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핫스팟] 우먼넌센스 ⑤ 신랑 축가 대신 신부가 편지 읽어주기, 유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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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의 핫스팟] 우먼넌센스 ⑤ 신랑 축가 대신 신부가 편지 읽어주기, 유난일까?

여성경제신문 2026-09-12 12: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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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만 가자."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이런 처세술을 조기 이수한 우리는 영혼 없는 끄덕임과 '모르는 척'으로 무장한 생존의 고수들이다. 퇴근길 소주 한 잔에 "오늘도 버텼다"며 스스로를 마취하고, "받은 만큼만 일한다"며 핏대 세우는 걸 훈장처럼 여긴다. 그런데 이상하다. 성공했다는 이들의 삶은 왜 우리와 이토록 딴판일까. 어쩌면 우린 그저 거대한 '펜듈럼(Pendulum)'의 진동판 위에서 시키는 대로 춤추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공력을 낭비하며 '잉여 포텐셜'을 공급하는 건전지 신세로 말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도덕 교과서 대신, 왜 이 지겨운 장면이 무한 반복되는지 그 메커니즘이 궁금했다. 내게 그 프리즘을 빌려준 바딤 젤란드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의 '트랜서핑' 이론을 메스 삼아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해부하는 [김현우의 핫스팟]을 시작한다. 

*[김현우의 핫스팟] 속 작은 코너 '우먼넌센스'=여성의 교양과 감각(Sense)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비상식적인 낭설과 허황된 가십(Nonsense)으로 가득 차 있음을 꼬집는 풍자적 표현이다.

네이트판 사연 /네이트판, 챗GPT 재구성
네이트판 사연 /네이트판, 챗GPT 재구성

힘들어하는 예비 신랑을 위해 결혼식 날 위로의 편지를 낭독하고 싶다는 예비 신부의 고민이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이거 유난일까요? 하객들 보기엔 어떨까요?"

'내 사람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순애보. 한데 종착지가 이상하다. 남편의 위로가 목적이었던 마음이, 어느새 식장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 '하객들의 채점표'를 통과할 궁리로 바뀌어 버렸다.

바딤 젤란드의 '트랜서핑(Transurfing)' 관점에서 보면 이 감정선은 흥미로운 궤적을 그린다. 내 진심을 전하겠다는 순수한 의도가 '타인의 평가'라는 거대한 펜듈럼에 멱살을 잡힌 형국이다.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강박, 혹은 완벽하고 눈물 쏙 빼는 결혼식을 연출해야 한다는 '과잉 중요성'이 본래의 목적을 집어삼켰다.

용어설명: 펜듈럼(Pendulum)이란 특정한 목적을 위해 사람들의 생각과 에너지가 모여 형성된 후, 점차 스스로의 생존과 유지를 위해 대중의 에너지를 흡수하고 조종하려 드는 독립적인 에너지 정보 주체를 뜻한다.

온라인의 일명 '랜선 하객'들이 달아준 댓글은 단호했다. "식은 짧은 게 미덕이다", "편지 읽다 울면 민폐다", "웅얼거리면 들리지도 않는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박수 치는 하객 입장에선 주례사든, 편지든, 속사포 랩처럼 쏟아내고 끝내주길 바랄 수 있다. 하객들은 신랑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건강 상태는 어떤지 알지 못한다. 그저 "결혼식은 빨리 끝나는 게 최고"라는 확고한 취향을 들이밀 뿐이다.

하객의 시간을 배려하는 건 행사를 매끄럽게 굴리는 운영의 영역이다. 반면 내 배우자에게 애정을 고백하는 행위를 하객 200명에게 승인받으려 하는 건 주권의 문제다.

운영과 주권을 헷갈리면, 내 결혼식이 남의 장단에 춤추는 광대놀음이 된다. 편지가 길면 줄이면 되고, 마이크가 작으면 성량을 키우면 된다. 그런데 "혹시 유난 떨어 보일까?"라는 걱정이 뇌리를 지배하는 순간, 신부의 진심은 허영심으로 둔갑하고 만다.

중요성을 낮추고 본질에 집중하라

결혼식에서 눈물을 좀 보이면 어떤가. 민법에 '결혼식 눈물 금지 조항'이라도 있나. 편지를 읽는다고 진심이 100% 전해지는 것도 아니지만, 안 읽는다고 애정이 깎이는 것도 아니다.

중요성을 낮춰보자. 편지 한 장 낭독한다고 하객 전원이 기립박수를 치며 감동의 도가니탕을 끓일 거란 환상은 버리는 게 좋다. 젤란드가 말했듯, 특정 결과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필연적으로 긴장과 부작용이 따른다. 위로라는 목적만 단단히 쥐고 있다면 형식은 얼마든지 유연하게 바꿀 수 있다.

가장 먼저, 신랑에게 물어보자: "나 오빠한테 편지 하나 읽어주고 싶은데, 사람들 앞에서 읽을까? 아님 식 끝나고 우리 둘만 있을 때 읽어줄까?" 신랑이 남들 앞은 쑥스럽다고 하면 안 주머니에 조용히 넣어주면 그만이다.

사연의 디테일은 덮어두자: 부부의 사연을 양가 부모가 안다고 해서, 굳이 축의금 내고 밥 먹으러 온 직장 동료 김 대리까지 심오한 사연을 알 필요는 없다. 질문이 꼬리를 물 만한 뉘앙스는 과감히 뺀다.

플랜 B를 열어두어라: 당일 신랑의 컨디션이나 진행 상황에 따라 사회자와 눈빛 교환 한 번으로 매끄럽게 생략할 수 있는 루트를 만들어둔다.

신부가 당장 던져버려야 할 걱정은 "내가 유난인가요?"다. 대신 예비 신랑의 눈을 보고 이렇게 물어보자. "이 방식이 당신에게 힘이 될까? 그 질문에 채점표를 들고 답해줄 사람은 익명의 네티즌도, 식당에서 갈비탕을 기다리는 하객도 아닌 오직 당신 곁에 선 예비 신랑뿐이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또는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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