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찬희 기자
이재명 정부가 출범 후 첫 주택공급 대책으로 내놓은 ‘9·7 대책’이 시행 1년을 맞았지만 서울 집값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135만가구 공급 청사진에도 실제 착공 실적이 목표에 크게 못 미치면서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지 못했다는 평가다. 공급 계획이 입주 물량으로 현실화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민간 주택사업의 자금 조달과 사업성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입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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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9·7 대책' 시행 1년
서울 집값 상승세 지속
공급 실적 목표 미달
서울 아파트값 1년간 17% 상승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연간 8.98% 상승
올해 수도권 착공 목표 26만9000가구 중 7만8000가구 달성
중저가 주택 거래 비중 증가
대출 규제로 고가 주택 수요 감소
과거 부동산 정책의 학습효과 영향
서울 핵심지와 외곽 아우르는 공급 확대 필요
공급 부족 시 상승 범위 확대 가능성
민간 주택사업 자금 조달과 사업성 개선 필요
착공 기준 공급 목표의 한계
민간 공급 생태계 회복이 관건
선별적 금융정책 필요
이재명 정부는 출범 석 달 만인 지난해 9월 서울과 수도권에 매년 신규 주택 27만가구를 착공해 2030년까지 모두 135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단순 인허가가 아닌 실제 착공을 기준으로 목표를 관리해 정책 실행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대책 발표 이후 1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오히려 17% 뛰면서 공급대책이 매수심리를 진정시키는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연간 8.98% 상승했다. 이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이후 19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으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던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8년 상승률 8.03%도 넘어섰다. 이재명 정부의 9·7 대책 발표 이후 기준으로 보면 1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약 17% 상승했으며 82주 연속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핵심지에서 시작된 상승세는 중저가 주택이 밀집한 서울 외곽과 서울 접근성이 높은 경기도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실수요자들의 매수세는 중저가 아파트에 집중됐다. 9억원 이하 서울 아파트 거래 비중은 올해 1월 47.1%에서 8월 54.3%로 7.2%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3억~6억원 구간 비중은 16.97%에서 21.32%로 높아진 반면 9억~15억원 구간은 31.8%에서 26.6%로 낮아졌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금 조달 여력이 제한된 무주택자들이 고가 주택에서 벗어나 실제 매수가 가능한 가격대로 눈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과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경험한 실수요자들의 ‘학습효과’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2018년과 2021년에도 공급대책과, 양도세 중과 등을 전후해 급매물 출회, 거래절벽, 매물잠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패턴이 반복됐다. 정책 발표 때마다 단기적으로 거래가 얼어붙더라도 공급이 실제 주택으로 이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경험한 시장이 공급대책만으로 매수 결정을 늦추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시작된 상승세가 경기 남부까지 확산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금융·세제 규제만으로 수요를 억누르기보다는 서울 핵심지와 외곽을 아우르는 공급 확대와 교통·생활 인프라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강남권 등 핵심지역의 규제가 강화되고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서울 외곽과 서울 접근성이 좋은 경기 남부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추가 규제만으로 대응하기보다 서울 핵심지와 외곽을 아우르는 공급 확대와 교통·생활 인프라 확충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외곽 상승세가 이어지겠지만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상승 범위가 더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주택시장 안정의 관건은 정부가 제시한 ‘135만가구’라는 숫자보다 실제 공급 속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올해 수도권 착공 목표는 26만9000가구지만 7월까지 실적은 7만8000가구에 그쳐 연간 목표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울 역시 1~7월 착공 물량이 1만9507가구로 연간 목표 6만8000가구의 28.7%에 그쳤다. 사업 승인을 받고도 착공하지 못한 주택만 전국 111개 지구, 20만9270가구에 달한다.
최근 16년간 수도권에서 연간 29만4000가구 이상이 착공된 해는 2015~2017년과 2019년 등 4개년에 불과했다. 지난해 수도권 착공 물량도 16만7000가구로 목표치의 56.8%에 머물렀다. 앞으로 5년간 135만가구 목표를 달성하려면 최근 5년 평균인 연 18만1000가구의 1.5배를 웃도는 착공이 이어져야 한다.
단순히 공급계획을 발표하는 것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국내 주택시장은 수요자의 자금을 활용하는 선분양 구조가 대부분인 만큼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업자의 자금 조달 여력이 떨어지고, 이는 다시 착공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의 주택 공급 목표가 ‘착공’ 기준이라는 점도 주택 시장 안정에 한계로 작용한다. 착공 이후 공사와 분양을 거쳐 실제 입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2026~2027년 부족한 입주 물량이나 매매·전월세 시장 불안을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 전문가는 수도권 착공 실적이 부진한 배경으로 행정절차보다 공사비 상승과 PF 자금 경색, 사업성 악화를 꼽았다.
송승현 대표는 “수도권 착공이 목표의 30%에도 못 미치는 것은 행정절차보다 공사비 상승, PF 자금 경색, 사업성 악화가 핵심 원인”이라며 “특히 민간 공급이 살아나지 않으면 공공만으로 목표 달성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인허가 통합과 기간 단축뿐 아니라 PF 보증 확대, 용적률·분담금 등 사업성 개선을 병행해 ‘발표 물량’이 실제 착공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월세·전세·매매 가격이 동시에 강세를 보이며 주택시장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공급 방향을 제시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수도권 주택공급의 80% 이상을 민간이 담당하는 구조인 만큼 정부의 목표 달성 여부도 결국 민간 공급 생태계의 회복에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민간의 사업성·자금조달·분양 수요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관리해야 한다”며 “투기적 수요와 과도한 레버리지는 관리하되, 공급에 기여하는 사업자와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원활한 자금조달 경로를 확보하는 선별적 금융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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