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에바스 기운을 받았나 봐요."
고영표가 5년 전 명승부와 똑 닮은 호투로 팀의 선두 경쟁에 불을 지폈다.
KT는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뱅크 KBO리그' 삼성과의 원정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KT는 2연승을 달렸다. 특히 1위 삼성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하며 승차를 0.5경기로 좁혔다.
KT 선발 고영표의 호투가 빛났다. 고영표는 7이닝 동안 97구 4피안타 1사구 5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5년 전 1위 결정전 모습을 재현하는 듯했다. 당시 KT는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의 7이닝 무실점 역투에 힘입어 1-0으로 승리, 팀의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한 바 있다.
경기 후 만난 고영표는 "오늘 경기를 준비하면서 쿠에바스에게 기운을 좀 받아야 하나 생각했다. 마침 소셜 미디어(SNS)에서 쿠에바스가 정조 유니폼 모델로 나선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 걸 보고 문득 그가 떠올랐다. 남다른 각오로 준비하다 보니 쿠에바스 생각이 더 났던 것 같다"고 전했다.
고영표는 "1·2위 싸움이라 초반에 경기를 잘 이끌어야겠다는 책임감이 컸다. 사실 직전 삼성전(6월 28일)에서 6이닝 5실점으로 좋지 않았다. 홈런도 맞았고 구자욱에게도 많이 맞았다. 그래서 오늘 다른 날보다 더 긴장했다"면서 "하지만 마운드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최대한 집중하다 보니 경기 중엔 긴장감이 많이 떨어졌다. 수비에서 상대 흐름을 잘 끊어준 덕분에 마운드에서 자신 있게 공을 던질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2회 중견수 최원준의 점프 캐치가 결정적이었다. 2회 디아즈의 정타를 담장 앞에서 점프해 잡아낸 것이다. 고영표는 "디아즈가 정확한 타이밍에 너무 잘 쳤다. 맞는 순간 펜스를 넘어갈 거라 생각했다. 다행히 타구가 (담장 밖으로 넘어가진 않고) 외야 깊은 코스로 갔는데, 펜스 앞에서 최원준이 그걸 낚아채는 걸 보고 오늘 경기가 잘 풀리겠다고 생각했다. 호수비가 흐름을 딱 끊어줘서 긍정적인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고영표도 투혼을 발휘했다. 6회 선두타자 김지찬의 투수 앞 타구를 잡아내는 과정에서 글러브와 손목 사이를 맞아 응급 치료를 받았다. 고영표는 "손바닥에 멍이 좀 들었는데, 타구가 뒤로 빠지는 것보다 내 몸에 맞고 떨어지는 게 훨씬 낫다"면서 "김지찬이 발이 빠르지 않나. 지난 경기에서도 기습 번트를 맞고 무너졌던 기억이 있어 번트 대비도 하고 있었다. 오늘 김지찬의 타구가 유독 내 정면으로 왔는데, 부상을 안 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러브나 내 몸에 맞고 떨어진 게 다행이었다"고 전했다.
고영표의 호투 덕분에 KT는 다시 우승 경쟁에 불을 지폈다. 고영표는 "팬분들이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제 이름과 등번호를 마킹해 주신다. 그 유니폼을 입었을 때 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든든하게 잘하는 것이 제 몫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계약 기간 동안 꼭 한 번 더 우승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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