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민정의 6년 만 TV 드라마 복귀작이 조용히 묻히고 있다. ‘꽃보다 남자’ 시절이 겹쳐 보일 만큼 여전한 비주얼에 연기력도 안정적이다. 상대역 김지석과의 케미스트리 역시 합격점이다. 모든 박자가 맞아떨어지는 듯하지만, 단 하나 ‘편성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이민정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 ‘그래, 이혼하자’는 케이블 채널인 KBS Drama와 GTV에 편성돼 매주 수·목요일 오후 11시에 방영 중이다. 당초 ‘그래, 이혼하자’는 MBC 편성이 논의되다가 SBS 등 주요 방송사를 전전한 끝에 케이블 유료 채널에 자리를 잡았다.
작품은 김현경 작가의 동명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웨딩숍 ‘지앤화이트’를 함께 일군 부부 대표 백미영(이민정)과 지원호(김지석)의 이야기를 다룬다. 7년의 결혼 생활 동안 쌓인 상처와 소통 부재로 이혼을 선언하지만, 작품은 이를 단순한 파국이 아닌 서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그린다.
연출력 면에서도 무게감이 있었다. 메가폰을 잡은 주성우 감독은 과거 MBC 주말극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베테랑이다. 최고 시청률 30%를 돌파한 ‘백년의 유산’(2013)과 ‘전설의 마녀’(2014~2015)를 연타석 히트시켰고 ‘애정만만세’(2011), ‘몬스터’(2016), ‘밥상 차리는 남자’(2017) 등 연속극과 미니시리즈를 아우르며 통속적 재미를 끌어내는 데 강점을 보여왔다.
그러나 ‘그래, 이혼하자’는 제작 단계부터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아쉬운 평가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갑작스러운 전 남친의 등장과 남편 주변을 맴도는 이성, 출산을 강요하는 시어머니와의 갈등 등 2000년대 초반 주말극이나 아침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구시대적 클리셰를 그대로 답습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주요 방송사들이 수목극을 폐지하고 ‘금토’ 또는 ‘토일’ 프라임타임으로 라인업을 집중하는 상황도 악재로 작용했다. ‘그래, 이혼하자’는 이민정을 주연으로 내세웠음에도 치열한 주말 안방극장 경쟁을 뚫을 만큼의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미 지난해 촬영을 마쳤음에도 주요 편성 라인업에 정착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표류했던 이유다.
제작비 역시 타 작품 대비 적은 규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글로벌 OTT 플랫폼 판매를 통한 수익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여러 이유로 메이저 플랫폼의 선판매 판로가 막혔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케이블 채널에 파격적인 조건으로 넘길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글로벌 OTT 플랫폼들이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고 판권을 구매할 때 ‘실제 TV 방송 채널에 편성되어 방영되었는가’를 중요한 잣대로 본다”며 “당장 큰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헐값에 케이블 편성을 강행한 것은, 일단 ‘TV 방영작’ 타이틀을 획득한 뒤 해외 수많은 OTT 플랫폼에 판권을 다시 판매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그래, 이혼하자’는 국내 OTT 중에서는 티빙과 웨이브에서만 다시보기(VOD)가 제공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OTT 시장은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뿐만 아니라 라쿠텐 비키(Rakuten Viki), 아마존 프라임, 아이치이(iQIYI) 등 다양한 글로벌·지역별 플랫폼이 존재한다. 방영 이력을 발판 삼아 이들 해외 플랫폼으로 2차 판매를 노릴 수 있다.
결국 가장 아쉬움이 남는 건 이민정의 6년 만 복귀다. ‘그래, 이혼하자’는 이민정이 최고 시청률 30%를 넘긴 KBS2 ‘한 번 다녀왔습니다’(2020) 이후 6년 만의 TV 드라마 복귀작이다. 그사이 출연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빌런즈’ 역시 주연 배우 곽도원의 음주운전 여파로 공개가 약 3년간 미뤄지면서 본의 아니게 배우로서 긴 공백기를 보내야 했다.
그동안 이민정은 개인 유튜브 채널 ‘이민정 MJ’ 구독자 50만 명을 넘기며 꾸준히 대중과 접점을 이어왔다. 그럼에도 본업 복귀를 알린 ‘그래, 이혼하자’는 유튜브만큼 주목받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10일 기준 최고 시청률은 0.4%(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에 그쳤으며, 이민정의 6년 만 TV 드라마 복귀도 씁쓸하게 막을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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