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공장에 들어서면 같은 차종이 일정한 간격으로 줄지어 움직이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에 위치한 기아 오토랜드 화성의 PBV(목적기반모빌리티) 생산라인은 조금 달랐다. 패신저부터 카고, 장애인 이동을 돕는 WAV, 샤시캡 등 서로 다른 형태의 차량이 한 생산 시스템 안에서 만들어진다.
8일 찾은 기아 화성 에보 플랜트(EVO Plant)에서는 차량마다 다른 사양을 생산 과정에서 구분하고 필요한 부품을 찾아 조립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PBV의 핵심인 '맞춤형 생산'을 자동차 공장 안으로 가져온 것이다.
기아는 이날 오토랜드 화성에서 'PBV 생산 허브 테크 데이'를 열고 PBV 생산 과정과 컨버전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화성 에보 플랜트는 PV5를 생산하는 동관(East Plant)과 향후 PV7·PV9 등을 생산할 서관(West Plant)으로 구성된다.
작년에 문을 연 동관은 올해 4만대, 내년 8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관과 서관은 각각 연간 10만대 생산능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서관은 내년 가동 예정이다.
차종 달라도 한 라인서 '척척'···PBV에 맞춘 생산 방식
PBV는 일반 승용차보다 생산이 까다롭다. 같은 차종이라도 승객용인지 화물용인지에 따라 내부 구조가 달라지고, 주문에 따라 좌석과 적재공간, 차체 형태 등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기아는 이런 특성을 감안해 에보 플랜트에 '다차종 유연 생산 시스템'을 적용했다. PV5 패신저와 카고를 비롯해 WAV, 샤시캡 등 여러 파생 모델을 한 생산체계에서 만들 수 있도록 생산공정을 설계했다.
차량이 바뀔 때마다 작업자가 일일이 생산 사양을 확인하는 대신 차량에 부착된 스마트 태그를 통해 생산 정보를 파악하고, 해당 차량에 맞는 부품과 공구를 연결한다. 서로 다른 사양의 차량이 생산라인에 섞여 들어와도 대응할 수 있는 구조다.
첨단 자동화 공장이라고 해서 모든 작업을 로봇이 맡는 것은 아니다. 에보 플랜트 동관의 차체공장 용접 자동화율은 100%, 부품 이송 자동화율은 83%에 달한다. 반면 조립공장 자동화율은 27% 수준이다. 조립공정은 다루는 부품이 많고 형태가 부드럽고 유연한 부품도 많아 로봇보다 작업자가 직접 다루는 것이 효율적인 영역이 있다는 게 기아의 설명이다.
대신 작업자의 부담이 큰 영역은 로봇이 맡는다. 헤드라이닝과 고전압 배터리 등 고중량 부품 조립과 신체 부담이 큰 작업에는 자동화 기술을 적용했고, 케이블 연결과 헤드램프 에이밍 등 검사 과정에도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아가 구현하려는 스마트팩토리는 사람을 모두 로봇으로 대체하는 공장과는 거리가 있다. 사람이 더 잘하는 일과 로봇이 잘하는 일을 나눠 생산 효율과 품질을 높이는 방식이다.
차량 한 대마다 '생산 이력' 남긴다
PBV처럼 사양이 다양한 차량을 생산할 때 중요한 것은 품질 관리다. 차량마다 들어가는 부품이 다른 만큼 잘못된 부품이 장착될 가능성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아는 이를 데이터로 관리한다. 차량마다 스마트 태그를 부착하고 공정별 작업·검사 결과를 서버에 저장한다. 비전 검사 시스템을 통해 품질을 확인하고 모바일 검사 성적서를 활용해 개선 이력도 기록한다.
기아에 따르면 차체공장에서는 도어와 테일게이트 등 무빙 파츠 장착을 자동화하고 조립 단차를 측정한다. 조립공장에서도 케이블 연결과 헤드램프 에이밍 등 검사 자동화를 적용했다.
기아의 PBV 전략은 에보 플랜트에서 기본차를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오토랜드 화성에는 PBV 컨버전 센터도 마련됐다. 화성에서 생산된 기본차를 주문 목적에 맞는 차량으로 다시 변환하는 곳이다.
현재 오픈베드와 크루밴, 프라임, 내장·냉동탑차 등의 모델을 개발·생산하고 있으며 향후 PV7·PV9 기반 모델로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컨버전 센터의 생산능력은 연 4만대다.
기아는 기본차 개발 단계부터 컨버전을 고려한다. 컨버전용 홀과 브래킷, 와이어링 등을 미리 반영하고 불필요한 시트나 트림 등은 애초에 장착하지 않는 방식이다. 외부 특장업체에는 3D 데이터와 매뉴얼, 인증자료 등을 제공하는 컨버전 포털도 운영한다.
기아가 화성에서 선보인 공장은 결국 새로운 자동차 생산 방식이다. 똑같은 차량을 빠르게 찍어내는 데서 나아가 서로 다른 차량을 한 생산체계에서 만들면서도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방법이다.
PV5에서 시작한 기아의 실험은 2027년 서관에서 진행될 PV7 생산으로 이어진다. 화성이 단순한 자동차 생산기지를 넘어 기아 PBV 사업의 '생산 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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