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이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FIPRESCI)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8년 만에 장편영화로 돌아온 이 감독이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다시 한번 주요 수상 기록을 추가하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가능한 사랑’ / 넷플릭스
12일 국제영화비평가연맹에 따르면 ‘가능한 사랑’은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은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 가운데 비평적 성취가 뛰어난 작품을 선정해 수여하는 상이다.
‘가능한 사랑’은 베니스 경쟁부문에서 황금사자상을 두고 경쟁한 21편 가운데 한 작품이다. 영화제는 지난 2일 개막해 12일 폐막했으며,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은 배우 겸 감독 매기 질렌할이 맡았다. 올해 경쟁부문에는 대니 보일, 마틴 맥도나, 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세계적인 감독들의 작품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창동 감독이 베니스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것은 2002년 ‘오아시스’ 이후 24년 만이다. 지난해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에 이어 한국 영화가 2년 연속 베니스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번 수상은 이창동 감독과 베니스의 각별한 인연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 감독은 2002년 ‘오아시스’로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은사자상 감독상과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받았다. 당시 문소리는 신인배우상에 해당하는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상을 수상했다.
'가능한 사랑'은 어떤 영화?
영화는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과 아내 미옥(전도연),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와 남편 상우(조인성)의 만남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서로 다른 경제적 환경에서 살아온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작업을 계기로 얽히면서 감춰져 있던 욕망과 관계의 균열이 드러난다.
‘가능한 사랑’ / 넷플릭스
전도연은 해고 노동자의 아내 '미옥'을 연기한다. 밝은 미소 뒤에 복잡한 감정을 품은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할 예정이다.
설경구는 잃어버린 일상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해고 노동자 '호석' 역을 맡았다. 전도연과는 '생일' 이후 다시 만나 연기 호흡을 맞춘다.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 역은 조여정이 맡았다.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이후 다시 한번 국제 무대를 겨냥한 작품에 출연한다.
조인성은 예지의 남편 '상우'로 분한다. 최근 '밀수', '무빙', '호프' 등 여러 작품에서 활약한 그는 이번 영화에서 한층 현실적인 인물을 보여줄 예정이다.
특히 작품은 노동 문제와 계층 격차를 단순한 사회적 갈등으로만 다루지 않는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삶을 카메라에 담는 행위 자체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함께 들여다본다.
지난달 25일 제작발표회에서 이창동 감독은 “이 영화에 여러 내용이 들어있지만, 사랑에 관한 영화라는 게 가장 가까운 것 같다”고 소개하며 제목의 의미에 대해 “사랑 이야기에서 사랑이 너무 쉽게 이뤄지면 이야기로 만들어질 이유가 없기에 사랑 이야기는 불가능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오히려 ‘가능한’ 사랑이라고 제목을 붙이면서 어떤 사랑이 가능한지, 그 사랑을 가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해외 매체들의 호평
해외 매체들도 영화가 계급 차이와 감정적 착취,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의 윤리 문제 등을 여러 층위에서 다룬 점에 주목했다.
‘가능한 사랑’ / 넷플릭스
‘가능한 사랑’ / 넷플릭스
국제영화비평가연맹 심사위원단 역시 ‘가능한 사랑’에 대해 “착취와 계급, 환멸, 사랑과 욕망을 비롯해 이야기를 소유하고 전달하는 행위의 윤리까지 탐구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여러 층위의 이야기를 섬세한 힘의 관계 속에서 완급 있게 풀어낸 점을 선정 이유로 꼽았다.
베니스 현지에서의 반응도 눈길을 끌었다. ‘가능한 사랑’은 지난 6일 공식 상영을 통해 월드 프리미어를 진행했다. 상영이 끝난 뒤에는 관객들의 약 6분 간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이창동 감독과 설경구, 전도연, 조여정, 조인성 등 주요 출연진도 현지 일정에 참석했다.
작품은 베니스뿐 아니라 향후 해외 영화제와 시상식 레이스에서도 주목 받고 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 달 ‘가능한 사랑’을 제99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출품작으로 선정했다. 베니스 경쟁부문에서의 수상 기록이 더해지면서 해외 시장에서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164분이다. ‘가능한 사랑’은 오는 10월 23일 극장 개봉하며, 넷플릭스에서는 11월 6일부터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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