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가파르게 치솟았던 국내 화장품주가 9월 들어 급격한 조정을 받으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불과 열흘 남짓한 기간에 주요 종목이 20% 가까이 떨어졌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하락을 업황 훼손보다는 단기적인 눈높이 조정으로 보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원화 강세가 진정되고 4분기 글로벌 소비 이벤트 효과가 본격화하면 10월부터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에 투자자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9월 들어 전날까지 19.91% 하락했다.
이는 8월 한 달 동안 45.16% 급등했던 흐름과 정반대의 행보다. K뷰티 유통업체 실리콘투 역시 지난달 59.65% 상승한 뒤 이달 19.74% 떨어졌다. 코스메카코리아는 16.09%, 한국콜마는 11.74%, 코스맥스는 9.83% 하락하는 등 브랜드와 ODM 업체를 가리지 않고 매물이 쏟아졌다.
원화 강세·수출 우려 겹쳤지만…4분기 쇼핑 시즌 주목
주가를 압박한 첫 번째 요인은 수출 증가율 둔화 우려 때문이다. 국내 화장품 수출은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연속 월간 10억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8월 초 캐나다향 수출 통계에 단위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면서 9월 수출 실적이 상대적으로 크게 둔화된 것처럼 보이는 '역기저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환율 또한 변수로 떠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8월 초 1430원대에서 최근 1340원대로 내려오면서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화장품 기업의 원화 환산 실적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5% 하락할 경우 화장품 업종 영업이익률이 약 0.7~0.8%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
다만 실제 충격은 시장의 우려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브랜드 업체는 프로모션 비용을 조정해 환율 영향을 일부 흡수할 수 있고 해외 현지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화가 추가로 가파르게 강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최근의 주가 하락이 실적 훼손을 과도하게 반영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다.
증권가가 10월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4분기 글로벌 쇼핑 시즌 때문이다. 아마존의 대형 할인 행사와 블랙프라이데이 등 소비 이벤트가 잇따라 예정돼 있어 K뷰티 판매 확대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한국투자증권은 조정 폭이 컸던 에이피알과 실리콘투를 반등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 지목했다. 에이피알은 미국 유통망 확대가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얼타뷰티 온라인 판매 상품 수가 확대되고 있으며 하반기 코스트코 입점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실리콘투 역시 부츠와 아이허브 등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거래처 비중 확대가 실적 방어에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의 20% 안팎 급락이 단순한 추세 붕괴가 아닌 4분기 실적 모멘텀을 앞둔 조정 국면이 될 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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