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문을 열었을 때 옷걸이는 그대로 걸려 있는데 옷만 아래로 흘러내려 구겨져 있는 일이 있다. 어깨선이 좁거나 원단이 미끄러운 옷일수록 자주 그러는데, 주워서 다시 걸어 두어도 며칠이면 또 바닥에 내려앉는다.
나무나 플라스틱 옷걸이는 표면이 매끈해서 실크처럼 결이 고운 원단이 어깨 위에서 스르륵 밀려 나오기 때문이다. 구멍이 나서 버리려던 고무장갑의 손목을 2cm 폭으로 잘라 옷걸이 어깨에 하나씩 끼워 두면 그 미끄럼을 잡을 수 있다.
고무 링이 실크 어깨를 붙잡는 원리
고무는 옷 무게에 눌리며 표면이 찌그러져 옷감의 실 사이에 얕게 물리고, 그 힘이 옷을 어깨 위에 붙잡아 둔다. 벨벳을 입힌 논슬립 옷걸이도 같은 이치로 만든 물건인데, 미끄러지는 옷 몇 벌 때문에 옷걸이를 통째로 바꾸기는 아깝다. 손끝으로 링 위를 문질러 보면 뽀득뽀득 걸리는 느낌이 나는데, 그 걸리는 정도가 그대로 옷을 붙잡는 힘이 된다.
고무 링을 끼워 두면 효과가 큰 옷은 실크 블라우스나 얇은 셔츠, 끈이 가는 캐미솔처럼 가볍고 미끄러운 옷이다. 이런 옷은 무게가 가벼워 어깨 한 곳에 실리는 힘이 크지 않고, 걸어 두는 동안 늘어나기보다 미끄러져 내리는 쪽이 문제가 된다. 가슴판은 넓은데 어깨선이 좁게 재단된 옷도 같은 이유로 옷걸이에서 잘 미끄러져 내린다.
고무장갑 손목을 2cm 폭으로 자르는 방법
버릴 고무장갑을 안팎으로 헹궈 물기를 닦고, 손목 끝에서부터 폭을 2cm쯤 잡아 가위를 한 바퀴 빙 돌린다. 손목은 통으로 이어져 있어서 한 바퀴만 돌면 이음매 없는 고리가 그대로 떨어져 나온다. 가위는 날 안쪽 깊이 고무를 물린 채 한 번에 쭉 밀어야 단면이 톱니처럼 울지 않고 매끈하게 잘린다.
옷걸이 양쪽 어깨에는 끝에서 3~4cm 안쪽으로 들어온 곳에 링을 하나씩 굴려 끼운다. 어깨 끝에 너무 붙이면 옷깃이 링에 걸려 벌어지고, 너무 안쪽으로 밀면 정작 흘러내리는 어깨 끝을 잡아 주지 못한다. 세탁소에서 딸려 온 철사 옷걸이는 두께가 가늘어 링이 헐겁게 도니, 한 번 더 감아 두 겹으로 끼우는 것이 좋다.
링을 끼운 뒤에는 옷을 한 벌 걸어 보고 어깨선이 볼록하게 뜨는 곳이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링이 굵어 두툼한 단이 생기면 폭을 좁게 다시 자르고, 옷을 벗길 때는 아래로 잡아당기지 말고 어깨부터 들어 올려 빼내야 한다.
니트는 고무 링을 끼워 두는 옷이 아니다. 두께가 있는 니트를 옷걸이에 수직으로 걸어 두면 제 무게에 어깨가 늘어나고, 한번 늘어난 어깨는 다시 줄어들지 않는다. 니트는 양쪽 어깨를 안으로 접고 반으로 개어 선반에 눕혀 쌓아 두는 것이 좋고, 선반이 모자라면 개어서 서랍에 세워 꽂아 두면 된다.
정장 재킷이나 코트는 어깨에 닿는 면이 넓어 무게를 고르게 나눠 받는 두툼한 옷걸이에 거는 것이 좋다. 고무 링은 좁은 곳에서 옷을 붙잡는 물건이라 무거운 겨울 옷에 끼우면 눌린 자리에 자국이 남는다. 속을 댄 두툼한 옷걸이는 어깨 곡선을 그대로 받쳐 주어서 재킷 어깨선이 매끈하게 유지된다.
고무는 오래되면 딱딱해지거나 끈적해질수도 있어서 손으로 만져 보아 촉감이 달라졌을 때 새로 잘라 바꿔 끼우면 된다. 장갑 한 짝이면 링이 여러 개 나오니, 미끄러지는 옷이 걸린 옷걸이부터 하나씩 끼워 두면 옷장 문을 열 때마다 떨어진 옷을 주워 다시 다릴 일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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