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궐련형 전자담배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KT&G '릴(lil)'이 또 한 번 시장의 선택을 받았다. 한국소비자포럼이 주관하는 '2026 올해의 브랜드 대상'에서 궐련형 전자담배 부문 1위에 오르며 9년 연속 수상 기록을 이어간 것. 2017년 독자 플랫폼을 내놓은 지 올해로 10년차, 외산 브랜드의 거센 공세 속에서도 자리를 지켜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주목할 대목은 이 9년을 떠받친 힘이 마케팅이 아니라는 데 있다. '릴'의 궤적을 따라가 보면 그 중심에는 언제나 '백엔드 히팅 기술(Backend Heating Technology)'이 있었다.
전도에서 마이크로웨이브로, 예열 시간의 벽을 깨다
KT&G는 오는 15일 출시를 앞둔 신제품 '릴 토니노 람보르기니'에 처음 적용되는 '플래시웨이브 히팅(Flashwave Heating)' 기술을 공개했다.
그간 궐련형 전자담배는 기기 안에 심어둔 발열체 블레이드나 핀 형태가 달아오르면 그 열이 스틱으로 옮겨가는 전도(傳導) 방식이 주류였다. 구조상 열이 전달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했고, 그것이 곧 예열 대기 시간이었다.
플래시웨이브 히팅은 이 중간 단계를 걷어냈다. 발열체를 거치지 않고 마이크로웨이브로 전용 스틱 내부를 직접 자극하는 원리다. 이렇게 구현된 예열 시간이 단 '3초'. 국내 출시된 궐련형 전자담배 가운데 가장 짧은 수준으로, 대기 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디바이스의 에너지 효율과 출력 안정성도 함께 끌어올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솔리드에서 에이블까지, 10년의 R&D 궤적
'릴'의 10년은 사실상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엔지니어링의 연대기이기도 하다. 2017년 1세대 '솔리드'가 출발점이었다. 이후 액상과 궐련을 한 기기에 결합한 '하이브리드'가 나왔고, 인덕션 히팅 방식을 적용한 '에이블'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번 '토니노 람보르기니'에 이르기까지, KT&G는 세대마다 가열 방식 자체를 바꿔가며 플랫폼을 갈아 끼웠다.
디바이스만 손본 것은 아니다. 전용 스틱 브랜드 '나우(NAU)' 5종을 함께 선보이며 하드웨어와 소모품 사이의 정밀한 캘리브레이션을 맞춰왔다. 기기가 바뀌면 스틱도 따라 바뀌어야 하는 구조여서, 양쪽을 동시에 설계할 수 있는지가 곧 플랫폼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이런 흐름을 한자리에 모은 공간도 문을 열었다. KT&G가 최근 서울 대치동 릴 미니멀리움(KT&G 타워점)에 개관한 브랜드 전시 공간 '릴 아카이브(lil archive)'다. 총 9개 공간으로 꾸며진 이곳은 지난 10년간 디바이스 내부 구조와 발열체가 어떻게 작아지고 효율화됐는지를 실물로 보여준다. 브랜드 홍보관이라기보다 기술 백서에 가까운 성격이다.
점유율 48.2%… 기술이 만든 지표
기술 경쟁력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올해 2분기 기준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스틱 시장에서 KT&G의 점유율은 약 48.2%. 과반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상인 KT&G NGP 국내사업센터장은 "릴은 차별화된 기술력과 혁신을 바탕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해 온 브랜드"라며 "지속적인 제품 혁신을 통해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자 플랫폼 개발과 마이크로웨이브 가열이라는 원천 기술 확보에 매달려 온 10년. 하드웨어의 한계를 한 겹씩 벗겨내며 축적해 온 KT&G '릴'의 '히든테크'가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파급력을 만들어낼지 지켜볼 일이다.
[폴리뉴스 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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