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한민구 기자] 신형 기아 K9은 6,034만 원부터 시작하고, 베스트 셀렉션과 마스터즈는 7천만 원대로 올라간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2022~2024년식 더 뉴 K9을 4천만 원대에 찾을 수 있다. 인기 SUV 신차 가격으로 국산 최고급 세단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K9은 신차 판매량만 보면 G90이나 수입 대형 세단에 가려진다. 중고차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신차 때 빠르게 진행된 감가가 두 번째 구매자에게는 가장 큰 혜택이 된다. 차체와 엔진, 편의장비는 지금 판매되는 2026년형과 큰 틀에서 같지만 가격은 2천만 원 가까이 낮다.
실매물은 연식과 주행거리, 사고 이력에 따라 차이가 크다. 2022년식 3.3 터보 상위 트림도 4,400만 원 안팎에 등록돼 있다. 무조건 가장 싼 차보다 2022년 이후 부분변경 모델 가운데 주행거리 7만km 이하, 기아 보증이 남은 차량을 고르는 편이 만족도가 높다.
5m 넘는 플래그십
K9의 전장은 5,140mm, 축거는 3,105mm다. G80보다 길고, 일반적인 중형 SUV보다 휠베이스가 넉넉하다. 뒷좌석 무릎 공간과 승차감은 차급이 한 단계 위다. 가족을 태우는 오너 드리븐 세단과 업무용 의전차를 모두 소화한다.
기본형인 3.8 가솔린도 최고출력 315마력과 최대토크 40.5kgf·m를 발휘한다.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부드러운 반응과 8단 자동변속기의 매끄러운 변속이 장점이다. 3.3 가솔린 터보는 370마력, 52.0kgf·m로 힘이 더 강하지만 일상에서는 3.8의 완성도가 충분하다.
연비는 3.8 가솔린 2WD 18인치 기준 복합 9.0km/L다. 하이브리드 세단과 비교하면 낮지만, 2톤에 가까운 대형 후륜구동 세단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연간 주행거리가 길지 않고 고속도로 이동이 많다면 구입 가격에서 아낀 금액이 연료비 차이를 충분히 상쇄한다.
기본형도 장비가 가득
2026년형 플래티넘에는 14.5인치 내비게이션과 크렐(KRELL) 14스피커 오디오, 전 좌석 이중접합 차음유리, 3존 공조, 앞좌석 통풍과 앞뒤 열선시트가 기본이다. 중고차로 구입해도 신형과 비슷한 고급 사양을 그대로 누릴 수 있다.
안전장비도 부족하지 않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2와 차로변경 보조, 전방 충돌방지 보조,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가 기본으로 들어간다. 지문 인증과 디지털 키, 운전자세 메모리도 갖췄다.
상위 트림에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과 뒷좌석 전동시트, 에르고 모션 시트,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더해진다. 중고차에서는 신차 옵션 가격이 시세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플래티넘보다 베스트 셀렉션이나 마스터즈의 감가 혜택이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다.
3.8 후륜이 정답
중고 K9을 고를 때 가장 합리적인 조합은 3.8 가솔린 2WD다. 자연흡기 엔진은 터보차저가 없고 구조가 단순하며, 2WD는 AWD보다 차량 중량과 구동계 부담이 적다. 출력도 315마력이라 일상과 고속도로에서 부족함이 없다.
눈길이 많은 지역에 살거나 경사가 심한 주차장을 자주 이용한다면 AWD가 맞다. 반면 도심과 고속도로 위주라면 후륜구동에 18인치 휠을 고르는 편이 승차감과 연비, 타이어 비용에서 유리하다. 19인치 휠의 외관보다 K9 특유의 부드러운 주행을 살릴 수 있다.
구매 전에는 전자장비를 세밀하게 확인해야 한다. 모든 시트 조절과 통풍·열선, 뒷좌석 모니터, 전동 트렁크, 서라운드 뷰,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직접 작동해봐야 한다. 사고 이력과 보험 처리 내역, 타이어 네 짝의 생산 시기와 마모 상태도 함께 본다.
유지 관리도 수입 대형 세단보다 접근하기 쉽다. 전국 기아 서비스망에서 일반 소모품과 정비를 받을 수 있고, 부품 대기 부담도 상대적으로 작다. 고급 세단을 중고로 살 때 차량 가격만큼 중요한 관리 편의에서 K9이 강점을 갖는다.
가격 차이가 유지비를 이길까?
취득 단계에서도 중고차 가격이 낮아진 만큼 부담이 줄어든다. 다만 3.8리터 배기량에 따른 자동차세와 18·19인치 타이어 교체비는 일반 세단보다 높다. 이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신차 대비 2천만 원 안팎의 가격 차이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K9은 중고차 시장에서 가격 대비 차급이 살아나는 모델이다. 4천만 원대에 5.1m 차체와 315마력 V6 엔진, 고급 오디오와 풍부한 안전장비를 모두 얻는다. 같은 예산의 신차 SUV가 제공하기 어려운 정숙성과 뒷좌석 공간도 갖췄다.
같은 연식과 비슷한 주행거리의 실매물도 가격 차이가 크다. 한 대의 최저가만 보지 말고 최소 다섯 대를 대조해야 추천 가격대를 판단할 수 있다.
추천 조건은 2022년 이후 더 뉴 K9 3.8 가솔린 2WD, 베스트 셀렉션 이상, 주행거리 7만km 이하다. 사고 이력과 전자장비 상태만 통과하면 가격 대비 만족도는 매우 높다. 4천만 원대 중고 세단 가운데 K9보다 많은 차를 주는 모델은 찾기 어렵다.
한민구 기자 hmk@autotribune.co.kr
Copyright ⓒ 오토트리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