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한여름의 열기를 단숨에 식혀줄 서늘한 예술 미스터리가 독자를 찾는다. 해외 4개국에 판권이 수출된 《당직실 고양이》로 주목받았던 송대길 작가가 두 번째 장편 추리소설 《다잉 스완, 친애하는 나의 살해자에게》(BmK)를 내놓았다. 화려한 발레 무대 뒤에 감춰진 욕망과 비밀, 그리고 치밀하게 설계된 한 발레리나의 죽음을 좇는 작품이다.
소설은 폭우가 쏟아지던 밤, 세계적인 발레리나 곽희지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장면으로 막을 올린다. 검은 튜튜와 토슈즈를 착용한 채 쓰러져 있는 시신은 단순한 변사가 아니라, 누군가가 공들여 연출한 마지막 무대처럼 보인다. 이 기이한 사망 사건을 둘러싸고 언론과 대중의 추측이 들끓는 가운데, 강력범죄수사대 강력1팀(팀장 김충길, 김하은·문특 경위)이 사건을 맡는다.
수사팀은 부검과 약물 검사, 디지털 기록 분석, 참고인 조사 등 실제 수사 절차를 촘촘히 따라가며 사건의 실체에 접근한다. 곽희지와 얽힌 예술계 인물들의 관계망이 드러날수록, ‘누가 그녀를 죽였는가’라는 질문은 ‘누가 이 죽음을 설계했는가’, 더 나아가 ‘그녀는 왜 검은 백조가 되어야 했는가’라는 물음으로 확장된다.
《다잉 스완, 친애하는 나의 살해자에게》는 현재 진행되는 경찰 수사와 피해자의 과거, 언론 보도, 그리고 법정 공방을 교차시키며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전개한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앞서 제시된 단서의 의미가 뒤집히고, 새롭게 등장하는 증언과 기록은 독자의 판단을 계속해서 흔든다. 한 개인의 죽음은 곧 사회적 사건이 되어 법정으로까지 이어지고, “지금은 검사의 시간이었다”는 문장처럼, 수사와 공방의 긴장이 끝까지 이어진다.
작품의 무대인 발레계는 화려함과 폐쇄성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무대 위에서 관객을 사로잡는 우아한 동작 뒤에는, 허리와 발목이 부서지도록 이어지는 연습, 토슈즈 안에서 피가 배어 나오는 발, 무대에 서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통증이 있다. 작가는 이 세계를 배경이 아닌 ‘또 하나의 언어’로 사용한다. 〈백조의 호수〉의 백조와 흑조, 〈불새〉, 〈빈사의 백조(Dying Swan)〉 등의 작품은 인물들의 욕망과 상처를 비추는 거울이자, 사건 곳곳에 흩뿌려진 단서와 복선으로 기능한다.
제목 ‘다잉 스완’은 러시아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의 대표작 〈빈사의 백조〉에서 가져왔다. 죽음을 앞둔 백조가 마지막 힘을 짜내 발을 구르고 날개를 퍼덕이는 장면은, 사라지지 않으려는 존재의 처절한 몸부림을 상징한다. 소설은 이 이미지를 한국 발레 무대로 옮겨와, 아름다움의 정점에 선 예술가들이 무엇을 대가로 그 자리를 지키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균열과 비극이 발생하는지를 추적한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는 점차 흐려진다. 누군가는 사랑과 명예를 위해, 누군가는 진실과 생존을 위해 ‘악마와의 거래’를 감수하려 한다. “악마가 있다면 그와 거래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악마가 찾아오리라는 것을. 그 대가라면 기꺼이 치를 것이다”라는 인용문은 인물들이 몰린 심리적 궁지와 절박함을 압축해 보여준다.
송대길 작가는 전작 《당직실 고양이》에서 선보인 수사팀을 이번 작품에 다시 불러오면서도, 무대를 병원에서 발레계로 옮겨 심리 묘사와 인간관계를 한층 더 세밀하게 파고든다. 현장 조사와 부검, 약물과 신체에 남은 흔적을 좇는 의학적 추리, 이해관계가 뒤엉킨 인물들의 증언을 가르는 수사, 그리고 마지막까지 팽팽하게 이어지는 법정 드라마가 하나의 서사로 촘촘히 엮인다.
폭우와 천둥번개, 검은 튜튜와 토슈즈, 호수 위 물안개와 첼로 선율 같은 이미지들은 사건 현장과 발레 무대, 인물의 기억 속에서 반복되며 영화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감각적 장면 구성과 클래식 추리소설을 연상시키는 치밀한 플롯이 결합해, 독자는 끝까지 긴장을 놓기 어렵다.
《다잉 스완, 친애하는 나의 살해자에게》는 예술 범죄소설이라는 장르적 매력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예술가의 몸과 삶, 욕망과 선택, 그리고 그 끝에서 마주하는 비극을 묻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름밤을 단숨에 서늘하게 만들 미스터리를 찾는 독자, 발레와 예술 세계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 모두에게 오래 남는 여운을 남길 작품이다.
▲저자- 송대길
성균관대학교 경상대학 산업심리학과를 졸업하고 SKC 인사부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사회생활 대부분을 대홍기획에서 광고기획자(AE)로 근무하면서 소비자 내면의 은밀한 욕망과 심리를 찾아내는 일을 했다. 이후 ‘소비 라이프’ 편집인, 강남구청 정책홍보실장으로 일하며 사회의 다양한 욕구와 동기 그리고 이를 해소하는 길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2024년 7월 첫 소설 《당직실 고양이》를 출간했다. 문특 · 김하은 경위 시리즈 1편인 《당직실 고양이》는 BCI(Brain-Computer Interface) 설정의 추리소설로 태국, 인도네시아, 러시아, 쿠웨이트 등에 판권이 수출되며 화제를 모았다.
현재 《당직실 고양이》, 《다잉 스완, 친애하는 나의 살해자에게》를 잇는 문특 · 김하은 경위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를 준비 중이다. 앞선 두 작품과 마찬가지로 인간 심리 이면에 도사린 비틀린 욕망을 다룬 미스터리다. 앞으로도 인간의 은밀한 욕구와 동기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문제를 서사화하여 독자와 함께 해법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Copyright ⓒ 뉴스로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