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햇고구마가 마트와 시장에 보이기 시작하면 한 봉지씩 사두는 집이 많다. 고구마는 찌거나 구워 먹는 것만으로도 맛있지만 여러 개를 사두면 며칠 지나 같은 방식이 지겨워질 때가 있다. 그렇다고 맛탕을 만들자니 기름을 많이 쓰는 과정이 번거롭고, 간장조림은 밥반찬 쪽에 가까워 간식으로 먹기에는 짠맛이 세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럴 때 고구마를 물에 먼저 익힌 뒤 버터와 설탕을 얇게 입혀 조리하면 맛탕과 버터구이 사이에 있는 간식을 만들 수 있다. 물엿을 많이 사용해 끈끈한 시럽을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고구마가 가진 단맛에 버터 향을 더하는 쪽이다. 표면에는 윤기가 생기지만 젓가락을 들었을 때 실처럼 늘어나는 설탕 코팅은 없다.
버터를 처음부터 넣고 고구마를 오래 익히는 방식보다 고구마가 어느 정도 익은 다음 넣는 편이 낫다. 처음부터 버터를 많이 넣으면 고구마 속이 익는 동안 팬 바닥에서 버터와 설탕이 먼저 졸아들 수 있다. 물을 이용해 고구마 속부터 익힌 뒤 남은 수분이 적어졌을 때 버터를 넣으면 모양을 지키면서 표면에 고소한 코팅을 만들 수 있다.
크게 써는 햇고구마
2인분 기준 중간 크기 고구마 2개를 준비한다. 껍질은 벗겨도 되지만 깨끗하게 씻을 수 있다면 그대로 쓰는 편이 모양을 지키기 쉽다. 껍질이 고구마 겉면을 잡아줘 조리 중 모서리가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고구마는 약 2.5cm 크기의 큼직한 한입 모양으로 썬다. 얇은 동그라미 모양이나 작은 깍둑썰기로 자르면 속은 빨리 익지만 양념을 섞는 과정에서 쉽게 으깨진다. 크기가 서로 크게 차이 나지 않게 자르는 것이 좋다.
썬 고구마는 찬물에 5분 정도 담가둔다. 오래 담가 단맛까지 빼는 과정이 아니라 표면에서 나온 전분을 씻어내는 정도다. 물이 살짝 뿌옇게 변하면 체에 밭쳐 건지고 흐르는 물로 한 번 가볍게 헹군다.
고구마 표면의 전분이 너무 많으면 팬 바닥에 쉽게 달라붙고 조리 국물도 탁하고 끈적해진다. 반대로 전분을 씻어내면 고구마 조각 하나하나의 표면이 비교적 깨끗하게 남아 버터 코팅도 고르게 묻는다.
물로 먼저 익히는 고구마
넓은 팬이나 냄비에 손질한 고구마를 펼쳐 담고 물 3/4컵을 붓는다. 여기에 설탕 1큰술과 소금 한 꼬집을 넣는다. 소금은 짠맛을 내는 양이 아니라 고구마의 단맛이 밋밋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아주 적게 넣는다.
뚜껑을 덮은 상태에서 약 7분 정도 익힌다. 고구마 종류와 크기에 따라 익는 시간이 조금 달라진다. 밤고구마는 모양이 비교적 잘 남고 호박고구마는 빠르게 부드러워지기 때문에 6분 정도부터 상태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젓가락 끝을 고구마에 넣었을 때 겉에서는 부드럽게 들어가지만 가운데에서 아주 약간 저항이 느껴지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처음부터 완전히 익혀놓으면 버터와 설탕을 섞는 동안 고구마가 깨질 수 있다.
뚜껑을 열고 팬에 남은 물을 줄인다. 이때 젓가락으로 고구마를 계속 뒤집지 않는다. 팬을 양손으로 잡고 가볍게 흔들거나 넓은 주걱을 고구마 아래로 넣어 한두 차례만 뒤집는다. 고구마 모서리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아야 완성 뒤 접시에 담았을 때 조각 모양이 남는다.
버터와 설탕 코팅
팬 바닥에 물이 약 3큰술 정도 남았을 때 버터 1큰술을 넣는다. 버터가 풀리면 설탕 1/2큰술을 추가한다. 처음에 넣은 설탕 1큰술까지 합쳐 전체 설탕은 1큰술 반이다. 고구마 자체가 아주 달다면 마지막 설탕 1/2큰술은 절반으로 줄여도 된다.
버터가 녹으면서 남은 물과 설탕이 섞여 묽은 소스가 만들어진다. 이 소스를 숟가락으로 고구마 위에 끼얹거나 팬을 가볍게 흔들어 표면에 묻힌다. 계속 세게 저으면 고구마가 으깨져 매시드 고구마처럼 될 수 있다.
국물이 거의 사라지고 고구마 표면이 반질반질해졌을 때 검은깨 1작은술을 뿌린다. 버터를 더 넣으면 고소함은 세지지만 접시 바닥에 기름이 따로 고일 수 있다. 중간 크기 고구마 2개에는 1큰술 정도가 먹기 편하다.
완성된 고구마를 한입 먹으면 속은 찐 고구마처럼 포슬하고 겉에는 달콤한 버터 소스가 얇게 묻어 있다. 맛탕처럼 딱딱한 설탕 껍질이 생기지는 않는다. 대신 휴게소나 길거리에서 먹는 버터구이 간식처럼 고소한 향이 먼저 올라오고 뒤에서 고구마의 단맛이 나온다.
따뜻할 때 먹으면 버터 향이 가장 잘 느껴지고 조금 식으면 표면의 소스가 고구마에 더 달라붙는다. 아이 간식이나 오후 간식으로 내놓기 좋고, 도시락 한쪽에 두세 조각 넣어도 된다.
냉장고에 넣어두면 버터가 굳어 표면이 처음보다 단단해 보일 수 있다. 다시 먹을 때 물 1큰술을 넣고 살짝 데우면 굳었던 버터와 설탕이 다시 풀리면서 촉촉해진다. 맛탕보다 만드는 과정이 간단하고 물엿이 없어도 윤기 있는 고구마 간식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이 조리법의 장점이다.
<고구마 버터조림 레시피>고구마>
■ 요리 재료
중간 크기 고구마 2개, 물 3/4컵, 버터 1큰술, 설탕 1큰술 반, 소금 한 꼬집, 검은깨 1작은술
■ 레시피
① 고구마 2개를 깨끗하게 씻어 2.5cm 크기로 자른다.
② 자른 고구마를 찬물에 5분 담갔다가 헹궈 물기를 뺀다.
③ 팬에 고구마와 물 3/4컵, 설탕 1큰술, 소금 한 꼬집을 넣고 약 7분 익힌다.
④ 고구마가 거의 익으면 뚜껑을 열어 남은 물을 줄인다.
⑤ 물이 약 3큰술 남으면 버터 1큰술과 설탕 1/2큰술을 넣는다.
⑥ 팬을 가볍게 흔들거나 숟가락으로 소스를 끼얹어 고구마 표면에 입힌다.
⑦ 국물이 거의 사라지면 검은깨 1작은술을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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