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질환 중 대표적인 게 치매다. '가족의 병'이라 불릴 정도로 치매는 모두를 힘들게 한다. 특히 당사자로서는 치매가 찾아오면 평생 모은 예금도, 살고 있는 집도 정작 필요할 때 쓰지 못하는 '묶인 돈'이 될 수 있다. 판단 능력을 잃으면 본인이 직접 금융거래를 하기 어려워지고, 가족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예금을 인출하거나 부동산을 처분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치매에 걸렸을 때 돈을 어떻게 쓸지를 미리 정해두는 것, '치매머니 재테크'가 중요한 이유다.
예를 들어 KB국민은행 'KB골든라이프 치매안심신탁'은 고객이 건강할 때 미리 지급청구대리인을 지정해 자산 사용 계획을 설정해두면 향후 중증치매 진단 시 필요한 자금을 인출·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유언대용신탁까지 함께 활용하면 사망 이후 남은 재산을 미리 정한 방식으로 배우자나 자녀에게 이전할 수 있어 상속 분쟁에도 대비할 수 있다.
평소에는 자유롭게 자금을 사용하다 치매 발생 이후에만 사전에 정한 관리 방식으로 전환되는 상품도 있다. 한화생명 '치매안심 MMT'가 대표적이다. 건강할 때는 수시로 입출금을 하다가 중등도 이상인 임상치매척도 2점 이상 인지장애가 확인되면 치매안심 특약이 개시된다. 특약 개시 이후에는 신탁관리인이 고객을 대신해 MMT 잔액 범위에서 요양비 등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같은 방식은 자녀 한 명에게 통장과 재산을 모두 맡기는 방식보다 자금 사용을 통제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가족이 생활비나 간병비 명목으로 필요 이상으로 돈을 인출할 가능성을 줄이고 금융회사를 통해 지급 내역을 남길 수 있어서다.
만약 가족에게 모든 자산관리 권한을 맡기는 것이 불안하다면 임의후견과 신탁을 결합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장녀를 임의후견인으로 지정하되 5억원의 금융자산 자체는 금융회사에 신탁한다. 치매가 발생하면 자녀는 병원이나 요양시설을 결정하는 등 후견 업무를 맡고 실제 생활비와 요양비는 금융회사가 계약에 따라 지급하도록 하는 식이다. 가족의 재산 유용 위험을 줄이면서도 본인이 신뢰하는 사람에게 의사결정을 맡길 수 있다.
이용자의 현금과 연금 등 수입을 공단이 맡아 월세와 공과금, 요양비, 생활비 등을 계획에 맞춰 지급하는 공공신탁 방식이다. 공공신탁은 이미 재산관리 능력이 떨어졌거나 금융서비스 접근이 어려운 취약 고령층을 보호하는 안전망에 가깝다.
치매 자산 관리는 치매가 오기 전에 준비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신탁 상품은 상품별로 최소 가입 금액과 수수료, 맡길 수 있는 자산, 치매 판정 기준 등이 다른 만큼 가입 전 조건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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