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예산안 등 신속 통과 촉구…"올해 미통과시 내년에도 어려울 것"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프랑스 정부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극우 정당이 집권할 가능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유럽연합(EU)에 예산안과 기후 대응 조치 등 핵심 법안 연내 처리를 압박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 각국 외교관들은 프랑스 측이 내년에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소속 마린 르펜 의원이 대선에 승리하면 EU 정책 추진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연내 합의를 강조 중이라고 전했다.
한 EU 외교관은 "프랑스가 연말까지 좋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EU 정책의 방향을 정할 수 있는 7년짜리 차기 장기 예산안(2028년∼2034년)을 신속 처리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에 더해 내연 기관 신차 판매 단계적 중단, 탄소 배출권 거래제 개편 등도 신속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 두 가지 법안은 르펜 의원이 집권할 경우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정책들이다.
4번째 대선에 도전하는 르펜 의원은 현재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다.
르펜이 대통령이 된다면 지난 10년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추진해 온 EU 친화적 정책 기조가 뒤집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르펜은 이미지 쇄신을 위해 과거처럼 EU 탈퇴를 주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EU의 권한을 회원국에 돌려줘야 하고 이민 문제, 외교 정책 등에서 EU 영향력을 축소하겠다고 공언 중이다.
또 다른 외교관은 "르펜의 존재는 올해 말까지 EU 예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말까지도 합의가 어려울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우리는 예산 없이 지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가 핵심 법안 연내 처리를 촉구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자국 대선을 앞두고 EU 정책 집행 속도가 느리거나 무능해 보이지 않는 것이 현 정부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U 법안 처리를 서두르려는 움직임을 감지한 RN 측은 이미 공개적으로 견제 메시지를 던졌다.
RN 대표이자 르펜의 '오른팔'로 불리는 조르당 바르델라는 지난 6월 EU를 향해 프랑스 정부 교체 전 예산을 확정하려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프랑스 국민의 돈을 되찾아 올 것"이라고 역설했다.
kiki@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