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찬희 기자
강화된 상장폐지 기준 시행 이후 주가와 시가총액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기업 가운데 일부가 다시 기준선 위로 올라서고 있다. 오에스피는 시가총액 200억원 이상을 30거래일 넘게 유지하며 관리종목 해제를 눈앞에 둔 반면 주식병합으로 동전주에서 벗어난 노을과 우리엔터프라이즈는 이제 연속 기준 충족 첫발을 뗐다. 같은 기준 회복이라도 실제 상장폐지 위험에서 벗어나기까지 남은 거리는 크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후 주가 또는 시가총액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60개사 가운데 지난 8일 기준 기준선을 다시 넘어선 곳은 ▲오에스피 ▲세진티에스 ▲육일씨엔에쓰 ▲노을 ▲우리엔터프라이즈 등 5곳으로 집계됐다.
시총 200억선 되찾은 3곳···회복 방식은 제각각
시가총액 미달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탈출 가능성을 높인 곳은 반려동물 사료 전문 기업인 오에스피다. 오에스피의 시가총액은 지난 8일 286억6000만원으로 지난 7월 24일부터 32거래일 연속 200억원을 웃돌았다.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 앞으로 13거래일을 추가로 채울 경우 관리종목 해제 요건인 45거래일 연속 기준 충족에 도달한다. 한국거래소도 지난 8일 오에스피의 시총 기준 충족 일수가 32일이라고 안내했다.
오에스피는 지난 7월 10일 시가총액이 약 165억원에 그치면서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이후 8일기준 시총은 286억6000만원으로 약 73.7% 늘었다. 같은 기간 주가는 2265원에서 2550원으로 12.6% 상승했으며 유상증자 추진으로 상장주식 수는 약 728만주에서 1124만주로 증가했다.
오에스피는 관리종목 지정 전후로 자본 확충과 주주가치 제고에 나섰다. 지난 7월 8일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2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한 데 이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잇달아 추진했다.
앞서 6월에는 보통주 1주당 0.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도 실시했다. 이에 따라 주가 상승뿐 아니라 무상·유상증자에 따른 상장주식 수 증가도 시총 회복에 영향을 미쳤다. 회사는 지난달에는 별도로 20억원 규모 유상증자 납입을 마치고 기업가치 제고 계획도 내놨다.
광기능성 부품을 생산하는 세진티에스와 정밀화학·에듀테크 사업을 운영하는 육일씨엔에쓰는 상장주식 수 변화 없이 주가 상승으로 시총 기준을 다시 넘어섰다. 세진티에스의 시총은 관리종목 지정일인 7월 21일 148억7000만원에서 지난 8일 219억6000만원으로 47.7% 증가했다. 지난달 18일부터 16거래일 연속 200억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육일씨엔에쓰는 시총이 124억4000만원에서 200억7000만원으로 61.4% 늘었다. 지난달 28일부터 8거래일째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세진티에스는 시총 기준 회복 과정에서 자사주 매입을 잇달아 진행했다. 지난 7월 1일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1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해 같은 달 말까지 49만3809주를 취득했다. 이어 7월 31일에는 최대 100만주를 장내에서 직접 사들이기로 했고 지난달 31일에도 약 10억원을 들여 37만1747주를 추가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31일 기준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129만5518주로 전체 발행주식의 15.43%에 달했다.
육일씨엔에쓰는 별도의 자사주 매입보다 주가 반등이 시총 회복을 직접 이끌었다. 특히 회사가 운영자금 약 30억원을 확보하기 위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지난달 26일 이후 주가는 27일 15.1%, 28일 13.3% 상승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8일 처음으로 시총 200억원선을 다시 넘어섰다.
현행 코스닥 규정은 시가총액이 200억원 미만이거나 주가가 1000원 미만인 상태가 30거래일 연속 이어지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이후 90거래일 안에 해당 기준을 45거래일 연속 웃돌지 못하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내년 7월부터 코스닥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은 300억원으로 상향된다.
병합으로 1000원선 회복···기업가치 개선과는 별개
주가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노을과 우리엔터프라이즈는 주식병합을 통해 1000원선을 회복했다. 두 회사 모두 보통주 5주를 1주로 합치는 5대1 액면병합을 진행한 뒤 지난 7일부터 거래를 재개했다.
노을은 AI와 바이오 기술을 접목시켜 말라리아와 혈액분석, 자궁경부암 진단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헬스케어 기업이다. 회사는 지난 6월 적정 유통주식 수 유지와 주가 안정화, 기업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5대1 주식병합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발행주식 수는 약 5129만주에서 1026만주 수준으로 줄었다.
우리엔터프라이즈는 LED 산업·홈·스포츠·상업조명과 일반조명 등을 제조·판매하는 조명 전문기업이다. 이 회사 역시 지난 6월 주가 안정화와 기업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5대1 병합을 결정하면서 발행주식 수를 약 2622만주에서 524만주 수준으로 줄였다. 두 회사 모두 강화된 동전주 기준이 시행되기 전에 병합에 착수했고 변경상장 직후 주가 1000원선을 넘어선 상태다.
지난 8일 노을과 우리엔터프라이즈의 종가는 각각 1594원과 3860원이다. 관리종목 지정 사유인 1000원 기준은 넘어섰지만 거래 재개 이후 기준을 충족한 기간은 아직 2거래일에 불과하다.
병합만으로 모든 퇴출 위험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노을의 8일 기준 시가총액은 163억5000만원으로 코스닥 시총 기준인 200억원을 밑돌고 있다. 주식병합을 통해 동전주에서는 벗어났으나 시총이 200억원 이하에서 30거래일 연속 유지될 경우 시총미달에 따른 관리종목 사유가 재차 발생할 수 있다. 우리엔터프라이즈 역시 시총이 202억4000만원으로 기준선을 불과 1.2% 간신히 넘긴 상태다.
주식병합은 주식 수를 줄이는 대신 주당 가격을 높이는 조치다. 이를 통해 동전주 상태에서 벗어나도 향후 주가가 다시 밀리거나 시가총액이 기준선을 장기간 밑돌 경우 다시 상장폐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기준선 문턱서 다시 밀려···단기 반등만으론 부족
실제 단기적인 기준 회복만으로는 연속 충족 요건을 넘기 어렵다. 주가와 시총 기준에 동시에 걸린 아이스크림에듀는 지난달 26일 종가가 1009원까지 오르며 처음으로 동전주 기준을 벗어났지만 이튿날 바로 984원으로 밀렸다. 이후 8일에도 945원에 마감하면서 연속 충족 일수는 다시 처음부터 쌓아야 하는 상황이다.
시총 기준 바로 아래까지 접근한 종목도 있다. 비케이홀딩스와 한탑, 핀텔의 8일 시가총액은 각각 187억8000만원, 185억8000만원, 181억9000만원이다.
학계에서는 45거래일 연속 충족 요건이 일시적인 주가 반등이나 단기적인 주가 부양만으로는 상장폐지 위험을 벗어나기 어렵게 만든 장치라고 평가한다. 또한 주식병합을 통해 명목 주가를 높인 경우와 실제 주가 상승이나 실적 개선 등을 바탕으로 시가총액을 회복한 경우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45거래일 연속 기준은 단기간 주가를 끌어올려 상장폐지를 피하는 것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투자자 보호 측면의 의미가 있다"며 "다만 주가·시총 기준을 충족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매출, 영업이익, 현금흐름, 자본잠식 여부 등 기업의 실질적인 펀더멘털이 개선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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