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결심공판서 최후진술
이른바 매관매직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김건희 여사가 항소심 마지막 재판에서 눈물을 보이며 무죄를 호소했다. 김 여사는 자신이 대통령 배우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공직이나 국가사업을 대가로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남편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이후 오히려 자신은 재산과 명예를 잃었다는 주장도 내놨다.
서울고법 형사15부는 9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가운데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 여사의 항소심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특검과 김 여사 측이 1심 판단을 두고 다시 한번 정면으로 맞섰다. 특검은 1심이 인정한 범죄의 중대성을 강조하며 김 여사 측 항소를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김 여사 측은 금품과 청탁 사이의 대가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매관매직의 뜻 또한 화제가 되고 있다. 팔 매, 벼슬 관, 직분 직으로 한자 풀이를 할 수 있는데 말 그대로 벼슬과 자리(직분)을 돈을 놓고 거래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돈 혹은 뇌물 등을 받고 공적인 자리와 관직을 사고 파는 것을 말한다.
보통 역사책에서 볼 수 있었던 이 단어는 조선시대에 나라 기강이 흔들리며 부정부패가 빈번하게 일어나 돈을 받고 국가의 공직을 사고파는 행위로 서술되어 있다.
하지 않은 일 인정할 수 없다
법정에 출석한 김 여사는 준비한 최후진술을 읽으며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김 여사는 대통령 배우자라는 위치에 있었던 만큼 자신의 행동이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자신의 처신으로 국민에게 실망과 심려를 끼친 부분에 대해서도 사과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형사책임과 관련해서는 물러서지 않았다.
김 여사는 누군가에게 공직이나 국가사업을 제공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적이 없고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해 특정인에게 자리를 마련하거나 사업 기회를 제공한 사실도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자신이 부족하게 처신한 부분에 대한 비판과 형사사건의 유무죄 판단은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 김 여사 측 입장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언급하며 억울함 호소
최후진술에서는 남편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사람이라면 자신의 주장을 이해할 것이라면서 부인이 무엇인가를 부탁한다고 그대로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다.
대통령 배우자라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윤 전 대통령의 인사권이나 국정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특검의 주장을 사실상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김 여사는 자신이 대선 과정에서부터 여러 의혹과 비판에 시달렸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 때문에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런 상황에서 청탁을 받고 무리한 행동을 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남편 대통령 된 뒤 모든 것 잃었다?
김 여사의 최후진술 가운데 특히 관심을 받은 부분은 윤 전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 이후 자신의 삶이 오히려 어려워졌다는 주장이었다.
김 여사는 대통령 배우자라는 자리가 개인적으로 이익을 얻는 자리가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을 국가를 위해 더 내놓아야 하는 위치였다고 주장했다.
결혼 전처럼 자신의 사업을 계속하고 전시회를 열며 생활했다면 경제적으로 더 나았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이어 남편이 대통령이 된 이후 재산과 명예를 모두 잃었다고 호소했다.
최후진술 마지막 부분에서는 감정이 북받친 듯 울먹이기도 했다.
김 여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할 부분은 감당하겠다면서도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자신의 인생 전체가 규정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취지로 재판부에 호소했다.
또 자신의 부족한 처신으로 많은 사람에게 심려를 끼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하고 앞으로 이를 돌아보며 살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건희 측 금품과 청탁 대가성 입증 안 돼
변호인단 역시 특검의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 측은 특검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금품 제공과 인사 또는 사업 관련 청탁 사이에 형사처벌에 필요한 대가 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가 먼저 금품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도 변호인단이 강조한 부분이다.
일부 금품을 돌려주거나 공탁한 사정과 여러 형사사건의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 김 여사의 건강 상태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김 여사가 여러 차례 건강 문제를 겪었다는 점도 양형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검 1심 징역 7년 무겁지 않다
특검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특검팀은 김 여사에게 전달된 고가의 물품을 개인적인 친분에서 오간 일반적인 선물로 볼 수 없으며 당시 금품 제공자들이 가지고 있던 인사나 사업 관련 현안과 연결해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금품을 누가 제공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왜 해당 인물이 그 시기에 상당한 가치의 물품을 김 여사에게 전달했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품 제공자의 당시 현안과 김 여사와 관계를 맺게 된 과정, 전달된 물품의 가격, 제공 시기 등을 종합하면 청탁과 금품 사이의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논리다.
특검은 이에 따라 김 여사 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7년을 선고한 1심 판단을 유지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대통령 배우자라는 지위 놓고 공방
특검은 김 여사가 당시 대통령 배우자였다는 점을 사건의 중요한 요소로 제시했다.
일반적인 알선 브로커와 달리 대통령에게 직접 접근할 수 있었고 공적인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 특별한 위치에 있었다는 주장이다.
특검팀은 대통령 배우자에게 인사나 사업 관련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이 고가의 금품을 제공하는 행위가 공직사회의 공정성과 국민 신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위공직자가 유사한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는 사건과 비교하더라도 이번 사건이 사회에 미친 충격을 가볍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반면 김 여사는 대통령 배우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실제로 윤 전 대통령에게 부탁하거나 인사와 사업에 개입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맞섰다.
결국 대통령 배우자라는 김 여사의 위치와 금품 제공자들의 현안 사이에 어느 정도의 연결 관계가 인정되는지가 항소심에서도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심은 고가 귀금속 등 수수 혐의 유죄 판단
앞서 1심은 김 여사에게 제기된 알선수재 혐의 상당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제공된 자료에 따르면 1심에서 핵심적으로 다뤄진 내용 가운데 하나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측에서 전달된 고가의 귀금속이었다.
1심은 이 회장이 맏사위의 인사와 관련한 청탁과 함께 1억38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김 여사에게 제공했다는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사업가 서모씨로부터 3990만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손목시계를 받은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으로부터 금거북이와 세한도 복제품을 받은 부분과 최재영 목사로부터 디올 가방 등을 받은 내용도 1심의 판단 대상에 포함됐다.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 공천 관련 청탁과 함께 그림을 받았다는 혐의 역시 1심은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1심의 판단이다. 김 여사 측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현재 항소심 절차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최종적인 사법 판단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
금품이 선물인지 청탁 대가인지 핵심
항소심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는 결국 김 여사가 받은 것으로 1심에서 인정된 물품과 금품 제공자들의 요구 사이에 형사처벌이 가능한 대가성이 존재했는지 여부다.
김 여사 측은 친분 관계에서 전달된 물품과 실제 청탁의 대가로 제공된 금품은 엄격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반대로 금품 제공자들이 당시 해결해야 할 현안을 가지고 있었고 대통령 배우자인 김 여사에게 상당한 가치의 물품을 제공한 시기 등을 종합하면 단순한 선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같은 금품을 두고 김 여사 측은 청탁과 연결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특검은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대가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맞서고 있는 셈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의 사실인정과 법률적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일지, 일부 또는 전부를 다르게 판단할지가 이번 선고의 핵심이다.
방청석에서도 소란
김 여사가 최후진술을 하는 과정에서는 방청석에서도 소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진술을 이어가자 일부 지지자들이 반응했고 법정 질서 유지를 위해 경위들이 제지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김 여사는 약 10분 동안 준비한 최후진술을 이어가며 마지막까지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특검과 변호인단의 최종 의견, 김 여사의 최후진술까지 마무리되면서 항소심 재판도 사실상 판결만을 남겨두게 됐다.
22일 오후 항소심 선고
재판부는 이날 양측의 최종 변론을 모두 들은 뒤 심리를 종결했다.
김 여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오는 22일 오후 2시 진행될 예정이다.
1심에서 징역 7년이라는 중형이 선고된 만큼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의 판단을 유지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검은 김 여사가 대통령 배우자로서 가진 영향력과 금품 제공자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하면 1심의 형량이 과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 여사 측은 실제 인사나 국가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증거가 부족하고 청탁과 금품 사이의 대가 관계 역시 충분하게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요구하고 있다.
김 여사 본인도 마지막까지 대통령 배우자로서 더 신중하게 행동하지 못한 부분은 사과하면서도 자신이 하지 않은 범죄까지 인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재산과 명예를 모두 잃었다며 눈물을 보인 김 여사의 호소와 대통령 배우자의 지위를 이용한 중대한 알선수재 범죄라는 특검의 주장이 정면으로 충돌한 가운데 이제 판단은 항소심 재판부의 몫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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