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열린 '뤼미에르 서밋'에 참석해 극장 산업의 위기와 인공지능(AI) 확산, 독립영화 지원, 글로벌 OTT와 로컬 콘텐츠의 상생 등을 영화·영상 산업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한국과 프랑스가 향후 5년간 각각 5억유로(약 8000억원)를 영화·영상 산업에 투자하는 '뤼미에르 파트너십'도 공식 출범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남부 생폴드방스에서 열린 '뤼미에르 서밋' 개막 연설에서 "올해 2026년은 세계 영화사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며 "세계 최초로 동기화된 음악과 효감을 도입하며 유성 영화 시대의 개막을 알린 장편 영화 '돈 주앙' 상영된 지가 100주년째"라고 했다. 또한 "가장 오래된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아흐메드 왕자의 모험'이 개봉된 지 또 100주년이기도 하다"고 했다.
아울러 "우리 대한민국 민족 영화의 시작이자 대한민국 영화사에 선구적인 발자취를 남긴 나운규 감독의 영화 아리랑이 개봉된 지 100주년이기도 하다"라며 "나운규 감독의 아리랑은 1926년 개봉된 후에 큰 흥행을 거뒀고, 그 영화의 주제가인 본조 아리랑은 한민족의 혼을 상징하는 음악이 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특별한 해에 영화의 창시자인 뤼미에르 형제의 이름을 딴 이 서밋 또한 먼 훗날 영화와 영상 산업의 혁신과 성장을 새롭게 이끈 특별한 장으로 반드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극장 위기, 영화산업 전반의 위기로 발전"
이 대통령은 영화·영상 산업이 당면한 첫 번째 과제로 극장의 위기를 꼽았다. 그는 "그동안 극장은 영화가 관객을 만나는 첫 번째 유통 창구로서 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또한 극장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독립 영화부터 대형 상업 영화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영화를 접할 수 있는 매우 민주적인 문화 공간"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다 같이 모여 영화를 관람하던 기존 패턴에 큰 변화가 생겼다"라며 "극장은 위기에 빠졌고 이 위기는 곧 영화 산업 전반의 위기로 발전했다"고 진단했다.
한국 역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인당 극장 관람 횟수가 4.3회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팬데믹과 OTT 확산 이후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기억하고 사랑하는 극장의 모습을 다음 세대에도 반드시 이어줘야 한다"며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가 있는 좋은 영화들을 더 많이 제작·유통하고 젊은 세대들의 극장 경험을 늘리기 위한 노력도 더 많이 기울여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기회이자 도전…인간 중심 가치 위에서 활용해야"
AI 기술 발전은 혁신의 기회인 동시에 산업이 풀어야 할 과제라고 짚었다. 이 대통령은 "수많은 인력과 큰 비용,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한두 명의 창작자가 작은 비용으로 다양한 규모의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지금 도래했다"며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것처럼 그에 따른 문제들도 생겨나고 있다. 산업 내 일자리 감소, 배우의 초상과 음성 복제, 저작권과 학습 데이터 문제처럼 인공지능이 긍정적 역할을 다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7월 발표한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을 언급하며 "인공지능이 더 책임 있고 인간 중심적으로 발전하며 그 성과가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기회가 되는 시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영상 산업은 인간의 창의성에 기반하고 인간의 감성에 맞닿아야 하는 어느 산업보다도 인간이 중심에 있는 산업"이라며 "창작 과정에서 AI 기술이 인간 중심의 가치 위에서 인간의 성장을 돕기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함께 뜻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독립영화는 미래이자 지속적 성장 동력"
독립영화의 다양성 확보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독립영화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영화 산업의 미래이자 지속적인 성장 동력"이라며 "독립영화를 통해 발굴된 창작 인재들은 새로운 상상력과 서사의 원천이 됐고, 다양한 실험들은 기존 문법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극장 수입 감소가 흥행 가능성이 낮은 독립영화를 극장 밖으로 내몰 가능성이 있지만, 반대로 기존과 다른 콘텐츠를 기대하는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고 봤다.
이 대통령은 "더 많은 독립영화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새로운 실험이 계속될 수 있도록, 새로운 창작 인재들이 쉼없이 발굴되어 산업의 미래를 이기는 원천이 될 수 있도록 국가적 지원과 다자주의적 협력이 계속돼야 한다"며 "대한민국도 독립영화의 든든한 파트너가 돼 글로벌 영화·영상 생태계의 성장을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글로벌 OTT 시대, 로컬과 글로벌 상생해야"
글로벌 OTT 확산에 따른 로컬 콘텐츠와 글로벌 플랫폼의 상생 문제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글로벌 OTT의 성장과 확산은 로컬 콘텐츠의 글로벌화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며 "로컬 콘텐츠도 전 세계에서 동시 공개가 가능하고 또 누구나 이국의 정서가 듬뿍 담긴 로컬 콘텐츠를 쉽게 즐기는 그런 세상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OTT의 확산은 로컬 방송사의 영향력 축소와 로컬 콘텐츠 제작사와 글로벌 OTT의 상생을 둘러싼 갈등적 문제도 만들어 냈다"며 "각국의 로컬 방송국과 OTT가 자신만의 개성과 안목을 지닌 창의적이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발굴하면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로컬 콘텐츠 제작을 선도하는 동시에 로컬과 글로벌의 상생과 공존이 전 세계 영화·영상 산업의 제1원칙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韓·佛, 향후 5년간 각각 5억유로 투자…'뤼미에르 파트너십' 출범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한국과 프랑스 간 영화·영상 산업 투자 협력 이니셔티브인 '뤼미에르 파트너십' 출범을 공식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향후 5년간 대한민국과 프랑스가 영화·영상 산업 분야에 각각 5억유로, 한화로 약 8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제안하고 프랑스가 흔쾌하게 호응해 준 이 파트너십은 자국 영화·영상 산업 활성화를 위한 투자와 함께 양국의 공동 투자와 공동 제작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로컬 콘텐츠의 글로벌 무대 진출을 위한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대통령은 "이 파트너십이 양자 간 관계를 넘어 세계로 확장돼 전 세계 영화·영상 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비추는 빛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은 영화 산업이 텔레비전과 케이블TV, 비디오의 등장, 코로나19 팬데믹 등 수차례의 변화를 거쳐 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변화의 시기마다 새로운 것이 언제나 기존의 것을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꼭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끊임없는 혁신과 뛰어난 창의성이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비결"이라며 "더 혁신하고 더 창의적인 콘텐츠들을 만들어 낸다면 우리는 더 큰 번영의 길로 나아가게 될 것이 분명하다. 아울러 상생과 공존의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영화·영상 산업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영화와 영상 산업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4월 한·프랑스 정상회담에서 한국을 '국제 영화·영상산업 정상회의' 공동의장국으로 초청했다. 행사에는 각국 문화장관과 국제기구 인사, 영화·영상계 전문가, 감독과 배우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韓 영화계 인사들과 간담회·마크롱과 공식 오찬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뤼미에르 서밋에 초청된 한국 영화계 인사들과 별도 간담회도 갖는다.
간담회에는 영화 <박하사탕> , <오아시스> 등을 연출한 이창동 감독과 영화 <도라> , <다음 소희> 등을 연출한 정주리 감독이 참석한다. 배우 설경구와 전도연, 김도연도 함께한다. 설경구는 드라마 <들쥐> 와 영화 <해운대> , <실미도> 등에 출연했고, 전도연은 영화 <밀양> , <사마귀> 등에 출연했다. 김도연은 영화 <도라> 에 출연했다.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 지역(인도 제외) 콘텐츠를 총괄하는 김민영 부사장도 간담회에 참석한다. 도라> 사마귀> 밀양> 실미도> 해운대> 들쥐> 다음> 도라> 오아시스> 박하사탕>
간담회 이후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는 마크롱 대통령 부부 및 뤼미에르 서밋 참석자들과 공식 오찬을 함께한다.
이어 이 대통령은 영화·영상 산업 관련 라운드테이블을 주재한다. 지역과 글로벌 주체들이 지속 가능한 상생을 통해 글로벌 문화산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 위한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라운드테이블에는 CJ ENM과 네이버, 넷플릭스, 미국영화협회(MPA), 프랑스 미디어 기업 미디어완(Mediawan) 등 글로벌 영상·콘텐츠 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이 대통령은 이어 넷플릭스와 디즈니, 소니, NBC유니버설 등 세계 박스오피스와 스트리밍 시장을 이끄는 주요 스튜디오·플랫폼 관계자들과도 만난다. 이 자리에서는 K-콘텐츠 제작을 비롯한 한미 영상산업 협력 강화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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