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잇따른 가을 선거 앞두고 ‘전쟁 역풍’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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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 잇따른 가을 선거 앞두고 ‘전쟁 역풍’ 직면

이슈메이커 2026-09-09 09:27:4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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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잇따른 가을 선거 앞두고 ‘전쟁 역풍’ 직면
 

2026년 하반기 전 세계의 이목이 미국과 러시아, 이스라엘로 집중되고 있다. 전쟁의 최전선에서 국가를 이끄는 이른바 ‘전시 지도자(Wartime Leader)’ 3인방이 줄줄이 선거라는 중대한 정치적 시험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과거의 안보 위기가 외부의 적을 향한 강력한 내부 결속과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던 ‘랠리 어라운드 더 플래그(Rally 'round the flag)’ 효과는 옛말이 되었다. 장기화된 무력 분쟁과 이로 인한 치명적인 에너지 가격 상승, 민생 경제의 파탄은 오히려 지도자의 목을 조이는 날카로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이란과의 무력 충돌 여파로 ‘휘발유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우크라이나의 본토 타격으로 극심한 연료난에 빠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그리고 끝없는 전쟁의 수렁 속에서 책임론에 직면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까지. 다가오는 가을 선거가 이들의 정치적 명운은 물론 글로벌 지정학적 분쟁의 출구를 결정지을 중대 분수령으로 떠오르고 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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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런당 4달러에 걸린 중간선거와 레임덕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두려운 적은 이란의 미사일이 아닌, 미국 내 15만여 개 주유소 전광판에 찍힌 ‘휘발유 가격’이다. 광활한 영토 특성상 자동차가 필수재인 미국에서 휘발유 가격은 단순한 경제 지표를 넘어 민심을 가늠하는 가장 직관적인 척도다. 특히 미국 국민들이 감내할 수 있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갤런당 4달러’가 돌파되면서, 물가 폭등의 책임이 고스란히 집권 여당인 공화당과 백악관으로 향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뼈아픈 경고음을 내고 있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 집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9%로 집권 2기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란 공격 초반 “전쟁은 곧 끝날 것”이라 호언장담했던 것과 달리, 무력 충돌이 장기화하면서 이란 공격에 찬성하는 여론은 30%대로 주저앉았다. 하원 435석 전체와 상원 100석 중 35석을 선출하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만약 하원을 민주당에 내어준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즉각적인 청문회 정국과 입법 마비라는 ‘레임덕’의 늪에 빠지게 된다.


  진퇴양난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름값 잡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올해 2분기에만 29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합산 순이익을 거둔 엑손모빌과 셰브론 등 석유 메이저들을 향해 “이익의 일부를 국민에게 돌려주고 가격을 내리라”며 법무부 담합 조사까지 지시하는 등 맹비난을 쏟아냈다. 아울러 자국 선박의 운송 독점권을 보장하는 ‘존스법(Jones Act)’의 적용을 중간선거 이후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하며 외국 선박을 통한 연료 공급망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인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독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휘발유 가격을 낮추려면 이란과 협상해 해협 통항을 정상화해야 하지만, 이는 이란이 내건 6대 요구조건(해상 봉쇄 해제, 제재 영구 철회, 동결 자산 반환 등)에 굴복하는 꼴이 된다. 출구 없는 전쟁 속에서 타협과 강경 노선 사이를 위태롭게 줄타기하는 트럼프의 처지는 험난한 항해를 이어가는 ‘오디세이’에 비유되고 있다.

 

집권 2기 들어 최저치를 기록 중인 각종 여론조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뼈아픈 경고음을 내고 있다. ⓒOfficial White House Photo by Molly Riley
집권 2기 들어 최저치를 기록 중인 각종 여론조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뼈아픈 경고음을 내고 있다. ⓒOfficial White House Photo by Molly Riley

 

사상 초유의 연료난 직면한 푸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철권통치를 이어가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우크라이나군의 정밀한 장거리 드론 타격이 앙가르스크를 제외한 러시아 10대 정유 공장을 모두 강타하면서, 러시아의 정유 능력은 무려 45%나 급감했다. 옛 소련 붕괴 이후 최악의 연료난이다. 군사 강국을 자처하던 러시아가 주유소마다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과 개인별 판매 제한 조치라는 수모를 겪고 있는 것이다.


  위기를 직감한 러시아 정부는 내년 1월 31일까지 휘발유를 비롯한 주요 연료의 전면적인 수출 금지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심지어 인도, 카자흐스탄 등지에서 사상 처음으로 대규모 휘발유를 역수입하는 촌극까지 빚어지고 있다. 인도 나야라 에너지(로스네프트 지분 49% 보유)의 바디나르 정유 시설에서 정제된 러시아산 원유가 휘발유가 되어 다시 러시아 북부로 밀려들어 오는 웃지 못할 상황은 현재 러시아가 처한 궁핍한 민낯을 대변한다.


  문제는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치러지는 국가두마(하원) 선거다. 우크라이나에서 병합한 돈바스 및 노보로시야 지역 주민들이 처음으로 참여하는 이번 선거에서 집권 ‘통합러시아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어야만 침공의 명분과 체제 안정을 증명할 수 있다. 그러나 연료 부족이 식량과 소비재 물류 대란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면서 민심은 차갑게 식고 있다. 전러시아여론연구센터(VCIOM)와 러시아 여론재단(FOM) 조사 결과 푸틴의 지지율은 65~66% 선으로 추락해 개전 이후 최저치를 맴돌고 있다. 독립 조사기관 레바다센터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62%가 “평화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답했다. 과거 대형 재난과 정치적 격변이 반복되었던 러시아의 이른바 ‘저주받은 8월’의 공포가 민생고를 타고 푸틴의 권력 기반을 서서히 흔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철권통치를 이어가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kremlin.ru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철권통치를 이어가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kremlin.ru

 

하마스 기습 책임론과 야권의 약진, 벼랑 끝 네타냐후
가장 위태로운 생존 게임을 벌이고 있는 인물은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다. 오는 10월 27일 예정된 이스라엘 총선(120석)은 2023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치명적인 기습 공격 이후 치러지는 첫 전국 단위 선거다. 정보 및 안보 실패에 대한 막중한 책임론, 하마스 억류 인질 문제, 거기에 네타냐후 본인의 부패 혐의 재판까지 겹치며 집권 연정은 붕괴 직전의 위기에 몰려 있다.


  이스라엘 국민들은 네타냐후가 주도하는 극단적인 우파 강경 노선과 이란 파생 분쟁에 심각한 피로감을 표출하고 있다. 최근 현지 일간지 마리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참모총장 출신 가디 아이젠코트가 이끄는 중도 야당 ‘야샤르’가 23석을 확보해 네타냐후의 우파 집권당 ‘리쿠드(22석)’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쿠드당의 의석수는 올해 1월 27석에서 반년 만에 5석이나 증발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리쿠드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고, 아이젠코트를 필두로 한 야권 연립정부가 구성되어 정권 교체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안보를 명분으로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해 온 네타냐후의 ‘전쟁 마케팅’이 이제는 우파 지지층 내부에서조차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가을 치러질 이 세 번의 굵직한 선거는 단순히 각국의 내각을 재구성하는 이벤트를 넘어선다.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의 선거 결과는 수년째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이란 및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을 결정지을 직접적인 트리거(Trigger)다.


  성난 유권자들의 투표용지는 전쟁의 참혹함과 물가 폭등이라는 청구서에 대한 매서운 심판이 될 것이다. 국내 문제와 민심 이반에 발목이 잡힌 3인의 지도자들이 권력 유지를 위해 전향적인 평화 협상의 테이블로 나설 것인지, 아니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더욱 극단적인 무력 충돌로 판을 키울 것인지 전 세계의 시선이 다가오는 선거의 계절을 향해 집중되고 있다.

 

이스라엘 국민들은 네타냐후가 주도하는 극단적인 우파 강경 노선과 이란 파생 분쟁에 심각한 피로감을 표출하고 있다. ⓒOfficial White House Photo by Daniel Torok
이스라엘 국민들은 네타냐후가 주도하는 극단적인 우파 강경 노선과 이란 파생 분쟁에 심각한 피로감을 표출하고 있다. ⓒOfficial White House Photo by Daniel Torok

 

‘北 핵무기 57개’ 트럼프 발언 파장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지칭한 것에서 더 나아가 ‘57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미국의 대북정책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도 주목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연내 만날 수 있고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보유했기 때문에 그와 잘 지내고 있는 건 미국 안보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발언하는 과정에서 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미국의 대북정책과 한반도 및 동북아 안보 상황 등에도 작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북한 정권의 숙원이던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미국 정부가 기정사실로 한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핵무기 포기 의사가 없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군사·외교적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북러 밀착을 달가워하지 않는 중국이 북한의 핵무장을 묵인하는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역시 대북정책 기조를 ‘비핵화’에서 ‘거래’로 급선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의 선거 결과는 수년째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전쟁의 향방을 결정지을 직접적인 트리거(Trigger)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Pixabay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의 선거 결과는 수년째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전쟁의 향방을 결정지을 직접적인 트리거(Trigger)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Pixabay

 


  특히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추락의 원인이 된 이란 전쟁 출구 전략이 모호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회담 추진 및 북한 문제 해결을 외교 성과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만일 미국의 대북정책이 변화한다면 한반도나 동북아의 안보 지형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내 보수 진영이나 일본에서 자체 핵무장론이나 전술핵 재배치 여론 등이 제기될 수 있고, 주한미군 주둔 등 미국의 대북 억제 태세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한미동맹에 미치는 영향도 적잖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남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에 맞서 한국의 안보를 지켜주는 ‘확장 억제’ 공약을 기반으로 한 동맹의 성격이, 미국과 북한이 거래적 관계가 되면 기본 전제가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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