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에서 만난 한 70대 주민은 최근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안 얘기를 꺼내자 고개부터 저었다. 정부안이 한 차례 수정된 데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또 달라질 가능성이 남아 있어 집을 팔아야 할지 계속 보유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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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찾은 반포동 일대 중개업소에서는 세제개편안 수정 이후 거래가 끊긴 분위기가 역력했다. 집주인들이 매물을 대거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올리는 움직임은 뚜렷하지 않았지만 가격을 낮춰 적극적으로 매도하려는 모습도 아니었다. 매도자는 기존 호가를 고수하고 매수자는 급매를 기다리면서 거래가 좀처럼 성사되지 않고 있다.
반포동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거래가 전혀 없다 보니 실거래 가격이 형성되지 않고 호가만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춰 내놓지는 않지만 실제 살 사람이 나타나면 협상은 가능하다”며 “현재 호가보다 10% 정도 낮은 가격까지도 얘기해볼 수 있다”고 했다.
강남구 역삼동 역시 잠잠한 분위기였다. 대신 집주인들의 관심은 세제가 앞으로 얼마나 더 바뀔지에 쏠렸다. 역삼동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매물은 그대로 내놓되 실제 매수자가 나타나면 세무 상담을 받은 뒤 매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집주인이 많다”고 했다.
세제개편안 수정으로 당초안보다 세 부담이 낮아지면서 집주인들이 서둘러 매도할 유인은 줄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추가로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졌다. 반면 매수자들은 지금 고가주택을 샀다가 세제가 또 바뀌어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선뜻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출 규제가 여전한 데다 가격이 더 조정될 수 있다는 기대도 매수를 늦추는 요인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정부안이 한 번 수정되면서 좀 더 볼멘소리를 하면 더 꺾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면서 다들 판단을 못 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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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가 얼어붙은 사이 서초구 신반포2·4차 등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는 가격을 크게 낮춘 급매가 나오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는 장기간 보유해 양도차익이 큰 집주인이 많은 데다 신축보다 실거주 여건이 떨어져 이번 세제 개편에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실거주에 초점을 맞춘 세제 혜택 개편으로 고가주택 양도세 인상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들이 여전히 매도를 압박하고 있다”며 “열악한 정주환경 등 실거주하기 불편한 재건축 아파트 중심으로 가격이 크게 조정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절벽 속 이 같은 일부 하향 거래가 강남권 집값을 낮춘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첫째 주 강남구 아파트값은 0.35%, 서초구는 0.30% 떨어져 나란히 5주 연속 하락했다. 송파구도 전주 0.01% 상승에서 이번 주 0.02% 하락으로 돌아서며 4월 둘째 주 이후 21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문제는 강남 집값을 눌러도 서울 전체 시장이 함께 식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주 강북구 아파트값은 0.46% 올라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도봉구(0.43%), 성북구(0.42%) 등도 크게 올랐다. 고가주택을 겨냥한 세제가 강남3구 가격을 끌어내리는 사이 상대적으로 규제 영향이 덜한 외곽에서는 실수요를 바탕으로 상승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김 소장은 “강남 집값을 억누르는 것만으로는 서울 외곽의 상승세를 잡기 어렵다”며 “외곽은 실수요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는 만큼 별도의 시장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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