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두호두’는 카카오게임즈가 지난달 24일 국내에 정식 출시한 캐주얼 게임이다. 인지기능 측정과 디지털 치료 기술을 연구하는 스타트업 벨루가가 서울대 의과대학 연구진, 인지과학자, 뇌공학자 등과 함께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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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게임즈 사옥에서 만난 민경복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게임을 개발한 배경에 대해 “치매 검사를 받아볼까 싶어도 병원이나 보건소를 가기까지 심리적·물리적 장벽이 있다”며 “진단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있구나라는 걸 편하게 알아볼 수 있는 장치가 없을까 고민하다 게임이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민 교수의 제안으로 시작된 연구는 게임 개발 경험이 있는 김종윤 벨루가 대표와의 만남으로 구체화됐다. 당시 카카오게임즈 CTO(최고기술책임자)로 재직하며 창업을 준비하던 김 대표와 공동 연구를 시작했고, 이후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 박사인 주혜연 연구팀장이 합류했다.
민 교수는 “과거에도 인지 재활이나 치료에 게임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학자들이 직접 만든 콘텐츠는 재미가 부족해 이용자가 꾸준히 사용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게임은 역시 전문가가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치매 발병 이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의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해보자는 목표로 창업했다”며 “연구 과정에서 조기 발견을 위한 인지 측정 서비스 ‘브레인 오케이’를 먼저 만들었고, 그 다음 단계로 게임을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재미 51%, 효용성 49%…5대 인지기능 게임으로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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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두호두’는 기억력·주의력·실행력·언어능력·시공간능력 등 5개 인지 영역을 고루 활용하도록 설계됐다.
단어 수수께끼, 다른 그림 찾기 등 익숙한 캐주얼 게임 방식을 적용하고 미션 챌린지와 소셜 랭킹 등 경쟁·보상 요소도 넣었다. 이용자는 짧은 게임을 반복해서 즐기면서 자신이 어떤 인지 영역을 주로 활용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김 대표는 게임의 방향을 “재미 51%, 효용성 49%”라고 표현했다.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도 이 균형을 맞추는 일이었다. 연구진은 각 게임이 어떤 인지기능을 자극하는지 최대한 정확하게 설명하려 했지만, 정보가 많아질수록 기존 인지훈련 프로그램처럼 딱딱해질 수 있었다.
주혜연 연구팀장은 “연구자로서는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재미없는 인지훈련의 모습에 가까워졌다”며 “게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설명의 양과 노출 방식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특히 기억력 게임의 재미를 살리는 데 공을 들였다. 범인을 찾는 ‘용의자K’, 물건의 위치를 기억하는 ‘정리의 달인’ 등을 통해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기억을 활용하도록 설계했다.
김 대표는 “기억력 게임은 호기심에 한두 번 해볼 수는 있지만 강제로 외우는 행위 자체가 스트레스를 줘 오래 이용하게 만들기가 쉽지 않다”며 “어떻게 하면 기억을 활용하는 과정을 조금이라도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지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했다.
◇중장년층 예상했는데 2030이 절반 넘어…게임 데이터도 연구 자산
흥미로운 것은 실제 이용자층이다. 개발진은 인지기능 관리라는 서비스 특성상 중장년층 이용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는 20대와 30대 이용자가 전체의 63%를 차지한다.
20대가 33%, 30대가 30%다. 치매 예방이라는 무거운 접근보다 캐주얼 게임이라는 익숙한 형식이 젊은 세대에도 부담 없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풀이된다.
게임을 통해 축적되는 데이터는 향후 인지 연구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민 교수는 “기존 임상에서 이뤄지는 인지검사는 마지막에 나온 점수만 보여주지만, 게임에서는 이용자가 검사 중 멈칫하는 순간이나 속도, 실수가 발생하는 지점 등 중간 과정까지 데이터로 남길 수 있다”며 “기존에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을 찾아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벨루가는 서비스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축적해 인지 연구를 확대하고 디지털 치료제로도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대중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데이터를 쌓고 개선한 뒤 내년이나 후년쯤에는 디지털 치료제에 도전하겠다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인지 데이터와 AI를 결합해 인간의 뇌를 이해하는 새로운 연구 기반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김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억 단위의 인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며 “방대한 데이터와 AI를 결합하면 인간의 두뇌를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하고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한 특징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벨루가는 내년 봄 ‘오늘두호두’ 영어판을 출시할 계획이다. 언어능력이 주요 인지 영역에 포함되는 만큼 단순 번역이 아니라 언어별 특성에 맞춰 콘텐츠를 새롭게 설계한다. 이후 일본어·스페인어·중국어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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