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까지 6개월 시간만 벌었을 뿐…“소액주주 피해 우려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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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폐까지 6개월 시간만 벌었을 뿐…“소액주주 피해 우려 여전”

이데일리 2026-09-06 15:41:04 신고

[이데일리 박민 신하연 기자] 정부가 부실기업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 상향’ 조치를 최근 부진한 증시 상황을 고려해 내년 1월에서 7월로 연기했지만, 시장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대비할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획일화된 정량평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상장폐지로 인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 내세운 코넥스 이전 방안 역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300만명이 넘는 소액주주들의 피해 우려가 여전하다.

◇6개월 유예 임시 방편…업종별 특성 맞는 기준 필요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내년 1월 시행하기로 했던 상장폐지 시총 기준 상향(코스피 500억원·코스닥 300억원)을 6개월 유예해 2027년 7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을 위해 4대 상장폐지 요건(시가총액·동전주·완전자본잠식·공시위반)을 신설·강화했다. 지난 7월 1일부터는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을 코스피 300억원, 코스닥 200억원(기존 각각 200억원·150억원)으로 상향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6개월의 유예 기간이 부여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근본적인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증시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준 미달 위기에 놓인 기업들은 ‘낙인’이 찍혀 주주 이탈과 주가 하락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떨어지면 시가총액도 함께 줄어들어 상장 유지 기준을 충족하기가 한층 더 어려워진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 업종으로의 수급 쏠림과 극심한 변동성 속에서 중소형주는 실적이나 펀더멘털에 관계없이 소외되고 있다”며 “7월 30일 기준 시가총액 상폐 기준(코스피 300억원, 코스닥 200억원)에 미달한 종목은 총 208개로 전월 말 대비 5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기업의 산업 특성과 성장 잠재력 등을 배제한 채 일률적인 시가총액 잣대만으로 상장폐지를 결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단순히 시가총액 기준만을 삼기보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이나 탄탄한 흑자 기반을 갖춘 기업에 대해선 재무상태와 성장성 등을 종합 평가하는 차별화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도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성장 동력이 있는 기업이 불필요하게 퇴출되지 않도록 대상을 정교하게 선별하는 원칙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장폐지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일정 요건을 충족한 기업이 정리매매 대신 코넥스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한 방안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코넥스는 코스닥보다 투자자 기반이 좁고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코스닥 이전 기업 투자자들의 충격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코넥스도 상장 시장이기 때문에 상장 폐지되는 것보다는 이전하는 게 기업과 투자자가 받는 타격이 적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투자자군의 구성과 거래 빈도가 달라 코스닥에 있을 때만큼 거래될 수 있을지는 확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상장폐지 위험 노출 소액주주 300만명 달해



상장폐지 영향권에 든 기업에 투자한 소액주주 규모가 300만명이 넘는다는 점도 문제다. 강화된 기준이 부실기업 정리에 그치지 않고, 수백만명의 소액주주와 수조원대 민간 자산의 손실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소액주주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제외하고 발행주식 총수의 1% 미만을 보유한 주주를 의미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민규 의원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행 상장폐지 요건(주가 1000원 미만 또는 시가총액 코스피 300억원·코스닥 200억원 미만)에 해당하는 기업은 지난달 25일 기준 238곳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들의 2025년 사업연도 사업보고서를 바탕으로 소액주주 현황을 파악한 결과, 코스피 소액주주는 95만9878명(보유주식 15억3000만주)으로 평가액은 1조4500억원, 코스닥 소액주주는 216만6832명(보유주식 41억5000만주)으로 평가액 6조4001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두 시장을 단순 합산하면 상장폐지 위험에 노출된 소액주주만 312만6710명, 보유주식 평가액은 7조8501억원으로 약 8조원에 이른다. 상장폐지가 곧 보유주식 가치의 전액 손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 소액주주의 피해는 불가피해 보인다.

박 의원은 “부실·한계기업을 적기에 정리하고 코스닥시장의 건전성을 높이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도 “시가총액이나 주가와 같은 일률적 기준으로 상장폐지를 결정하면 건실한 기업과 기술특례기업까지 퇴출 위험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스닥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 상향이 6개월 유예된 만큼 건실한 기업의 퇴출과 소액주주 피해, 투자생태계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재무건전성과 기술력·성장성 등을 종합 평가할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유예 조치의 득실을 단순히 퇴출 기업 수의 증감으로 평가해서는 안 되고, 코스닥의 퇴출 시스템을 정교하게 고도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대상 기업에 시간을 벌어주는 데 그친다면 ‘좀비기업 연명’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한계·부실기업은 신속하게 시장에서 걸러내고, 시총 기준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기업별 재무건전성과 성장 잠재력을 종합적으로 따져 정교한 ‘옥석 가리기’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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