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도 한국거래소를 통해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종목을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오는 14일부터 기존 시간외단일가 매매가 사라지고 오후 8시까지 거래가 가능한 애프터마켓이 새롭게 운영되면서 국내 주식 투자자들의 거래 환경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RX는 오는 14일부터 오후 4시~8시 애프터마켓을 운영한다. 현재 정규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이며, 정규장 종료 이후 이어지는 시간외종가 거래는 유지된다. 대신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운영되던 시간외단일가 시장이 폐지되고 그 자리를 4시간짜리 실시간 시장이 채운다.
가장 큰 변화는 체결 속도다. 기존 시간외단일가는 투자자 주문을 모아 10분 단위로 하나의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앞으로는 애프터마켓에서도 정규장처럼 매수·매도 가격이 일치하면 즉시 거래가 성사된다. 장 마감 이후 기업 공시나 해외 증시 움직임 등 새로운 변수가 발생했을 때 투자자가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실시간 거래…ETF·ETN은 제외
가격 변동 범위도 커진다. 기존 시간외단일가는 당일 종가 대비 ±10% 범위에서 움직였지만, 애프터마켓에는 전일 종가를 기준으로 하루 ±30% 가격제한폭이 적용된다. 정규장에서 이미 가격이 크게 움직였다면 애프터마켓에서 실제 추가로 움직일 수 있는 범위는 그만큼 제한될 수 있다.
주문 방식은 정규장과 완전히 같지 않다. 지정가와 최우선지정가, 최유리지정가 주문을 이용할 수 있지만 시장가와 조건부지정가 주문은 허용되지 않는다. 체결 가능한 물량만 거래하고 나머지를 취소하는 IOC와 주문 전량이 체결되지 않으면 모두 취소하는 FOK 조건은 사용할 수 있다.
정규장에서 넣어둔 주문이 애프터마켓까지 그대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KRX 정규장 종료 시 미체결 주문은 애프터마켓으로 자동 이전되지 않아 오후 4시 이후 거래를 원한다면 주문 상태를 확인하고 새로 주문해야 한다.
거래 가능한 상품에도 제한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반 주식은 요건을 충족하면 거래할 수 있지만 ETF와 ETN은 KRX 애프터마켓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규장 종료 후 실시간 추정순자산가치 산출과 유동성공급자(LP)의 원활한 호가 공급이 어려워 시장가격과 기초자산 가치 사이의 괴리가 커질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다.
관리종목과 투자경고·투자위험종목, 이상급등종목, 초저유동종목 등도 거래 대상에서 빠진다. 공매도는 허용되지만 정규장과 마찬가지로 업틱룰이 적용된다.
투자자가 주의해야 할 부분은 유동성이다. 거래시간이 오후 8시까지 늘어나더라도 정규장보다 참여자가 적으면 매수·매도 호가 간격이 벌어지고 원하는 가격에 주문이 체결되지 않을 수 있다. 거래시간 확대가 곧 정규장과 동일한 거래 환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NXT에 이어 KRX까지 저녁 거래에 가세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은 '오후 3시30분 마감'이라는 익숙한 틀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 직장인 투자자에게는 퇴근 후 시장에 대응할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편의성이 커지는 반면, 장 마감 이후 가격 변동과 유동성 위험까지 함께 살펴야 하는 새로운 투자 환경이 시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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