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피에르 에르메, 서울에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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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피에르 에르메, 서울에서 만나다

더 네이버 2026-09-07 11:24:07 신고

1, 2 63빌딩에 문을 연 피에르 에르메 파리 카페형 플래그십 매장 전경. 3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소프트 아이스크림 얼팀. 

예술과 미식

프랑스 오트 파티세리 메종 피에르 에르메 파리(Pierre Hermé Paris)가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국내 첫 카페형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다. 그동안 주요 백화점과 팝업스토어에서 마카롱과 파티세리를 중심으로 만나왔다면, 이번에는 디저트부터 커피와 티, 소프트 아이스크림까지 피에르 에르메 파리의 미식 세계를 보다 폭넓게 경험할 수 있다.
플래그십 매장이 있는 63빌딩에는 프랑스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퐁피두센터 한화’가 함께 자리한다. 한쪽에서는 피카소를 비롯한 현대미술의 거장들을 만나고, 다른 한쪽에서는 ‘파티세리계의 피카소’라 불리는 피에르 에르메의 창작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전시를 감상한 뒤 파티세리와 커피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예술에서 미식으로 이어지는 하루의 동선이 완성된다.

파리의 파티세리 살롱을 서울로

매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중앙의 원형 쇼케이스다. 마카롱과 파티세리는 각각의 색과 형태를 드러내며 쇼케이스 안에 놓여 있고, 브라스 톤의 금속과 월넛 우드, 트래버틴 질감의 오렌지 톤 좌석을 배치해 공간 전체가 따뜻하면서도 정제된 인상을 준다.
무엇보다 기존 매장과 다른 점은 머무르며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피에르 에르메 파리를 대표하는 마카롱과 파티세리, 사블레에 커피와 티를 곁들일 수 있으며, 각 음료는 초콜릿과 바닐라, 과일, 견과류 등 디저트가 지닌 고유의 풍미와 조화를 이루도록 구성했다. 한입의 파티세리와 한 모금의 음료를 번갈아 맛보며 같은 디저트에서도 조금씩 달라지는 맛과 향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여기에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소프트 아이스크림도 더했다. 인피니망 바닐라, 인피니망 쇼콜라, 얼팀 등 메종을 대표하는 풍미를 차갑고 부드러운 질감으로 풀어냈다. 한국적 취향에 맞춰 변형하기보다, 메종이 오랫동안 지켜온 맛과 제품, 그리고 이를 즐기는 문화 자체를 서울에 온전히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4,5 피에르 에르메 파리의 대표 파티세리와 마카롱을 음료와 함께 즐길 수 있다. 

한입 디저트에 담긴 ‘맛의 건축’

카페라는 새로운 형식 안에서도 피에르 에르메가 오랫동안 추구해온 창작 방식은 그대로 이어진다. 서로 다른 재료를 대담하게 조합하거나 하나의 재료가 가진 여러 면을 깊이 탐구하며, 맛과 향, 질감이 한입 안에서 어떻게 펼쳐질지를 설계한다.
대표적인 모가도르는 밀크 초콜릿과 패션프루트를 한데 묶는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초콜릿 맛에 패션프루트의 날카로운 산미가 올라오며 예상하지 못한 균형을 만든다. 반면 인피니망 바닐라는 하나의 재료를 끝까지 파고든다. 서로 다른 산지의 바닐라가 가진 향을 겹쳐, 우리가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바닐라를 전혀 다른 깊이로 보여준다.
이처럼 서로 다른 재료를 대담하게 조합하거나 하나의 재료가 가진 여러 면을 집요하게 탐구하는 것이 피에르 에르메의 창작 방식이다. 맛과 향, 질감이 입안에서 펼쳐지는 순서까지 고민하는 접근법에는 ‘맛의 건축’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서울에서 만나는 아르 드 비브르

63빌딩 피에르 에르메 파리 플래그십 매장이 보여주려는 것은 디저트 몇 가지가 아니다. 아름다운 것을 바라보고, 좋은 맛을 천천히 음미하고, 커피 혹은 차 한 잔과 함께 잠시 일상의 속도를 늦추는 것. 프랑스식 삶의 예술을 뜻하는 아르 드 비브르(Art de Vivre)를 서울에서 만나는 방식이기도 하다. 파리에서 사랑받아온 피에르 에르메의 맛을 이제는 조금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게 됐다. 파리에 가지 않아도 피에르 에르메 파리의 맛과 시간을 충만하게 경험할 수 있는 서울의 새로운 프렌치 파티세리 살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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