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강이 만나는 옛 수도에서 여정을 시작해 히말라야 해발 4000m까지 올라간다. 남근을 행운과 다산의 상징으로 여기는 마을을 지나 차조차 들어갈 수 없는 고산마을에 도착하면, 한 가정에 여러 명의 남편이 존재하는 독특한 가족 문화와 야크를 키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펼쳐진다.
8일 방송되는 EBS1 ‘세계테마기행-마지막 은둔의 왕국, 부탄’ 2부 ‘신이 숨겨놓은 땅, 라야’에서는 탐험가 남영호가 부탄의 옛 수도 푸나카에서 출발해 솝소카와 가사를 거쳐 라야 마을로 향한다. 깊은 산속까지 들어가며 부탄에 남아 있는 전통 신앙과 생활문화를 직접 만난다.
EBS1 ‘세계테마기행-마지막 은둔의 왕국, 부탄’ 2부 ‘신이 숨겨놓은 땅, 라야’ 예고편 속 장면. / EBS 제공
두 강 사이에 우뚝…부탄의 옛 수도 푸나카
여정의 출발지는 부탄의 옛 수도 푸나카다. 오랜 역사를 지닌 푸나카는 과거부터 불교문화가 번성한 곳이다. 이곳에는 ‘어머니의 강’이라 불리는 모추와 ‘아버지의 강’으로 불리는 포추가 흐른다.
두 강줄기가 만나는 지점에는 부탄을 대표하는 건축물 가운데 하나인 푸나카 종이 자리한다. 부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종으로 알려진 곳이다. ‘종’은 단순한 불교 사원에 그치지 않고 행정 기능까지 함께 수행하는 부탄 특유의 건축물이다.
강과 산이 둘러싼 거대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종교와 행정이 한 공간에서 이어져 온 부탄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남영호는 푸나카 종을 둘러보며 본격적인 고산 여정을 준비한다.
집마다 남근 그림이…다산과 축복을 비는 마을
푸나카에서 다음으로 향하는 곳은 솝소카 마을이다. 골목에 들어서는 순간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그림과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집 벽과 문 주변에 남성의 성기를 형상화한 그림이나 조각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화는 15세기 티베트 불교 성인 드룩파 쿤리와 관련이 있다. 현지에서는 남근을 음란한 상징이 아니라 액운을 막고 행운과 다산을 가져다주는 존재로 여겨왔다. 남영호는 문간에 남근 조각상이 붙어 있는 집을 찾아 주민들에게 오랫동안 이어져 온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난임 부부들이 찾는 것으로 알려진 치미 라캉 사원에도 방문한다. 아이를 바라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기도를 올리며 축복을 구한다.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풍습이지만 현지인들에게는 세대를 거쳐 이어진 삶과 신앙의 한 부분이다.
뜨거운 모래 속에서 볶아낸 쌀 간식
사원을 나온 뒤 마을을 걷던 남영호는 한 집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발견한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부탄의 쌀 간식 ‘자우’를 만들고 있다.
아궁이에는 불길이 계속 타오르고, 사람들은 뜨겁게 달궈진 모래와 쌀을 함께 볶는다. 강한 열기 탓에 땀이 쉴 새 없이 흐르지만 손놀림은 멈추지 않는다. 쌀알이 골고루 익을 수 있도록 계속 뒤섞어야 하기 때문이다.
남영호도 가까이에서 작업 과정을 지켜보며 주민들과 물을 나눠 마신다. 흔히 볼 수 있는 간식 하나에도 적지 않은 시간과 노동이 들어가는 현장을 통해 부탄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을 들여다본다.
해발 4000m, 차도 못 들어가는 라야
본격적인 모험은 부탄 북부 가사 지역에서 시작된다. 목적지는 히말라야 산맥 해발 약 4000m에 자리한 라야 마을이다.
라야는 자동차로 마을 안까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산속에 있다. 외부와의 교류도 상대적으로 적어 오랫동안 고유한 복식과 생활방식, 가족문화를 유지해 온 곳으로 소개된다.
높은 산을 따라 이동한 끝에 도착한 마을에서는 다른 지역과 확연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주민들이 입은 전통 의상부터 집의 형태, 생업까지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맞춰 형성돼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일부 가정에서 이어져 온 일처다부제 문화다. 한 여성이 여러 명의 남편과 가족을 이루는 형태로, 척박한 고산 환경에서 토지와 재산의 분산을 막는 방식 등과 맞물려 이어져 온 전통으로 알려져 있다. 남영호는 현지 가족들을 직접 만나 이들의 가족 형태와 실제 생활을 들여다본다.
더 높은 곳으로…히말라야의 야크를 찾아서
라야 마을에서도 여정은 끝나지 않는다. 이번에는 야크를 만나기 위해 다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야크는 해발 4000m 안팎의 고산지대에 적응해 살아가는 동물이다. 낮은 지역에서는 쉽게 볼 수 없으며 오랫동안 히말라야 주민들에게 중요한 가축 역할을 해왔다. 고기와 우유뿐 아니라 털과 운송 등 생활 여러 영역에서 활용된다.
남영호는 대대로 야크를 키워온 부부를 만나 이들의 유목 생활을 따라간다. 거친 산악지형과 낮은 기온 속에서 야크를 돌보며 살아가는 하루를 살펴보고, 야크의 젖으로 만든 치즈도 맛본다.
도시에서 멀어질수록 생활은 한층 단순해지지만 사람과 자연 사이의 거리는 오히려 가까워진다. 외부와의 교류가 적었던 라야에는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전통과 히말라야 환경에 적응한 삶의 방식이 여전히 남아 있다.
신앙과 다산의 풍습이 남아 있는 마을에서 출발해 해발 4000m 고산마을과 야크 유목민의 삶까지 찾아가는 EBS1 ‘세계테마기행-마지막 은둔의 왕국, 부탄’ 2부 ‘신이 숨겨놓은 땅, 라야’는 9월 8일 오후 8시 4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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