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연인이 몰래 휴대전화를 열어 사적 대화를 캡처한 뒤, 직장 동료 수백 명이 있는 단체채팅방에 올렸다. 피해자는 이후 숨졌고, 가해자는 명예훼손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셔터스톡
A씨와 B씨는 연인 관계였다가 헤어졌고, 2023년 2월 다시 만났다. 같은 달 B씨는 A씨 집에서 함께 자던 중 A씨 몰래 휴대전화 잠금을 풀었다. 그 안에서 A씨가 직장 동료와 만난 정황을 발견했다.
B씨는 두 사람의 대화 수십 장을 캡처했다. A씨가 그 동료의 결혼식에 다녀온 다음 날, B씨는 캡처본을 직장 동료 500여 명이 있는 단체채팅방 3곳에 올렸다.
A씨는 B씨를 고소했지만, 유포 사흘 뒤 A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B씨는 명예훼손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확정받았다. 1심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2심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2024년 9월 그대로 확정됐다.
형사재판부는 "피해자에게 매우 큰 정신적 충격을 줬고 사생활을 수백 명에게 공개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족은 B씨를 상대로 1억 원을 배상하라며 민사소송을 냈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민사3단독 최복규 판사는 지난달 13일, 명예훼손 등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 1900만 원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사망과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족 측은 지난달 28일 항소했다.
사적 대화를 500명에게 뿌리면 어떤 죄가 되나
B씨가 확정받은 혐의는 명예훼손이다.
정보통신망법은 상대를 비방할 목적으로 사실을 드러내 여러 사람 앞에서 명예를 훼손하면, 그 내용이 진실이라도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한다. 이른바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도, 사생활에 해당하는 내용을 다수가 보는 공간에 퍼뜨린 이상 명예훼손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형사재판부가 "사생활을 수백 명에게 공개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대 몰래 휴대전화를 열람해 대화를 빼낸 행위 자체도 별도의 사생활 침해 문제가 될 수 있다.
형사는 유죄인데, 왜 사망 배상은 인정 안 됐나
형사 재판과 민사 재판의 결론이 갈린 지점은 인과관계다.
민사 재판부는 B씨의 폭로 행위가 위법하다는 것과, 그 폭로가 A씨의 사망까지 초래했다는 것을 별개 문제로 봤다.
재판부는 "명예훼손 등 불법행위로 목숨을 버리는 것은 경험칙상 피해자의 일반적인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A씨가 우울증 등 정신과 치료 이력이 없었던 점도 근거로 들었다.
B씨가 A씨의 극단적 선택 가능성을 미리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결과 재판부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1900만 원만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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