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실화탐사대’가 암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고 전경철 작가를 추모하며 생전 아들에게 남긴 마지막 영상 메시지를 공개했다. 20년 넘게 중증 자폐 아들을 홀로 키운 고인이 자신이 떠난 뒤 홀로 남을 아들에게 건넨 마지막 당부가 공개되면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실화탐사대’는 지난 8일 공식 SNS를 통해 지난 5일 별세한 고 전경철 작가를 추모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지난 3월 방송에 출연했던 고인이 아들을 바라보며 직접 남긴 메시지가 담겼다.
고인은 영상에서 “아들 마지막으로 부탁할 게 있어”라고 말한 뒤 자신을 꼭 ‘아빠’라는 호칭으로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대신 자신을 바라보던 따뜻한 시선을 기억해달라며 “이 정도로 아빠의 흔적을 기억해줘. 희미하게”라고 당부했다.
유튜브 '실화 On'
이어 “항상 어딘가에서 아빠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렴”이라며 “언제든 아빠를 다시 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항상 옆에 있다고 생각하고 내 아들답게, 여전히 멋있고 잘생긴 청년으로 잘 살아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고인은 마지막으로 “장하다 내 아들. 파이팅”이라고 응원했다. 이후 “안녕! 또 봐!”라고 말하며 아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이 이어졌고, ‘실화탐사대’ 측은 환하게 웃고 있는 고인의 영정 사진을 마지막 화면에 담았다.
제작진은 “수많은 피터팬들이 머물 네버랜드를 꿈꿨던 전경철님을 기억하겠습니다”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실화탐사대 제작진 일동”이라는 글을 남겼다.
영상이 공개된 이후 누리꾼들의 추모도 이어졌다. “부디 마지막 가시는 길 웃으면서 훨훨 날아가시길”, “하늘에서는 평안하시길 기도합니다”,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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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자녀를 키우고 있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아내가 알려줘 영상을 보게 됐다며 “잠을 못 잤습니다. 펑펑 울었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항상 아들이 걱정되던 모습에서 공감이 됐던 것 같다”며 “아들에게 주시던 사랑 저 또한 줄 수 있는 아버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고 전경철 작가는 지난 5일 오후 7시56분께 간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1962년생으로 향년 64세다.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별도의 빈소를 마련하지 않는 무빈소 장례로 치러졌다.
고인은 20년 넘게 중증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들을 홀로 돌봤다. 아들은 20대 후반의 나이지만 발달 연령이 두 살 정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고인은 지난해 4월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의료진으로부터 시한부 판정을 받은 뒤에도 자신이 세상을 떠난 이후 아들이 살아갈 곳을 찾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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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아들이 생활할 수 있는 시설을 찾기 위해 전국의 장애인 거주시설과 복지기관 등 1000여 곳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성인 중증 자폐인을 받아줄 곳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겪은 고민과 절망을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 기록했다. 그의 사연은 이후 방송을 통해 알려졌고 지난 3월 MBC ‘실화탐사대’에서도 소개됐다.
방송 이후 고인의 사연을 접한 시민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후원과 관심이 모이면서 아들은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동체 마을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됐다. 고인이 생전 가장 절실하게 원했던 아들의 거처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그러나 고인은 자신의 아들이 지낼 곳을 마련한 뒤에도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는 다른 중증 자폐인 가족들이 부모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자녀의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피터팬 자폐인복지재단’ 설립을 추진했다.
지난 7월에는 고인이 추진위원장을 맡은 ‘피터팬 자폐인복지재단 설립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추진위원으로는 재활상담학 교수, 최중증통합돌봄센터장, 장애인종합복지관장, 푸르메재단 관계자 등이 참여했고 법률지원단도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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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이 만들고자 한 것은 이른바 ‘피터팬의 네버랜드’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성인 중증 자폐인이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핵심 사업이다.
재단 설립을 위한 자금도 실제로 모였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3246구좌가 약정돼 3억2460만원이 모였으며, 여기에 고인의 책 ‘안녕, 피터팬’ 인세와 개인 후원금 1억2300만원이 더해져 총 4억4760만원의 설립 자금이 마련됐다. 초기 목표액 5억원에 가까운 금액이다.
고인은 재단 설립을 위한 기업 파트너를 찾기 위해 생전 10여 곳의 기업에 제안서를 보냈고, 이 가운데 복수의 기업과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은 향후 당사자 중심, 전문성 기반, 시민 공공성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운영하고, 최종적으로는 고인의 아들이 생활하고 있는 공동체와 같은 형태의 ‘자립 공동홈’을 전국에 10곳 이상 건립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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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이야기는 책으로도 남았다. 지난 6월 출간된 ‘안녕, 피터팬’에는 20년 넘게 아들을 돌봐온 아버지의 삶과 자신이 떠난 뒤 아들이 살아갈 공간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과정이 담겼다. 책은 출간 이후 온라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고인은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아들만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같은 문제를 겪는 다른 장애인 가족들에게도 새로운 선택지가 필요하다고 봤다. 자신이 남긴 책의 인세와 후원금 역시 재단 설립을 위해 내놓았다.
고 전경철 작가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피터팬의 네버랜드’ 설립이라는 그의 계획은 남겨진 이들의 과제가 됐다.
생전 마지막까지 아들에게 “잘 살아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던 고인의 바람처럼, 아들의 삶과 다른 중증 자폐인들의 삶이 이어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 그의 마지막 꿈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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