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커스] 춤과 소리부터 자수·목공·전통주까지, 남산골한옥마을에 모이는 서울무형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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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포커스] 춤과 소리부터 자수·목공·전통주까지, 남산골한옥마을에 모이는 서울무형유산

뉴스컬처 2026-09-06 15:14: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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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산골한옥마을 전경. 사진=김규빈 기자
서울남산골한옥마을 전경. 사진=김규빈 기자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서울의 전통은 오래된 건물 안에만 남아 있지 않다. 누군가는 오늘도 바늘에 실을 꿰고, 나무를 다듬고,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춘다. 오랜 시간 이어진 기술과 예능은 그렇게 사람의 몸을 거쳐 다음 세대로 건너간다.

무형유산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 형태가 고정된 유물이 아니라 사람이 직접 익히고 전하는 문화라는 점이다. 기록만으로 온전히 남길 수 없는 기술이기에 전승자의 손과 몸, 목소리가 곧 문화유산의 일부가 된다.

오는 12일부터 13일까지 남산골한옥마을과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열리는 ‘2026 서울무형문화축제’는 이런 무형유산의 성격을 시민과 공유하는 자리다. 올해로 16회를 맞은 축제에서는 서울시 무형유산 31개 종목을 공연과 시연, 전시, 체험으로 만날 수 있다.

■한옥마을 곳곳에서 만나는 서울의 전통

서울남산국악당 전경. 사진=김규빈 기자
서울남산국악당 전경. 사진=김규빈 기자

'2026 서울무형문화축제'는 하나의 공연장에 프로그램을 모아놓는 방식에서 벗어나 남산골한옥마을 곳곳을 활용한다.

천우각과 서울남산국악당에서는 한량무, 결련택견, 마들농요, 이수자전, 전통 군영무예, 수표교 다리밟기 등 서울의 무형유산을 바탕으로 한 공연이 펼쳐진다.

춤과 음악, 무예와 민속놀이는 각각 다른 모습으로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오랜 시간 반복해서 익힌 몸의 기억을 통해 전해진다는 점이다.

한량무의 움직임에는 전통춤의 미학이 담기고, 결련택견에는 우리 무예의 몸짓이 이어진다. 농요와 판소리 같은 소리는 악보나 문서만으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호흡과 발성이 더해져야 비로소 살아난다.

무형유산 공연을 가까이서 보는 일은 곧 전승자가 쌓아온 시간을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장인의 손끝에서 드러나는 ‘기술의 시간’

자수장 (刺繡匠). 사진=국가유산청
자수장 (刺繡匠). 사진=국가유산청

전통가옥에서는 기능 분야 무형유산을 만날 수 있다.

자수장과 침선장, 칠장, 소목장 등 장인들이 직접 작품을 만들며 전통기술을 보여준다. 완성된 작품만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 과정을 공개한다는 점에서 공예를 바라보는 방식도 달라진다.

한 땀의 자수, 나무를 다듬는 손놀림, 옻칠을 올리는 과정에는 오랜 훈련이 필요하다. 완성품만 놓고 보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기술의 차이를 제작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무형유산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물만이 아니다. 특정 재료를 고르는 방법, 도구를 사용하는 방식, 손의 힘을 조절하는 감각처럼 글로 설명하기 어려운 지식까지 함께 전해진다.

이 때문에 전승자의 작업을 직접 보는 경험은 무형유산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술을 빚고 놀이를 즐기며 이어온 생활문화

관훈동 민씨가옥. 사진=국가유산청
관훈동 민씨가옥. 사진=국가유산청

관훈동 민씨 가옥에서는 전통주도 만날 수 있다.

성인 관람객을 대상으로 서울 송절주와 향온주, 삼해주 등을 소개한다. 전통주는 오랜 제조법만을 뜻하지 않는다. 재료를 다루는 방법과 발효에 대한 경험, 계절에 따른 관리 방식 등 여러 지식이 함께 전해지는 생활문화다.

민속놀이도 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다. 투호와 제기차기 등을 직접 즐길 수 있어 어린이와 가족 관람객도 전통문화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전통문화가 특정 세대의 기억에만 머물지 않으려면 새로운 세대가 직접 경험할 기회가 필요하다. 보고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손을 움직이고 몸을 움직이는 과정에서 전통은 현재의 경험으로 바뀐다.

■‘보존’에서 ‘전승’으로 넓어지는 무형유산의 의미

서울남산국악당 전경. 사진=김규빈 기자
서울남산국악당 전경. 사진=김규빈 기자

무형유산을 둘러싼 가장 중요한 과제는 어떻게 오래 보관할 것인가에만 있지 않다. 누가 배우고, 누가 이어가며, 어떻게 다음 세대와 만날 것인가도 중요하다.

공연예술은 전승자가 무대에 서야 이어지고, 공예기술은 누군가 직접 배워 손에 익혀야 한다. 전통주 역시 제조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 사라지면 기술도 함께 끊길 수 있다.

서울무형문화축제가 공연과 전시뿐 아니라 시연과 체험을 함께 마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울시는 축제를 통해 무형유산 보유자와 전승자를 시민 가까이 소개하고, 시민이 전통기술을 직접 접할 기회를 넓히고 있다. 올해 축제 역시 ‘신명마당’, ‘솜씨마당’, ‘미감마당’, ‘참여마당’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공연과 시연, 전시, 체험을 한자리에서 경험하도록 했다.

■남산골한옥마을,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문화공간

서울남산골한옥마을 전경. 사진=김규빈 기자
서울남산골한옥마을 전경. 사진=김규빈 기자

남산골한옥마을이라는 장소도 축제의 의미를 더한다.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전통가옥과 국악당에서 서울의 무형유산을 만나는 경험은 박물관에서 유물을 관람하는 것과는 다르다. 전통가옥을 거닐며 장인의 작업을 보고, 공연을 듣고, 직접 놀이에 참여하면서 여러 형태의 전통문화를 한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탬프 투어와 만들기 프로그램 역시 시민의 참여를 끌어내는 방식이다. 프로그램을 찾아 이동하고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여러 무형유산을 접하도록 구성했다.

올해 행사는 9월 12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13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린다. 입장은 무료이며 일부 체험은 유료다.

■전통의 생명력은 ‘다음 사람’에게 있다

창경궁 궁중놀이방 - 한복 입고 즐기는 투호놀이2026 봄 궁중문화축전이 한창인 창경궁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외국인 관람객이 자원활동가 ‘궁(宮)이둥이’와 함께 투호놀이를 즐기며 환하게 웃고 있다. 궁중놀이방은 자원활동가가 직접 기획·운영하는 소규모 체험 프로그램으로, 전통 놀이 체험과 ‘궁이둥이를 이겨라’, ‘궁퀴즈’, ‘궁셀샷’ 등 다양한 이벤트로 내·외국인 관람객 모두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국가유산진흥원
창경궁 궁중놀이방 - 한복 입고 즐기는 투호놀이2026 봄 궁중문화축전이 한창인 창경궁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외국인 관람객이 자원활동가 ‘궁(宮)이둥이’와 함께 투호놀이를 즐기며 환하게 웃고 있다. 궁중놀이방은 자원활동가가 직접 기획·운영하는 소규모 체험 프로그램으로, 전통 놀이 체험과 ‘궁이둥이를 이겨라’, ‘궁퀴즈’, ‘궁셀샷’ 등 다양한 이벤트로 내·외국인 관람객 모두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국가유산진흥원

무형유산은 박제된 과거가 아니다. 오늘 누군가 익히고 실천하는 순간에도 새롭게 이어진다.

장인이 바늘을 들고, 목공예가가 나무를 다듬고, 연주자가 악기를 울리고, 무용수가 춤을 추는 동안 오래된 기술은 현재의 문화가 된다.

그래서 무형유산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기록의 양만이 아니다. 그것을 배우려는 사람과 가르치려는 사람, 그리고 그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이 얼마나 꾸준히 만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2026 서울무형문화축제’가 보여주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전통을 먼 과거의 유산으로 바라보는 대신 장인의 손끝과 전승자의 몸짓, 시민의 참여를 통해 오늘의 문화로 다시 만나는 자리다.

남산골한옥마을의 이틀은 서울의 오래된 문화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전통은 과거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서 사람으로 건너갈 때 비로소 살아남는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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