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개봉 33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그 '전사(前史)'를 다룬 2004년작 '트로이'가 오늘(8일) 넷플릭스에서 새롭게 서비스를 시작한다.
영화 '트로이' 스틸컷 / 판씨네마㈜
넷플릭스가 최근 공개한 9월 라인업에 따르면 '트로이'는 9월 8일 자로 신작 영화 카테고리에 이름을 올렸다. 브래드 피트, 에릭 바나, 올랜도 블룸이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그동안 국내에서 웨이브 등 일부 플랫폼에서만 대여 형태로 서비스돼 왔던 터라, 이번 넷플릭스 합류 소식에 반가움을 표하는 반응이 적지 않다. 특히 '오디세이' 흥행과 맞물려 재조명받고 있던 시점이라 타이밍도 절묘하다는 평가다. '트로이' 러닝타임은 196분이며, 청소년관람불가(19금) 시청등급이다.
영화 '트로이' 주연 배우 에릭 바나 / 판씨네마㈜
'트로이'와 '오디세이', 호메로스 서사시 두 편을 잇는 '한 세트' 같은 영화
'트로이'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를 원작으로, 그리스 연합군과 트로이 사이에 벌어진 10년 전쟁의 절정을 그린 작품이다.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다이앤 크루거 분)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올랜도 블룸 분)의 사랑에서 촉발된 전쟁 속에서, 그리스 최고의 전사 아킬레우스(브래드 피트 분)와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에릭 바나 분)가 벌이는 숙명적 대결이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룬다. 여기에 프리아모스 왕 역의 피터 오툴, 아가멤논 역의 브라이언 콕스 등 관록 있는 배우들이 힘을 보탰다.
영화 '트로이' 주연 배우 브래드 피트 / 판씨네마㈜
흥미로운 지점은 이 영화 속 오디세우스 역을 맡은 배우가 숀 빈이라는 사실이다. '오디세이'에서는 맷 데이먼이 오디세우스를 연기하지만, '트로이'에서는 숀 빈이 트로이 목마 계책을 떠올리는 지략가로 등장한다. 같은 인물을 서로 다른 시점, 다른 배우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작품을 이어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는 게 관람객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영화 '트로이'에서 오디세우스를 연기한 숀 빈 / 판씨네마㈜
실제로 놀란 감독은 과거 인터뷰에서 2004년 '트로이' 제작 과정에 참여했던 인연을 언급한 바 있다. 최종적으로 연출을 맡지는 않았지만, 당시 접했던 '트로이 목마'의 이미지가 20년 가까이 머릿속에 남아 훗날 '오디세이' 기획의 씨앗이 됐다는 것이다. 두 영화가 단순히 시대적으로 이어지는 것을 넘어, 감독 개인의 창작 여정에서도 하나로 연결돼 있는 셈이다.
영화 '트로이' 속 트로이 목마 / 판씨네마㈜
385만 관객에서 넷플릭스까지…22년 만의 역주행
'트로이'는 2004년 국내 개봉 당시 385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다. 이후 시간이 흐르며 잊혀지는 듯했지만, 올여름 '오디세이'가 극장가를 강타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영화진흥위원회 온라인상영관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IPTV(SK Btv, LG유플러스 tv, 지니TV 등)에서의 '트로이' 구매 건수는 전월 574건에서 2만 3653건으로, 무려 4020%가 넘게 폭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22년 전 개봉작이 이 정도 역주행을 기록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영화 '트로이' 주연 배우 올랜도 블룸 / 판씨네마㈜
해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오디세이' 흥행과 함께 '트로이'가 IMDb, 레터박스 등 인기 차트에 재진입했다는 외신 보도도 이어졌다. 팬들 사이에서는 두 작품을 비교하며 각 작품의 매력을 짚어보는 게시물도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다만 두 영화의 결은 사뭇 다르다. '트로이'가 전쟁 그 자체의 스펙터클과 영웅들의 대결에 집중했다면, '오디세이'는 전쟁이 끝난 뒤 폐허 위에 남은 인간의 내면과 귀환의 여정에 초점을 맞췄다.
트로이 전쟁 이후 영웅 오디세우스의 인간적인 내면에 초점을 맞춘 영화 '오디세이' / 유니버설 픽쳐스
평단은 물음표, 관객은 느낌표...영화 평점 9.33점
'트로이'는 개봉 당시 평단으로부터 다소 박한 평가를 받았다. 원작 '일리아스'에 비해 서사가 생략되거나 단순화됐다는 지적,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다듬어졌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실제로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에서도 절반을 겨우 웃도는 수준의 점수를 기록한 바 있다.
반면 일반 관객들에게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대규모 전투 장면의 스케일감, 헐리우드 톱 배우들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 특히 아킬레우스 역을 맡은 브래드 피트와 헥토르 역의 에릭 바나의 존재감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요소다. 현재 네이버 영화 평점에서도 9.33이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 중이다. 한국 영화 팬들은 "3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지금 봐도 명작", "브래드 피트의 리즈시절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인생 영화 등극. 긴장감 장난 아니다", "세월이 흘러도 잘 만든 띵작" 등 호평을 내놨다.
영화 '트로이'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현재 넷플릭스에는 같은 '트로이'라는 제목을 쓰지만 전혀 다른 작품인 BBC 미니시리즈 '트로이: 왕국의 몰락'도 서비스되고 있어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이 작품은 루이스 헌터, 벨라 데인 등이 출연한 8부작 드라마로, 2004년 브래드 피트 주연의 극장판과는 별개의 제작사와 캐스팅으로 만들어졌다.
'오디세이'의 흥행이 22년 전 영화에까지 온기를 불어넣고 있는 지금, '트로이'의 넷플릭스행이 어떤 반향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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