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 러쉬와 제주에서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여름의 끝, 러쉬와 제주에서

마리끌레르 2026-09-08 18:37:46 신고

3줄요약

쉬는 것이 일처럼 느껴졌다. 내 선택이라고 해도 자꾸만 해야 할 것은 늘어나고, 사적인 약속조차 업무처럼 느껴지는 날들이 반복됐다. 가장 바쁜 9월의 첫째 주, 모든 업무를 일시 중단하고 러쉬와 함께 제주도로 떠났다.

제주에 도착한 후 가장 먼저 에디터를 맞은 건 산방산의 거대한 기개를 뒤에 두고, 시원하고 파란 바다를 마주한 ‘러쉬 산방산점’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맥이 탁- 하고 풀리며 숨이 쉬어지는 기분. 이런 풍경을 매일 마주하며 살면 사실은 어떤 것도 다 괜찮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러쉬 제주 산방산점은 제주의 정취와 자연친화적 요소를 담아 설계한 매장으로, 기존 러쉬 매장에서 사용한 재활용 플라스틱을 다시 활용해 벽체와 가구를 제작해 더욱 의미가 깊다.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휴식을 즐기는 ‘발멍’ 서비스. 러쉬의 배스 밤을 푼 물에 발을 담그고 스크럽으로 묵은 각질을 정리하는 등 그야말로 오감을 만족시키는 시간이었다.

이어서 찾은 곳은, 이번에는 숲 안에 둘러싸인 ‘러쉬 송당점’. 이곳은 러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헤어랩 서비스를 선보인 곳이다. 자연 원재료를 활용한 맞춤형 헤어 서비스부터 제주 화강암으로 조성한 프래그런스 바까지, 러쉬의 제품을 단순히 구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꾸려졌다. 이곳에서 천천히 러쉬의 다양한 제품을 경험하며, 러쉬가 지닌 가치를 몸소 느꼈다. 헤어랩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헤어 인퓨전을 직접 만들어보고, 나에게 필요한 감정에 맞춰 향수를 마치 소믈리에에게 제안받듯 즐기는 시간도 가졌다. 헤어랩에서는 스태프와의 1:1 컨설테이션을 바탕으로 개인의 모발과 두피 상태에 맞는 제품과 케어 루틴을 제안하는데, 페퍼민트와 캐모마일, 라벤더, 로즈마리 등 자연 원재료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인퓨전을 현장에서 만든다.

러쉬팀이 이내 에디터를 안내한 곳은 비건으로 마련된 식사 자리였다. 참고로 트립 내내 모든 식사는 비건식이었다. 러쉬는 창립 이래 제품 원료뿐만 아니라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 전반에서 베지테리언과 비건을 중요한 원칙으로 삼아왔다. 전 제품은 100% 베지테리언이며, 그중 95%는 식물성 원료로만 만든 비건 제품이다.

진정성을 논하는 브랜드는 많지만 이 정도로 모든 면에서 자신의 가치를 철저하게 지켜나가는 브랜드는 귀하다. 다시 한번 러쉬의 지속가능성, 그리고 진정성에 대하여 생각했다.

간만에 포근한 잠자리에서 푹 자고 일어난 다음 날 아침, 송당숲으로 모였다. 사운드배스 싱잉볼을 숲속에서 들으며 해먹에 누웠다. 숲에서 나무가 아닌 하늘을 바라본 적이 있었나? 모든 경험이 생경했는데, 이상하리만큼 편안했다. 요람처럼 몸을 흔들거리며 눈을 감고 오랜만에 휴대폰을 내려놨다.

마지막 프로그램은 직접 프레쉬 클렌저를 만들어보는 시간. 러쉬는 자연에서 얻은 신선한 원료를 사용해 모든 제품을 손으로 만든다. 기계로 대량 생산하는 대신 필요한 만큼 소량으로 손수 만들고 포장하며, 제품 라벨에는 제품을 만든 사람의 얼굴과 이름이 담긴 스티커까지 붙인다.

섬세한 장인정신을 지키는 동시에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가기 위해 여전히 핸드메이드 방식을 고수한다고. 이 정도로 사려 깊을 수 있을까? 러쉬가 이야기하는 모든 정신은 인스턴트하게 흘러가던 나의 일상에 회의감이 들게 할 정도로 강렬했다. 직접 원료를 손으로 만지고, 으깨고, 주물러보는 시간을 통해 제품에 대한 러브마크는 더욱 강해졌다.

제주에 잠시 머무르고, 평소와 조금 다른 삶을 이틀간 살았을 뿐인데 나의 내면은 꽤 많이 달라졌다. 알베르 카뮈의 <결혼, 여름>이라는 소설 속에 이런 구절이 있다. ‘이미 계절은 흔들리고 여름이 기운다. 저녁이나 비가 내린 뒤에, 쌉싸름한 아몬드향으로 배를 적신 대지 전체가 여름 내내 태양에 바쳤던 몸을 쉬게 하고 휴식한다. 이제 이 냄새는 다시 인간과 대지의 결혼을 축복하고, 우리에게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생생한 단 하나의 사랑을 일깨운다. 끝내는 스러질 것이나 너그러운 사랑을.’

무더운 여름을 진정 무덥게 보내고, 비로소 가을을 맞이한 9월의 첫날. 내가 경험한 것은 끝내 모든 사람과 사랑으로 연결된다는 것. 사람과 자연,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까지 어느 하나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아주 단순한 사실이었다. ‘동물과 환경, 사람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이야기해온 러쉬의 철학도 어쩌면 그 연결을 잊지 않는 데서 시작되는 것인지 모른다.

제주에서 보낸 이틀 동안 러쉬가 말하는 ‘신선함’은 단지 제품을 설명하는 단어가 아니었다. 손으로 만들고, 자연에서 얻고, 사람에게 다시 돌려주는 일. 아주 잠시 속도를 늦추고 나니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이 다시 보였다. 그렇게 여름의 끝에서, 조금은 다른 마음으로 서울로 돌아왔다.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