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에서 갓 꺼낸 국을 한 숟가락 떠먹었는데 가장자리는 입이 델 만큼 뜨겁고 가운데는 아직 미지근하면 그릇을 도로 밀어 넣게 된다. 시간을 더 돌려 봐도 이번에는 겉이 말라 딱딱해질 뿐 가운데는 여전히 덜 데워진 채로 나온다.
이것은 기계 힘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마이크로파가 음식 겉면부터 데우고 속으로는 얼마 들어가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다. 접시에 담는 모양만 바꿔도 같은 2분에 훨씬 고르게 데워진다. 접시 가운데를 비우고 가장자리를 따라 둥글게 돌려 펴 담는 것이 그 방법인데, 평소 담던 것에서 자리만 바꾸면 되니 간단하다.
마이크로파가 파고드는 3센티미터
마이크로파는 음식 속 물 분자를 흔들어 마찰로 열을 내는 전파여서, 물기를 머금은 바깥층부터 먼저 뜨거워진다. 안쪽은 그 달아오른 바깥층에서 열이 천천히 전해져 뒤늦게 익으니, 겉과 속의 온도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물기가 많은 국이나 찌개일수록 그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마이크로파가 음식 속으로 파고드는 깊이는 겉면에서 3~4센티미터쯤까지다. 그보다 두껍게 쌓아 올린 덩어리는 한가운데까지 마이크로파가 닿지 못해 오래 돌려도 속이 미지근하게 남는다. 두께가 그 선을 넘어가면 시간을 늘리기보다 낮게 펴 담는 쪽이 훨씬 빠르다.
전자레인지 안에서는 벽에 부딪혀 되돌아온 마이크로파가 서로 겹치면서 세게 걸리는 곳과 약하게 걸리는 곳이 바둑판처럼 생긴다. 바닥 유리판이 천천히 도는 것도 음식을 그 사이로 옮겨 가며 골고루 쬐어 주기 위해서다. 같은 접시라도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데워지는 속도가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접시 가장자리로 둥글게 돌려 담는 방법
접시는 바닥이 평평하고 넓은 것을 골라 음식을 한 층으로만 펴 담는 데서 시작한다. 반찬이라면 두께가 손가락 두 마디를 넘지 않도록 숟가락 등으로 지그시 눌러 낮게 펴야 한다. 그다음 가운데 음식을 바깥으로 밀어내 접시 한복판에 동전만 한 빈 바닥을 만들어 두면 된다.
가장자리를 따라 고리 모양으로 둥글게 돌려 담으면 마이크로파가 세게 걸리는 바깥쪽에 음식이 고루 놓인다. 만두나 감자처럼 덩어리진 것을 여럿 데울 때도 한복판을 비운 채 시계 방향으로 하나씩 둥글게 늘어놓으면 된다. 가운데를 비워 두면 접시에 올린 어느 것이든 한쪽 면이 바깥을 향하게 된다.
모양이 고르지 않은 재료는 두껍고 큰 쪽이 접시 바깥을 보게 돌려놓고 얇은 쪽을 안으로 모으면 된다. 닭다리라면 굵은 살이 접시 테두리를 향하게 돌려 두어야 질기고 두툼한 그 부분까지 열이 충분히 든다. 안쪽에 모인 얇은 쪽은 천천히 데워지니 마르지 않고 촉촉하게 남는다.
1분쯤 지났을 때 문을 열고 국물은 국자로 바닥까지 한 번 젓고 반찬은 젓가락으로 헤쳐 놓는 게 좋다. 한 번 젓는 것만으로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찬 부분이 위로 올라온다. 다 돌린 뒤에는 곧바로 꺼내지 말고 문을 닫은 채 3분쯤 두어야 겉에 몰린 열이 안쪽으로 옮겨 가며 가운데까지 익는다.
껍질이나 얇은 막으로 싸인 재료는 넣기 전에 칼집을 내 두는 것이 안전한데, 안에서 생긴 김이 빠져나갈 구멍이 없으면 부풀다가 터지기 때문이다. 감자와 소시지, 껍질째 데우는 채소는 포크 끝으로 서너 군데를 깊이 찔러 두면 된다.
달걀은 껍데기를 깨어 그릇에 담았더라도 노른자를 감싼 얇은 막이 그대로 남아 돌리는 동안 안에서 부푼다. 노른자 한복판을 포크로 두세 번 찔러 구멍을 내 준 다음 돌려야 한다. 이렇게 담는 모양만 손봐 두면 2분 만에 가운데까지 김이 오르는 한 접시를 그대로 상에 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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