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차 생산 비용을 낮추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가격 인하 경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미국의 관세 정책과 전기차 수요 둔화, 원자재 가격 부담 등이 겹치면서다. 부품 구매단가를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차종과 생산능력, 인력, 개발기간까지 조정하며 차량 한 대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 가격 경쟁 심화
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완성차 업체 간 가격 인하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BYD는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22개 모델을 대상으로 최대 34%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할인 소식이 전해진 뒤 BYD 주가는 장중 한때 8.3% 하락했고 리오토·창청자동차·지리자동차 등 다른 자동차 업체 주가도 5% 이상 떨어졌다.
판매가격이 내려가면서 재고 부담도 커지고 있다. 중국승용차협회에 따르면 4월 자동차 재고는 350만대로 2023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JP모건 자료를 인용해 중국 자동차 제조사의 4월 평균 할인율이 16.8%로 지난해 평균 8.3%의 두 배 수준이라고 전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과도한 가격 경쟁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창청자동차 웨이젠쥔 회장은 중국 매체 신랑재경과의 인터뷰에서 일부 업체들이 시가총액과 주가 상승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년 사이 22만위안 수준이던 차량 가격이 12만위안까지 내려간 사례를 언급하며 가격을 크게 낮추면서 품질을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출고 후 실제 운행하지 않은 차량을 중고차로 판매하는 '0㎞ 중고차' 문제도 제기됐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27일 BYD와 둥펑자동차 등 주요 완성차 업체와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 중국자동차유통협회(CADA), 중고차 판매 플랫폼 관계자들을 불러 가격 경쟁과 시장 질서를 둘러싼 문제를 논의했다.
이처럼 판매가격을 낮추는 경쟁이 지속되면 완성차 업체가 가격 인상만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기는 어려워진다. 판매가격을 낮추더라도 이익을 유지하려면 생산과 조달 과정에서 비용을 줄여야 하는 셈이다.
부품·차종·생산시설까지 비용 절감
혼다는 2030년까지 1조5000억엔(약 13조원)을 절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주요 협력사 회의에서는 프레스·단조 부품과 전장 부품,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관련 부품 등에서 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재 조달 방식을 다시 검토하고 2·3차 협력사의 표준화 부품 사용을 늘리는 방안도 요구했다. 가능한 범위에서는 중국산 부품을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방안도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부품 가격뿐 아니라 조달 구조 자체에서 비용을 낮추려는 것이다.
폭스바겐그룹은 차종과 인력을 함께 줄인다. 그룹 감독이사회는 지난 3일(현지시간) '미래 계획 2030'을 승인하면서 2030년까지 모델 포트폴리오를 50% 간소화하고 5만명 규모의 인력을 조정하기로 했다.
파생 모델을 줄여 제품 구성의 복잡성도 약 75% 낮출 계획이다. 차종별 생산량을 높이고 여러 모델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부품 활용을 늘려 생산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유럽 생산능력도 현재 시장 수요보다 50만대 이상 많다고 판단하고 있어 생산시설 조정에 나선다. 보유 지분과 사업 포트폴리오 역시 3분의 1가량 줄일 계획이다.
스텔란티스는 2028년까지 연간 60억유로(약 9조4000억원)의 비용 절감을 추진한다. 차량 개발기간은 기존 최대 44개월에서 24개월 수준으로 줄이고 유럽 전체 생산능력은 80만대 이상 감축할 예정이다.
재규어 랜드로버도 인건비 절감에 나선다. BBC 등에 따르면 사무직과 관리직을 대상으로 자발적 퇴직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향후 2년간 최대 4000명의 일자리를 줄일 계획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도 원가 관리에 나섰다. 현대차는 지난달 열린 '2026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 영업이익률 목표를 기존 8~9%에서 9% 이상으로 높이고 매출원가율은 기존 계획보다 3%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세부적으로 신규 개발 차량의 제조 방식과 디자인 사양 공용화, 생산공정 개선을 통해 1.5%포인트를 낮춘다. 하이브리드 물량 확대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적용 확대를 통해 재료비에서 1%포인트를 줄이고, 부품 현지화를 확대해 0.5%포인트를 추가로 낮출 계획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부품 구매가격을 낮추는 데서 나아가 차종과 부품 종류, 생산능력, 인력, 개발기간까지 비용 절감 대상으로 보고 있다. 중국발 가격 경쟁에 미국 관세와 전기차 수요 변화까지 겹치면서 판매가격을 낮추면서도 수익성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폴리뉴스 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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