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다시 월하의 옷을 입었다. 익숙한 캐릭터였지만 무대 위 서은광은 한층 달라져 있었다. 노래할 때는 폭발적인 성량으로 객석을 휘어잡았고, 대사를 건넬 때는 특유의 위트로 극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비투비 서은광이 뮤지컬 ‘광화문연가’의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다시 한번 ‘광월하’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서은광은 지난 6일 서울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광화문연가’ 첫 회차 공연에서 인연술사 ‘월하’로 무대에 올랐다. 등장부터 남다른 에너지로 객석을 사로잡은 그는 감미로운 음색과 힘 있는 가창, 능숙한 연기력을 앞세워 작품을 이끌었다.
‘광화문연가’는 삶의 마지막 순간을 앞둔 명우가 ‘기억의 전시관’에서 눈을 뜨며 시작된다. 명우는 인연을 관장하는 신비로운 인연술사 월하를 만나 과거의 기억을 되짚게 되고, 그 여정 속에서 지나온 사랑과 추억을 마주한다.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음악은 이 작품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붉은 노을’, ‘옛사랑’, ‘소녀’, ‘깊은 밤을 날아서’ 등 세대를 넘어 사랑받은 노래들이 극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관객의 기억을 건드린다.
서은광이 맡은 월하는 작품 속에서 특별한 존재다. 나이와 성별, 국적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로, 사람들의 인연을 관장하고 기억을 되감아준다. 무게감 있는 역할이지만 서은광은 여기에 자신만의 유쾌함을 더했다. 때로는 능청스럽게, 때로는 진중하게 캐릭터를 오가며 월하의 다채로운 얼굴을 만들어냈다.
이번 무대가 더욱 반가운 이유는 서은광이 두 번째로 월하를 맡았다는 데 있다. 첫 시즌 당시에도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깊이 고민하며 자신만의 월하를 만들어냈고, 관객들은 그의 이름과 캐릭터를 합친 ‘광월하’라는 애칭을 붙였다. 이번에는 이미 한 차례 월하를 경험한 배우답게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더욱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특히 노래가 시작될 때마다 서은광의 강점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비투비의 메인 보컬로 오랜 시간 무대를 누빈 만큼 안정적인 라이브 실력은 물론, 곡의 감정을 섬세하게 조절하는 표현력까지 더해졌다. 익숙한 명곡들도 서은광의 목소리를 만나 새로운 감정으로 전달됐다.
연기에서도 여유가 느껴졌다. 대사의 호흡과 표정, 상대 배우와 주고받는 순간마다 월하라는 인물의 성격이 자연스럽게 살아났다. 웃음을 이끌어내는 순간에는 객석의 반응을 정확히 받아냈고, 감정이 깊어지는 대목에서는 분위기를 차분하게 끌어내렸다.
객석의 반응도 뜨거웠다. 서은광이 노래와 연기로 무대를 채울 때마다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고, 공연이 끝난 뒤에는 기립박수로 첫 무대를 향한 호응을 보냈다. 가수로 쌓아온 무대 경험과 뮤지컬 배우로 다져온 연기력이 자연스럽게 맞물린 결과였다.
서은광 역시 첫 공연을 마친 뒤 벅찬 소감을 전했다. 그는 “늘 그랬듯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오늘 첫 공연까지 무사히 달려왔다”며 “오늘 공연에서 부디 우리들의 애정과 열정이 느껴지셨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의 공연 또한 무대 위에서 진심으로 노래하며 춤추는 월하로 살아가겠다”며 “늘 응원해 주시고 함께해 주시는 모든 관객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서은광의 뮤지컬 행보는 이제 낯설지 않다. ‘몬테크리스토’를 시작으로 ‘엑스칼리버’에서 아더 역을 맡아 DIMF 뮤지컬 어워즈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했고, 이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유다, ‘삼총사’의 달타냥 등 굵직한 작품에서 주요 배역을 맡으며 배우로서 영역을 넓혀왔다.
그런 그에게 ‘광화문연가’의 월하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첫 만남에서 ‘인생 캐릭터’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던 인물이기에 두 번째 귀환에 대한 기대도 컸다. 그리고 첫 공연은 그 기대에 답했다. 서은광은 자신이 만들어낸 월하를 그대로 반복하지 않고, 경험을 더해 한층 여유롭고 깊어진 모습으로 무대에 세웠다.
가수 서은광의 목소리와 배우 서은광의 연기가 한 무대에서 만나는 순간, ‘광화문연가’의 월하는 또 다른 생명력을 얻는다. 다시 돌아온 ‘광월하’가 남은 공연에서 어떤 모습으로 관객의 기억을 채워갈지 기대를 모은다.
한편 뮤지컬 ‘광화문연가’는 오는 11월 15일까지 서울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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