한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금융당국 주재 회의 등에 참석하는 외국계 기관 당국자들의 급이 최근 크게 높아졌다. 과거라면 대리나 과장급이 나섰을 텐데 이제는 본부장급 인사들이 직접 나선다"면서 "그만큼 한국 증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7천피 아래로 밀린 코스피 7천피 아래로 밀린 코스피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이에 더해 최근에는 패시브 자금이 국내로 귀환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외국인 증권투자 현황 자료를 보면 글로벌 반도체 조정으로 격한 조정이 이뤄졌던 7월 급락장에서 미국인은 3조4천520억원을 순매수하며 작년 9월 이후 10개월만에 처음으로 월별 기준 순매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계 자금은 장기투자 성격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단기투자 성향이 강한 영국계 헤지펀드 자금과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회피처 지역 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22조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 불난 집 부채질하는 트럼프…"선거 이기면 5천 달러"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물러선다) 패턴이 재연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시장은 또다시 충격에 직면했다.

이란의 대리세력 중 하나인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안팎의 요충지를 잇달아 점거하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강하게 뒤흔든 탓이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를 통한 원유 수출마저 봉쇄될 수 있다는 우려에 국제유가는 단번에 100달러 선을 넘어섰고, 글로벌 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도 심리적 마지노선인 연 5% 돌파를 코앞에 둔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에 외국인은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4천348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10일과 11일에도 각각 2조6천억원과 2조3천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하며 급격히 '팔자'로 돌아섰다. 9월(1∼11일) 전체 순매도 규모는 3조9천961억원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 현장으로 향하는 길에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11월 미국 중간) 선거가 끝나자마자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그전에는 전쟁이 끝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미로 시장 참여자들은 받아들였다.

10일 공화당 전당대회에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10일 공화당 전당대회에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면 미국 성인들에게 1명당 5천 달러(약 670만원)씩을 나눠주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국채금리 상승에 기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정부 총부채가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40조 달러(약 5경3천500조원)를 넘어서며 재정 불안이 부각된 가운데 고유가·고물가까지 겹쳐 국채금리가 급등 중인 상황에서 대통령이 오히려 빚을 더 내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을 풀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 연간 예산이 7조 달러 수준인데, 2억5천만명에 이르는 18세 이상 미국 시민권자에게 5천 달러 씩을 준다면 단순 계산으로 1조2천500억 달러(1천675조원)를 지급해야 한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선거용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교역 대상국들에 고율 관세를 부과해 얻은 수입을 미국인에게 배당금으로 돌려주겠다는 등의 약속을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 공포 자욱한 시장…일각선 "반도체 상대적 강세" 기대도

이란 전쟁과 유가상승, 미 채권금리 급등이란 대형 악재가 연쇄적으로 덩치를 키워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위험회피 심리가 증폭되고 있다.

기업 실적이나 투자 현황 등을 보면 업황은 여전히 견조한 상황이지만 매크로 위기가 펀더멘털을 압도한 모양새다.

예컨대 오라클은 한국시간으로 11일 새벽 2027회계연도 1분기(6∼8월) 실적을 발표하고 클라우드 인프라(OCI)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0.7% 급증했다고 밝혔으나, 평소라면 수혜를 봤을 국내 반도체주는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케빈 워시 미 연준 의장 케빈 워시 미 연준 의장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경계심리가 높아진 상황인 데다, 금주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16∼17일)와 일본은행(BOJ) 금융정책결정회의(17~18일)가 연이어 예정돼 있다"며 "이에 따라 주요 이벤트 결과에 따른 매크로 민감도 및 증시 변동성에 유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볼 이유는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임직원 주식보상과 소각을 목적으로 자사주를 대거 매입하면서 코스피 하단을 강하게 떠받치고 있는 데다, 고유가·고금리 환경이 오히려 IT 기업 강세로 이어질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어서다.

실제 이란 전쟁 발발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나 충격이 다소 완화된 시기였던 올해 4∼5월에는 실적 개선이 상대적으로 명확했던 반도체와 AI 인프라 관련주로 글로벌 자금이 대거 몰리는 양상이 나타난 바 있다.

강대승 SK증권 연구원은 "우리는 이 게임을 해 본 적이 있다"면서 "통상적 믿음에 따르면 유가 상승과 국채 금리 상승이 동시에 촉발된 상황에서 성장주로 인식되는 AI 관련 기업은 약세를, 가치주는 상대적 강세를 보여야 했지만, 실제 주식시장 움직임은 반대였다"고 짚었다.

그는 "리레이팅 기대감 약화와 수급적 요인 때문에 상반기와 같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인 것은 맞다"면서도 "이란, 금리 관련 불확실성이 높은 지금, 여타 부문의 매력도 하락이라는 동력으로 반도체가 상대적 강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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