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폐암을 중심으로 시행돼 온 연세암병원의 중입자치료가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4기 폐암으로 치료 영역을 넓힌다. 전이 병변 수가 많지 않고 전신치료 효과가 좋아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는 ‘소수전이’ 폐암 환자가 우선 대상이다.
연세암병원은 7일 초기 비소세포폐암을 중심으로 시행해 온 중입자치료를 4기 소수전이 폐암 환자에게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입자치료는 탄소 이온을 가속해 암에 조사하는 방사선치료의 한 종류다. 암 조직에 높은 에너지를 집중시키면서 주변 정상 조직에 전달되는 방사선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연세암병원은 2023년 국내 처음으로 전립선암 환자에게 중입자치료를 시작한 뒤 치료 암종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왔다. 2024년 회전형 치료기를 가동하면서 췌장암과 간암 치료를 시작했고 이후 폐암으로 범위를 넓혔다. 최근에는 두경부암과 육종, 재발성 직장암까지 치료 대상을 확대했다. 이번에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폐암 중입자치료의 범위를 초기 폐암에서 전이가 제한적인 4기 폐암으로 한 단계 더 넓히는 것이다.
폐암은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4기로 분류하지만 같은 4기라도 전이 범위에 따라 치료 전략은 달라질 수 있다. 암이 여러 장기에 광범위하게 퍼진 경우와 달리 전이 병변이 소수에 그친 환자는 항암제나 표적치료제 등 전신치료와 함께 원발암과 전이 병변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전략이 생존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특히 EGFR 유전자 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에서 근거가 축적되고 있다. 해외 다기관 3상 임상연구에서는 EGFR 표적치료제에 원발암과 전이 병변에 대한 방사선치료를 병행했을 때 무진행생존기간이 12.5개월에서 20.2개월로, 전체생존기간은 17.4개월에서 25.5개월로 늘었다.
또 다른 3상 임상연구에서도 표적치료와 흉부 방사선치료를 함께 받은 환자의 무진행생존기간은 10.6개월에서 17.1개월, 전체생존기간은 26.2개월에서 34.4개월로 연장됐다. 질병 진행 위험은 43%, 사망 위험은 38% 감소했다.
연세암병원 역시 EGFR 변이가 있는 소수전이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3세대 표적치료제 레이저티닙과 체부정위적방사선치료(SBRT)를 병행하는 다기관 2상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34개월이었으며, 3등급 이상의 방사선폐렴은 발생하지 않았다.
연세암병원은 우선 EGFR 변이 등 전신치료 효과가 우수하면서 전이 병변이 제한돼 있고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는 환자를 중심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실제 4기 폐암에서 중입자치료가 기존 국소 방사선치료보다 생존기간이나 부작용 측면에서 어느 정도 이점을 갖는지는 앞으로 임상 데이터 축적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김경환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우선 EGFR 변이 등 전신치료 효과가 우수하고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는 소수전이 폐암 환자를 중심으로 중입자치료 적용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치료 환자의 임상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해 4기 폐암에서 중입자치료의 효과와 역할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혜련 폐암센터장은 “4기 폐암도 전이 범위와 환자 상태에 따라 적극적인 국소치료를 병행하며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는 환자들이 있다”며 “수술과 항암·표적치료, 방사선치료에 중입자치료까지 유기적으로 연계해 환자별 최적의 치료 전략을 제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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